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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0. 7 대전일보
오정호목사

중독의 대가(代價)



  좋은 습관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만, 중독은 영혼과 삶을 황폐시킨다.
좋은 습관은 오랫동안 의지적 결단을 통하여 몸에 배게 해야하지만, 중독은 크게 노력하지 않고서도 평생을 망칠 수 있다. 좋은 습관은 인격적 가치를 빛나게 하지만 중독은 당사자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망가뜨려 놓는다. 좋은 습관은 명문가문의 기초석이 된다. 중독은 멸문지화를 가져올 뿐이다. 이렇듯 중독은 개인과 사회를 지옥으로 끌고 간다. 가슴아픈 것은 삼천리 반도금수강산이 중독의 쓰레기장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질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강원랜드 카지노 방문객중 절반이 병리적 도박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되었다. 병리적 도박증세의 다른 말은 도박중독이다. 카지노 출입자의 76.3%가 도박중독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 무서운 일이다. 한탕주의에 압도되어 돈독이 올라있는 내 동포가 급속하게 늘어간다니 이 어찌 남의 일이라 할 수가 있을까!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로또와 주식에 ‘1년내 10억 만들기’를 목표로 퇴직금을 올인한 새파란 젊은이가 아버지와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다행히 아버지는 살고, 어이없게 그녀는 죽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은 이랬다. “아빠 5만원으로 마지막 로또복권 사요”

자살은 어떠한가? 지난 8월 국회에 제출된 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전체 자살자수는 1만 3005명이었다. 자살을 권하는 싸이트가 어디 한 두개인가? 부유층에서 빈곤층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자살의 음습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두려운 일이다. 더욱 가슴을 칠 일은 꿈을 이루기 위하여 현실의 장벽을 한창 돌파해야할 2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교통사고나 암을 제치고 자살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해외에서 전해온 소식치고는 한참 어이없는 소식이었다. 내용은 이러하다. 영국의 런던인근 한인동포들 밀집지역인 킹스턴에 한글로 된 음주운전금지 포스터(Don't Drink Drive)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영국사람이 한글을 알리 없으니, 주 계몽대상이 한인 동포임에 틀림없다. 영국 경찰은 “두 가지 언어 포스터제작은 영국 경찰사상 처음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단다. 오죽하면 영국 경찰이 한글로 된 음주운전금지포스터를 제작하였을까? 여기에서의 버릇은 해외에서도 남 못 주는 병임을 알만하지 않은가.

한국사람의 6대암(폐암,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중 그 으뜸은 폐암이다. 여타 암의 추궁을 불허한다. 그런데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 흡연임을 알고 있는가?
담배는 암의 원인중 20여년 동안 가장 높은 암 사망에 역설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담배는 80~90%원인 제공하는 폐암뿐 아니라, 구강암, 방광암, 신장암, 위암, 자궁경부암의 직간접원인이 된다. 우리나라 남성의 흡연율은 OECD가입 국가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불명예의 제왕인 셈이다. 더욱 섬뜩한 것은 중고등학생들중 흡연율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이미 신선도가 떨어진 공개된 뉴스감이다. 담배를 접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극악한 유전자 손상이 일어날 위험이 따른다는 연구보고이다. 이로 보건대 “흡연은 의존성 정신질환이며, 흡연자는 흡연환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는 학자들의 견해가 가슴을 후벼판다. 담배는 마약이며 독약이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다. 공공장소의 흡연은 마치 공중목욕탕 물 속에 대소변을 보는 것과 같다”는 진술은 흡연이 공공의 적임을 만천하에 고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중독의 원인을 부모나 사회에 돌린다. 어떤 이는 경기의 침체에 돌리기도 한다. 중독은 사막에 모래바람 불 듯 사회전반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도 하기에 일견 타당한 면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결과로 너무도 큰 값을 치루어야 하기에 타인과 사회에 이유를 전가하기에는 논리적인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독의 메카니즘은 자신의 윤리적 결단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이 기계나 동물과 다른 점은 윤리적인 선택을 결단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수용하는 구성원이 많은 사회는 발전의 소망이 있다. 그러나 중독의 원인을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찾으려는 미숙함이 보편화된 사회는 미래가 어둡다.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던져버리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내 돈 벌어서 내가 쓰는데 웬 참견이냐” “내 몸 내가 버리는데 웬 성화냐”고 핏대를 올리는 이가 있다면 진정한 동포애가 무엇인가를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야 할 것이다. 이기성이 이타성을 옥죄는 사회는 이미 병든 사회이다. 한겨레 민족공동체를 건강하게 세우는 일은 국민의 영광스런 특권이며 동시에 무한책임을 자각하는 이들에 의하여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 며칠 사이에 국정전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하나는 몸에 대한 중독이 아니라 사상에 대한 중독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는 시각의 차이가 벌어져도 너무 벌어진 느낌을 지울수 없다. 몸에 술기운이 뻗치면 정도를 걸을 수 없듯 사상이 편향적 이데올로기로 채워지면 역사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도, 열어갈 수도 없다. 몸과 마음이 중독되지 않은 깨끗하고 건전한 내 동포들이 이끄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몸과 마음이 독약으로가 아니라, 이웃사랑으로 채워진 사람의 대열에 나 또한 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