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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기철 목사님이 그립습니다


이 가을 주기철 목사님이 눈물겹도록 그리워진다.
일제의 신사참배를 위한 수많은 회유와 협박과 고문속에서도 순결한 영혼과 고상한 신앙인격을 끝까지 놓지 않은 목사님은 1944년 4월 21일 금요일 밤 냉기가 가시지 않은 평양감옥에서 그렇게도 사모하던 주님의 품에 안기셨다. 목사님의 육신의 나이 만47세였다.  
주목사님은 순교정신의 거룩한 발자취를 오고 오는 한국교회에 남기고 떠났다.
그의 순교의 이면에는 변절한 평양노회원들의 추악함과 비겁함이 도사리고 있다. 태양신에게 무릎 꿇은 목회자들의 자기 합리화와 뒤틀린 신앙관을 직시하면서 목사님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늙으신 어머니의 애절한 눈물과 결혼이후 변변한 가족간의 오붓한 시간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린 자녀들을 뒤로 두고 떠나는 목사님의 발걸음의 무게가 내 마음에도 전해져 온다.


주님을 사랑하였기에, 조선의 교회와 성도들을 사랑하였기에 담임했던 산정현교회의 양떼들을 가슴으로 끌어안았기에 목사님은 순교라는 형극의 길을 온 몸을 던져 나아갔다. 순교하던 날 목사님은 주님의 부르심을 의식한 듯 “내 살아서 감옥 밖을 나갈 것을 기대하지 않기에 어머님과 어린 자식 들을 부탁하오. 내가 하나님 나라에 가서도 산정현교회와 조선교회를 위하여 기도하겠소. 나의 죽음이 한 알의 썩은 밀알이 되어서 조선교회를 구해주기를 바랄 뿐이오!” 최후의 면회시간 오정모 사모님께 남긴 유언이었다. 면회를 끝내고 쇠잔한 몸으로 간수의 등에 업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재촉하던 목사님은 사모님을 향하여 뒤돌아보면서 한 말씀을 하셨다. “여보! 나 따뜻한 숭늉 한 그릇을 먹고 싶은데…”

잠시 잠깐이라도 신사참배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주목사님은 초라한 숭늉 한 그릇이 아니라 산해진미를 풍성하게 누릴 수 있었으리라.
단 한 번만 왜곡된 교권주의자들을 눈 감아 주면 그의 육신은 편안함을 보장 받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주기철 목사님은 그 결정적인 순간에 주님 편에 서기로 결단 하였다. 그는 한순간 신앙과 양심을 파는 편에 서기보다 오히려 영원한 세계를 바라보며 하나님의 진리편에 서기를 원하였다.

작년 90회 총회는 침묵중에 있던 절대다수의 총대들이 한마음으로 우리 총회가 바로 세워져야 한다는 총회 사랑의 마음이 분출된 현장이었다. 어떤 노회에서 제기한 몇 몇가지 안건 때문에 얼마나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가 거룩한 분노와 함께 속 앓이를 했던가!
그때 총대들은 마치 주기철 목사님처럼 총회의 영적 순수성과 순교자적 정신을 계승하기로 결단하였다. 신앙양심의 승리였다.
총대들은 자신이 섬기는 교회가 은혜가운데 부흥 발전하기를 간구하는 것처럼 한마음으로 우리 총회가 주님의 은총 속에 그 성결함과 거룩함을 지켜내기를 원하였다.
그 결과 총회 마지막 날 몇 몇 총대들의 야심과 술책이 모두에게 드러나버린 현장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지난 봄 4월 17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측) 평양노회가 주최한 역사적인 모임이 있었다.
이름하여 “한국교회의 신사참배 결의와 주기철 목사의 순교와 관련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평양노회의 참회의 예배”였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모임이었다.
그 자리에서 노회원들과 참석자들은 과거 신사참배 결의를 회개하고 평양노회 선배 목사들에 의하여 제명처분당한 주기철 목사님을 복권하고 참회하였다. “우리 평양노회는 우리 노회의 불의와 죄를 참회하고 고백하면서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고 우리의 참회와 고백을 듣는 모든 교회와 민족 앞에 슬픈 마음으로 용서를 간구합니다. 또한,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으로 인하여 순교를 당하고 상처와 고통을 입은 주기철 목사님과 그의 유가족, 후손 여러분과 평양 산정현교회 성도들에게도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우리의 참람한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구합니다.” 선배들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알아 눈물로 회개한 아름다운 모임이었다. 참회는 자기반성의 용기를 바탕으로 한다.


지난 총회이후 우리 총회의 영적 질서를 혼잡하게 하고, 팥죽 한 그릇에 기독자의 품위를 던져버리고, 교단의 순교자적 정신과 성결함을 훼손한 무리들과 어울린 사람들이 자신의 옷을 찢으면서 회개했다는 소식을 전혀 들을 수가 없음은 어찌된 일인가.
오히려 기세등등하여 우리의 신학과 신앙의 정통성을 수호하는 보루인 총신 신학대학원 교수들의 심장을 향하여 고소고발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노리는심사인가? 한국교회와 총회를 사랑하는 이들 모두가 통분한다. 이러한 우리 총회의 현실을 바라보며 일사각오(一死覺悟)로 몸을 던져 한국 교회의 영적 순결을 지켜내었던 주기철 목사님이 그리워진다.

“주기철 목사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금번 91회 총회현장에서도 수많은 제2, 제3의 주기철을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