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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온 집에 엄마가 하룻밤 주무시고 가셨다. 돌아가시면서 첫째에게 꼭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다.

그날 첫째는 내게 혼이 나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동생이 옆에서 계속 말을 걸며, 오빠가 읽는 책 속 그림이 뭐냐고 묻자 하나하나 대답해주더라는 것이다. 엄마는 그 모습이 참 기특했다며 꼭 칭찬해주라고 하셨다.

“찬아, 할머니가 너 정말 장하다고 하셨어. 기분이 안 좋았는데도 린이가 묻는 말에 다 대답해줬다고.”

아이는 가슴을 슬쩍 펴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나는 아무리 기분이 안 좋아도 린이한테 화 안 내요.”

그 말이 귀여워 웃고 있는데, 옆에 있던 남편이 나와 아이를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너 이 녀석, 그 말 엄마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순간 옆구리를 콕 찔린 것 같았다.

“……니가 더 나빠. 난 아무 생각 없었단 말이다.”

 

첫째아이가 여섯살 즘, 씻고 나온 아이가 너무 예뻐서 혼자 감동에 겨워 이런 말을 한 기억이 올라왔다.

 “엄마가 너 정말 사랑하는 거 알지?”
아이는 말간 눈으로 나를 보더니 되물었다.

“네! 그런데 사랑하는데 왜 화를 내요?”

나는 여전히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화를 낼 때가 있다.
그래서 종종 아이에게 말한다.

“엄마의 사랑은 불완전해서 너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어. 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완전하단다. 하나님은 피곤해서 너를 밀어내시는 분도, 마음이 급해서 네 말을 끊으시는 분도 아니야.”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다. 가끔은 아이의 한마디에 정곡을 찔리고, 남편의 농담 한마디에 뒤늦게 이불을 찬다. 그래도 그 부끄러움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내 사랑의 빈틈을 볼 때마다, 아이와 함께 더 완전한 사랑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