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봄호 / 사모의 세상살기 <소확행>
2026.03.19 07:56
하루를 여는 고요한 시간
이른 아침, 아직 집 안에 아무 움직임도 없을 때면 저는 조용히 행복해집니다.
새벽예배를 나가는 남편의 기척에 잠이 깨면, 곤히 잠든 둘째의 이불이 잘 덮여 있는지 살핀 뒤 숨죽여 방을 나옵니다. 따뜻한 물 한 잔으로 몸을 데우고, 하루의 기운을 채워줄 경옥고를 씹으며 자리에 앉습니다.
아직은 서늘한 아침 공기에 무릎담요를 덮고 하나님 앞에 머물다 보면, 내 안의 소란도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전날 참지 못했던 분노와 거친 말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쏟아낸 날 선 말들, 끝내 삼키지 못했던 감정의 조각들이 다시 떠오를 때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은혜는 자격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사람을 붙드시는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김없이 밝아오는 해를 보며 다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지는 이 고요한 시간은 제게 하루를 여는 문과 같습니다. 아이들이 깨어나기 전에 마음의 문을 열어두고, 조금 더 여유롭고 부드러운 얼굴로 하루를 맞이하고 싶어집니다. 성급히 화내지 않고 싶다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엄마이고 싶다고, 그렇게 작은 다짐을 하나님 앞에 조용히 올려드립니다.
물론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깨우는 시간이 되면, 잠잠해졌던 마음속 먼지들이 금세 다시 일어나곤 합니다. 하루는 늘 생각보다 빠르고, 아이들은 예상보다 더 분주하며, 저는 쉽게 흔들립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그런 저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이른 아침 하나님 앞에 잠시 머물렀던 시간은 그렇게, 분주한 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힘이 되어줍니다.
제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바로 이 시간입니다. 아무도 깨지 않은 고요한 집, 따뜻한 물 한 잔, 무릎 위의 담요, 그리고 다시 하나님 앞에 앉아볼 수 있는 아침. 그 소소한 순간들이 저를 행복이라는 의미로 조금씩 적셔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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