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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한껏 높였던 런던 올림픽은 이제 역사의 저편으로 물러갔다. 지식 겨루기, 힘 겨루기, 기술 겨루기에는 항상 승자와 패자가 있다. 또한 땀을 흘린 만큼의 결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의 기대가 크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낸다고 말할 수도 없다. 게임에서는 일반인들의 예상을 빗나가는 일들이 항상 발생한다. 이런 의미에서 올림픽은 인간사의 허를 찌르는 한 편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처음 가졌던 '10-10'의 기대를 단숨에 뛰어넘어 세계 5위의 성적으로 세계인의 가슴속에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나라 대한민국에 대하여 각인시켰다. 유럽의 강호 독일과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단번에 제쳤으니 충분히 그러한 평가가 가능하리라.

우월 · 열등의식은 마음의 독
주어진 재능 · 삶에 감사해야



경기장에는 늘 승리자의 환호와 패배자의 슬픔이 교차한다. 상대평가의 게임에는 모두가 웃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웃을 수 있고 환호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성경 마태복음 25장에 달란트의 비유가 등장한다. 어떤 부자가 다른 나라에 갈 때에 그 종들을 불러 자기의 재산을 맡겼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각각 그 재능대로 한 사람에게는 금 다섯 달란트, 그다음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 세 번째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맡겼다. 그런데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과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그것으로 지혜롭고 성실하게 장사하여 또 다른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남겼다. 그런데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가서 땅을 파고 그 주인의 돈을 감추어 두었다. 오랜 후에 종들에게 달란트를 맡긴 주인이 귀국하여 그들과 계산할 때에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에게는 "착하고, 충성되다"는 칭찬을 하였다. 그리고 주인이 베푸는 즐거움에 참여하도록 축복하였다. 한 달란트를 받았던 자에게 주인은 "악하고 게으르다"는 책망을 하였다.

이 이야기는 상대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올림픽 경기와는 달리 절대평가의 원리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성별, 가문, 건강, 재능이 다른 존재로 이 땅에서 살아간다. 만약 어떤 절대기준을 정해놓고 사람을 평가한다면 금메달을 받은 한 사람은 웃을 수 있지만, 나머지는 패배자의 아픈 가슴을 지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 다섯 달란트를 더 남겨서 달란트를 맡겨준 주인에게 칭찬받았다면, 비록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달란트에 최선을 다하여 또 다른 한 달란트를 남겼다면 다섯 달란트 받은 자에 대한 칭찬이 있던 것과 동일하게 한 달란트 받은 자에게도 그 찬사와 축복은 적용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인생을 상대평가의 안목으로 바라본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인생을 절대평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상대평가의 안목은 현대판 레드오션(Red ocean)의 의식이라 생각한다. 절대평가의 안목은 블루오션(Blue ocean)의 희망을 가져다줄 것이다. 자신이 남보다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고 우월감에 도취되거나, 남보다 덜 가졌다고 생각하여 열등의식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면 결코 그 마음에 행복이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아무리 놀라운 재능을 소유했다 할지라도 더 가진 다른 사람에 대한 부러움의 마음이 지나쳐 상대를 원망하거나 적대시하게 되면 그것은 스스로의 삶에 큰 상처를 내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문제 중의 하나가 이구동성으로 계층 간의 갈등이라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구분되는 이분법을 단숨에 깨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비교하여 훨씬 더 경제가 낮았고 정치가 불안했던 때에 가진 사회구도가 이렇게 지구촌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경제의 비약적 발전과 국력의 신장을 경험하는 지금 과거의 미성숙한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코 지혜롭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금메달에만 신경 쓴다. 그러나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맡겨진 달란트를 소중하게 생각하여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 모두 인생의 경주에서 금메달 선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리 시대의 치유받아야 할 병은 상대를 자기보다 한 수 밑으로 생각하는 교만을 바탕한 우월의식과, 다른 사람이 늘 더 많이 가졌다고 자기비하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 열등의식이다. 우리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어두운 그림자인 교만과 패배의식을 과감하게 끊어 버리자.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우리 각자 인생의 대표선수이다.

출처 : 대전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