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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받는 지도자

2006.12.26 20:42

신뢰받는 지도자


“선거는 하루에 이루어지지만 지도자는 결코 하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서 이 말이 곱씹어지는 이유를 국민 모두는 알고 있다. 지도자다운 지도자, 리더다운 리더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교계와 나라가 여러모로 어려웠던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마음속에 각인되는 질문은 “나는 신뢰받고 있는 지도자인가?”이다.

최근에 목양실로 인사 온 교우에게 금주 내로 심방하려는 계획을 말해 주었다. 그 후 시간을 쪼개어 가깝지 않은 걸음을 하였다. 담임목사를 보자 그 교우의 첫 반응은 “목사님께서 이렇게 빨리 방문해 주시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였다. 그 말은 방문에 대한 반가움의 표현으로 받아들였지만, 한편 지나가는 인사치레로 생각했는데 막상 일이 이루어짐에 대한 솔직한 속내의 표출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목사의 약속을 은행에서 발행한 보증수표에 견줄 수 있을까?
신뢰는 지도자의 생명이다. 신뢰가 깨어지면 전부가 깨어진다. 신뢰에 금이 가면 관계에 조종(弔鐘)이 울리는 것이다. 목회리더십이든지, 정치리더십이든지, 신뢰가 무너지면 그 순간 지도력은 정지된다. 권한을 많이 부여 받으면 받을수록 종이호랑이에 지나지 않게 된다. 지도자의 말에 대한 믿음이 따르지 않으면 그 말은 공해이다.

그동안 한국교회 교역자와 성도들은 한국교회 선교초기와 고난기 그리고 부흥기에 한국교회의 견인차적 사명을 감당했던 순교자적 희생의 지도력의 후광을 덧입고 달려왔다. 민족의 아픔을 함께 짊어지고 공생의 관계를 열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국민은 한국교회에 대하여,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국교회 지도자들에 대하여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가 우려해왔던 한국교회사의 비극의 장이 펼쳐진 것이다. 그 결과 지난 10년(1995-2005) 동안의 한국교회의 성적표는 내어 보일 수 없는 참담한 것이었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총체적인 부실이 그 본모습을 드러내었을 뿐이었다. 한국교회를 향한 국민의 사랑이 일방적으로 식은 것인가? 아니면 한국교회가 일방적으로 국민들을 향하여 젊은이들의 표현대로 배신을 때린 것인가? 신뢰를 상실하도록 한 원인제공은 우리에게 있었다. 교회지도자의 인격과 사역의 격이 사회지도자보다 나았던가? 기독교지도자들의 언행심사가 타종교 지도자들의 언행심사를 압도할 만한 영성과 실천성이 뒷받침되었던가? 이 따가운 질문 앞에 설 때 왜 이렇게 조심스러워질까?
지금 한국교회의 지도자상은 극상품의 포도를 심었는데 들포도가 맺히는 형국이 아닌가 우려된다. 신뢰가 떨어지면 찬사는 비난으로 바뀌게 되고,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대신 자리 잡게 된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교회는 민족의 심장이기에 교회가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교회가 무너지면 나라에 변고가 생긴다. 교회는 민족의 정신과 사회 윤리성의 바로메터(barometer)이다.
복이 되는 지도자의 첫걸음은 신뢰회복에 있다. 복이 되는 교회의 필요조건은 이웃이 믿어줄 수 있는 성경적인 공동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사회가 교회에 러브 콜(Love Call)할 수 있도록 교회는 사회에 감동을 안겨주어야 한다.
신뢰는 오랫동안의 투명성(Transparency)과 공개성(openness) 그리고 순전성(integrity)의 결과이다. 신뢰는 한 번의 재미있는 이벤트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신뢰의 출발은 회개이다. 말세교회의 반면교사로 제시된 라오디게아 교회는 교회의 건물과 제도와 조직은 완벽했지만, 교회의 교회됨을 담보하는 예수님을 문밖에 세워두고서도 전혀 감각이 없었다. 오히려 오만방자하게 큰소리치며 자기만족이라는 화려한 옷과, 자기교만이라는 변질된 신앙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영혼이 움직이는 회개 없이는 삶의 변화는 나타날 수 없고, 삶의 변화와 생각의 새로워짐이 없이는 신뢰회복은 요란한 구호로만 그칠  뿐이다.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의 장을 펼쳐 내었던 1907년 평양 대부흥운동이 마음을 찢는 눈물의 회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회개하는 지도자는 산다. 자신도 살고 남도 살린다.

세월은 빠르고 기회는 속히 지나간다. 교회와 민족에게 독이 되는 지도자가 아니라, 복이 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한 번 더 자신의 죄악을 뉘우치는 처절한 자기부인의 애통의 눈물과 오직 하나님의 긍휼을 간구하는 거룩한 용기의 손을 높이 들어야 하리라.
인생과 교회의 영원불변한 지도자이신 주님을 더욱 가까이 따르고 싶다. “예수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히 13:8)

주여, 목사다운 목사되게 하옵소서!
주여, 성도다운 성도되게 하옵소서!
주여 신뢰받는 한국교회되게 하옵소서!
주여, 주의 긍휼 한국교회에 부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