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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유감(遺感)

2017.10.20 12:34

2017. 1월호 날샘


소리 유감(遺感) 


  일전에 몸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어 뒷산을 올랐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때이니만큼 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습니다. 

땅에 떨어진 낙엽을 밟는 소리, 숲을 배회하는 바람소리, 이따금씩 들리는 이름 모를 산새소리.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산의 냄새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산이 간직하고 있는 고유한 냄새에 나의 모든 세포가 활짝 열려 있기를 기대하였습니다.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산을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나의 소박한 바램을 접어야 했습니다. 

산을 오르는 나를 향해 내려오던 아주머니가 휴대전화로 대중가요를 들으면서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왜 산을 오르는 아주머니는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스쳐지나가는 아주머니를 뒤로하고 얼마를 더 오르다가 연세 드신 남자분을 만났습니다. 그분 역시 흘러간 옛 노래를 들으면서 하산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이 인공에 오염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이 나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습니다. 

“왜 저 사람들은 자연을 찾으려고 산을 오르면서, 기어코 기계를 통하여 들려오는 소리로 귀와 마음을 채워야 하나?” 


  세미한 소리는 침묵의 지혜를 배운 사람에게만 허용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추구하지 않으면 어떤 소리도 귀에 담기지 않습니다. 

구도자의 마음으로 산을 올라야 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듯, 자연의 소리는 자연의 가치를 인정하고, 마음을 열 때 비로소 세미하고 그윽하게 다가오는 것을 압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인공의 소리로 꽉 차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차 소리 공사판에서 들려오는 갖가지 소리를 비롯한 헤아릴 수 없는 문명의 산물이 도시민의 고막을 끊임없이 울리고 있습니다. 


땅의 소리에 이미 익숙해져버린 나의 모습을 봅니다. 

자신의 소리에 매몰되어 있는 나의 모습을 봅니다. 


이제 2017년 새해, 종교개혁 즉 교회개혁 50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에 오직 주님의 음성으로 갈급한 내 영혼을 채우고 싶습니다. 표피적인 소리, 유행의 소리가 아니라 심원한 소리, 하늘의 소리, 생명의 소리로 내 심령을 울리기를 소원해 봅니다. 

어린 사무엘의 소원처럼! 


“여호와께서 임하여 서서 전과 같이 사무엘아 사무엘아 부르시는지라 사무엘이 이르되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하니”(사무엘상 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