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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세재활원 후기

2007.09.30 21:21

이동일 조회 수:323

  편견은 사회적 소수자, 약자에게 가해지는 보이지 않는 형벌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부인하는 사회에서 끊임없는 형벌을 받고 있습니다. 형벌은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벌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 형벌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르다는 죄목이 그들에게 가해지고 그것은 차별로 이어집니다. 이 불합리한 형벌은 그들을 이제까지 힘들게 했고, 앞으로도 힘들게 할 것입니다.

  나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나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배워왔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소수자, 약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못 되먹은 일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사회적으로 유통되고 내려져온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지불식간에 이 편견은 계속적으로 나로 하여금 그들에게 상처를 주게 한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 하나가 결국은 그들을 힘들게 하는 형벌이 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그런 형벌을 주는 기회조차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과 나는 아예 격리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나는 학교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꽃동네에 의무적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치매노인들이 머물던 곳으로 배정받아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밥을 먹여드리면서 3년 전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나는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요? 지금 되돌아보면, 나는 그 할머니를 마치 물먹는 하마처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밥풀이 입가에 묻고, 반찬의 일부가 떨어지고, 침이 할머니의 옷을 더럽히는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끼쳤었습니다. 묘한 이질감과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다는 생각이 기계적으로 할머니의 입에 밥을 가져가게 했습니다. 나는 온전한 기계팔이 되었습니다.

  그 때의 행동을 통해서 나는 내가 할머니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나의 멸시적인 시선과 배려 없는 손에 얼마나 힘들어하셨을까요? 그 할머니를 나와 같은 사람으로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내가 얼마나 큰 차별을 그 할머니에게 보여주었을까요? 다르다는 이유로 그 할머니를 멀리했던 내가 할머니는 얼마나 싫었을까요?
        
  나는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사람들과 똑같이 되어버렸습니다. 울진에서 대구로 전학 온 애라는 이유만으로 따돌리고, 무던히도 괴롭혔던 나의 친구들처럼 말입니다. 그 친구들 속에서 나는 시골 촌놈이라는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와 그 친구들은 달랐고 그래서 나는 편견과 차별 가운데 지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내게 크나큰 상처를 남겨주었습니다.

  저번 수련회 박지웅 목사님도 말씀하셨지만,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단어 자체가 말해주듯이 악은 평범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담당하는 책임자로부터 받은 일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그 일이 옳은지 아닌지도 생각하지 않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그 일이 많은 사람들로터 악행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한 일인데도 말입니다. 흉악한 악을 희대의 범죄자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저지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 밀그램의 실험이 비슷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나는 그런 면에서 일상적이고도 광범위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권위자와 합리화된 변명, 그리고 편견에 모든 책임을 떠넘겨버리기에, 악의적인 차별을 해도 나는 책임이 없습니다. 악행을 저지름에도 불구하고 지각조차 못합니다. 떳떳해합니다. 그것이 나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 편견을 없애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악의적인 선입견을 편견으로 고착화시키고, 소수자를 무의식적으로 차별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모든 편견을 한번에 없앨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오랜 시간에 걸친 점진적 임무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꾸준하게 내가 하고 있는 일상적인 일들과 성세재활원에서의 일들이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 고민해보아야 할겁니다. 그 고민없는 봉사는 또 다른 나의 편견으로 그들을 상처주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들과 맞닥뜨리는 일조차 없다면,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나와 다른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을까요? 나와 같은 사람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요? 또, 차별없이 그들과 어울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성세재활원에 가야한다는 의무감을 느낍니다. 좀 더 추상적으로 말하면 내가 가진 편견 속의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무감이기도 합니다.

  민규가 성세재활원에 가기전, 자기가 만나는 사람의 이름과 기도제목을 적어오라고 했지만, 저는 그만 적은 종이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음에는 잊어먹지 않고 적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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