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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간에 두 권의 교회50년사 책자를 선물 받았다. 평소 존경하는 서울강남교회 송태근 목사님과 인천계산교회 김태일 목사님의 마음 담긴 선물이었다. 우리교회는 아직 2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역사 깊은 교회에서 묻어나오는 영적 체취를 체험할 수 있음이 남다른 축복으로 다가왔다. 읽어가면서 면면에 담겨있는 성도들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연단과 도약의 흔적이 내 가슴에도 전달 되어옴을 강하게 느꼈다. 오늘의 교회 모습으로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교우들이 익명의 봉사를 감당했을까? 우리나라와 교회의 역사의 대 전환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복음으로 산다는 것은 과연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질문에 따라 나의 생각의 화면은 연속적으로 바뀌었다.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살지만, 삶과 사역의 양상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그런데도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정치인들은 입버릇처럼 자신이 저질러 놓은 일에 대하여 비난을 살짝 피하거나, 무마하기 위해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라는 주장을 한다. 사안에 따라 가치 판단을 단정짓기에는 모호한 불분명한 사각지대가 있음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평가를 결코 자기 땜질식 안전지대나 핑계거리로 사용하기에는 너무도 무겁고 크다. 인간사 유유히 흐르는 역사 앞에서 옷깃을 여미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동료 목사님들이 역동적으로 목회하는 현장을 여러 행사사진과 해설 또한 회고와 분석을 통해 들여다보면서 내 목회인양 덩달아 마음까지 기쁨에 젖었다. 건실한 목회관을 소유한 목회자들과의 교제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감사로 다가왔다. 오늘의 열매가 아름답다는 것은 어제 흘려야할 눈물과 땀을 거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지금의 풍성함은 과거 어느 시점에 씨앗하나 대지에 파종하여 뿌리내리고 줄기와 가지 뻗어 꽃피워내고 열매 맺는 창조의 순리에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응답한 결과이리라.


최근 온통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교계소식의 일번지는 교회 분쟁이다. 전임목회자와 후임목회자의 갈등이 용암이 터쳐나오듯 온통 한국교회 성도들과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목회의 대립과 갈등 구조는 언제쯤 종지부를 찍으려나 궁금해진다. 담임목회자의 성공을 향한 영적 조급증과 성도들의 안일함이 맞물려 이루어놓은 추문이 결코 한국교회의 자화상이 될 수는 없다. 누가 보든지 반듯하고, 투명한 교회와 성도의 모습이라면 보여 주는 이나 보는 이나 얼마나 상호축복이 될 것인가? 한국교회의 영광회복은 역사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는 열린 의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어제의 역사를 부정하면서 오늘을 진단할 수 없고, 오늘의 진단이 없으니 미래를 꿈꿀 수도 없지 않겠는가?

교회 50년사 두 권 자체의 종이무게도 보통이 아니려니와, 그 속에 담긴 주님과 복음 그리고 잃어버려진 영혼을 향한 사랑의 무게를 어찌 가볍다 말할 수 있을까?
하나님의 지문이 찍혀있는 목회현장을 이루고 싶다. 우리교회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이들에게 감동의 전율이 있는 양떼사랑을 실천하고 싶다.
몸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기록하고 싶다.
하나님의 사랑과 인도하심의 강력하고도 섬세한 지문이 처처에서 확인되는 목회의 행복을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