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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이 그립다

2005.09.10 11:34

  1453년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은 동양과 서양의 정치적, 사회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대변혁을 일으키는 단초(端初)가 되었다. 동로마제국의 영광으로 이름 높았던 성 소피아 대성당은 점령군주 술탄 메메드2세의 손에 의해 강제로 이슬람의 모스크로 개조되는 수모를 당했다가 정말 오랜 시간이 흐른 후 1935년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1000년의 영광을 더 누렸던 비잔틴제국은 역사의 저편으로 쓸쓸하게 사라지고, 그 대신 온통 회교의 모스크를 상징하는 뾰족탑(미나렛)만이 옛 기독교성지를 지킬 뿐이다.
필자는 터키를 방문하여 이스탄불의 옛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비감에 젖어듦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콘스탄티노플의 자랑이자 막강했던 삼중(三重)성벽이 대포의 공격으로 눈물겹게 무너지고 난 후 550년 동안 영적으로 초토화된 현장을 밟으면서 누구인들 아무 감각이 없겠는가?
성벽의 기능은 외부로부터의 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일이다. 동시에 성안의 사람들의 생명과 재화를 보호하고 보존하는 일이다.
전투가 벌어지면 제일 먼저 성문이 공격을 받는다. 이어서 약한 부분에 집중공격이 이루어진다. 성문이 열리면 그 성의 생명은 더 이상 지탱될 수 없다. 벽이 무너지면 역사의 보존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성벽이 무너지는 것은 공격자에게는 영광이지만 성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수치와 멸망뿐이다. 오늘도 수많은 무너지는 성벽의 소리를 듣는다. 가치의 성벽, 가정의 성벽, 미풍양속의 성벽, 윤리의 성벽 그리고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의 성벽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다. 성벽이 무너지는 것은 필연 역사의 단절로 이어진다.

둑이 무너지고 있다.
양심의 둑이 무너지고 있다. 상식의 둑이 무너지고 있다. 교회와 세상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돈 때문에 신앙의 둑이 무너지고 있다. 뉴 올리언즈의 폰차트레인호수 둑이 무너지는 것처럼 곳곳에서 무너짐이 계속되고 있다. 육지와 호수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둑이 무너지면 사람의 설 자리는 사라지고 만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생들과 교수들이 힘을 합하여 둑이 무너지는 것을 안간힘을 써서 막아보려 하고 있다. 신학도인 저들의 뛰는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무너지는 둑을 세우려고 한다. 선배들이 보기에 얼마나 안타까운 모습인가? 교수들이 보기에는 얼마나 애타는 모습인가?

임진왜란당시 원균이 무너뜨린 조선의 함선중에 남은 12척을 가지고 다시 일어났던 충무공 이순신처럼 내부의 부패와 외부의 도전을 홀연히 서서 막아내는 이시대의 성벽이 필요하다.
조국의 무너진 성벽재건을 위해 눈물로 기도했던 느헤미야의 리더십이 그립다.
성벽 같은 사람, 둑 같은 사람, 성벽을 재건하는 사람이 없는 시대는 흑암의 시대일 뿐이다. 흑암을 떨치고 진리의 깃발을 높이 들어 빛을 비출 사람이 그립다.


“이 땅을 위하여 성을 쌓으며 성 무너진 데를 막아서서 나로 멸하지 못하게 할 사람을 내가 그 가운데서 찾다가 얻지 못한고로 내가 내 분으로 그 위에 쏟으며 내 진노의 불로 멸하여 그 행위대로 그 머리에 보응하였느니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 (에스겔 22: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