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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나의 주치의

 

『너를 도우리라』(조현삼)을 읽고

 

 

 

 

요즘 들어 부쩍 우울해 있는 내게 남편이 노란색 표지의 책 한 권을 건네주었다. 우리 집 식탁 위 한켠에는 남편이 줄을 쳐서 놓아둔 책들이 쌓여있다. 쌓여만 가는 책들 맨 위에 놓일 뻔했던 이 책을, 평소 존경하던 조현삼 목사님이 저자인 까닭도 있지만 왠지 바로 읽어야겠다는 이끌림에 순종하는 맘으로 받았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 떨림이 느껴졌다. 심장이 살짝 조이듯 아픔이 느껴졌다.

한 파트 한 파트를 넘길 때마다 나를 우울하게 하고 괴롭게 했던 사람들과 상황들이 책 속에서 3D 영상처럼 마구 튀어나왔다. 항상 밝게 보이는 겉모습 속에 감추어진 우울함이 낱낱이 스캔 되어 하나님 앞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다 지난 일이라고,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소리 없는 눈물이 닦아낼 겨를도 없이 펑펑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성령 하나님의 만지심이 느껴졌다. 언제나 내 곁에서 나와 동행하셨던 하나님의 우울 처방전이 내 손에 쥐어졌다.

 

 

감사와 우울 사이

2009년 12월, 초등학교 3학년 둘째 아들 다빈이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1년간 수술과 방사선, 항암치료와 두 번의 이식을 수많은 성도들의 기도와 격려를 받으며 은혜 속에 마칠 수 있었다. 오르지 못할 산을 정복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기에 정신을 차리고 겸손히 근신하며 기도해야 함을 마음속 깊이 다짐했었다. 왜냐하면 아들의 치료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사랑에 덧붙여 마음 상하게 하고 낙심케 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 감사와 우울 사이에서 나를 줄다리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개척한 지 3년이 지나갈 즈음 조금씩 성장하고 세워져 가던 교회에 던져진 아들의 소아암 발병은 교회를 초토화시키는 핵폭탄이 되기에 충분했다. 아들을 간병하느라 교회를 제대로 섬길 수 없는 사모의 빈자리와 근거 없는 소문들로 인해 흩어지는 성도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들의 아픔과 가족처럼 늘 지켜줄 것 같던 성도들을 잃은 상실감이 나를 우울 속으로 밀어 넣었다. 모든 것이 내 탓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계속 우울 속에 갇혀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셨다. 나를 우울 속에서 건져내려 때를 따라 돕는 처방을 얼마나 기막히게 내리셨는지 모른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고 감탄했던 이유가 하나님께서 우울한 나를 처방하셨던 방법들이 책 곳곳에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해석이 필요한 이유

마음 상할 일 많은 세상에서 상처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책은 상처를 덜 받고 살 수 있는 길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알려 준다. 그중에 내게 적용되었던 방법 하나가 아이의 소아암 발병이 나의 죄의 결과라고 해석하지 않으려 애쓴 것이다. 우리 아들이 치료받던 소아암 병동의 부모들은 아이의 아픔이 자신의 과거 죄의 결과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처음에 잠시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주께서 말씀을 통해 내게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깨닫게 해주셨다. 모든 일은 다 해석의 과정을 거치는데 말씀에 근거한 해석은 가장 정확한 해석이요 응답임을 알고 있었다. 평소 말씀을 가까이하려 애쓰고 말씀으로 기도하는 훈련을 하였기에 위기의 순간에도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말씀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다.

말씀의 능력은 참으로 놀라웠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치료에 대해 아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말씀의 힘을 경험했다. 순수한 믿음을 가진 10살짜리 아들이 어느 날 물었다.

“엄마,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신다면서 왜 저에게 이런 큰 병을 주신 거예요?”

나는 언젠가 아들이 이 같은 질문을 하리라 짐작하고 기도하며 아들에게 지혜롭게 대답할 말을 하나님께 구했다.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셨다.

“네가 아픈 것은 너의 잘못도 아니고 하나님이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야. 시시한 병에 걸렸다가 나으면 아무도 안 믿지만, 너처럼 큰 병에 걸렸다가 나으면 하나님이 고쳐주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네가 하나님 나라의 대표선수로 선택된 거야. 국가대표선수는 나라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게 되면 선수는 나라를 빛내는 것이고, 나라는 메달 딴 선수를 높여주는 것처럼 다빈이가 치료를 잘 받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 하나님께서 우리 다빈이를 귀하게 사용해 주실 거야~ 널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힘들어도 열심히 치료받자!”

엄마의 말에 어린 아들은 “네! 엄마, 제가 잘할 수 있도록 더 많이 기도해 주겠다고 약속해 주세요”라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덕분에 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벽마다 한 시간씩 더 일찍 일어나 기도해야 했다. ^^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뻔했던 상처의 자리에 하나님을 넣고 재해석함으로 무섭고 두렵던 치료과정이 오히려 아무것도 염려할 것 없는 일로 전환 되었다. 그 결과 주님의 평강이 나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게 하셨다. 또한 내게 임한 은혜의 평강이 흘러 다른 환아 가정들을 섬기게 하고 연합하여 기도할 수 있는 힘도 주셨다. 연합하여 기도했던 가정의 아이들이 모두 기적처럼 치료과정을 함께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어둡고 꽉 막힌 동굴처럼 보이던 환경이 언젠간 빠져나갈 수 있는 터널로 보이게 하신 것이다.

 

 

소설 그만! 기도 시작!

모든 치료를 마치고 나서도 한동안 근심이 나를 맴돌고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근심은 정말 우울의 뿌리다. 3~4개월마다 찍는 MRI 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마다 재발에 대한 근심으로 긴장되는 시간을 보냈다. 학생이 시험을 치르고 성적표를 받을 때처럼. 때때로 결과를 느긋이 기다리지 못하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소설을 쓰곤 했다. 결과에 대한 별의별 상상을 다 해가며 우울해하는 근거가 사실이 아닌 나 자신이 만들어낸 근심 소설을 말이다. 한참 사춘기에 접어든 큰아들이 좀 늦게 들어온다 싶으면 아들의 행방에 대해 어느새 염려 소설을 쓰고 있다. 내일 일을 위해 오늘을 염려하면 오늘을 빼앗기기 때문에 내일의 염려는 오늘을 빼앗아 가는 도둑이라는 목사님의 글에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기도해도 모자랄 판에 소설이라니….

근심이 마음을 건드리며 소설 쓰고픈 유혹을 만들 때, 우리는 근심과 기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근심하는 미래는 절망적이고 기도하는 미래는 희망적이다. 우리가 할 일은 기도하는 일이고, 우리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시는 일은 하나님의 일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이 책은 말한다. 이것이 우리가 소설 쓰는 것을 멈추고 기도해야 할 이유다.

 

 

내 삶 속에 행하신 하나님의 일 기억하기

두려워서 우울할 때 이전에 하나님께서 내 삶 가운데 행하셨던 일들을 기억하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우울에서 벗어나게 된다.

정말 그렇다. 아들의 이식을 위해 조혈모세포를 모으는 몇 시간이 며칠처럼 길게 느껴지던 오후에 일어난 일이다. 그 당시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홀로 막연한 불안함과 두려움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 오직 하나님밖에 의지할 곳이 없었다.

하나님은 그런 내 모습이 무척 안타까우셨는지 내게 천사를 보내 주셨다. 나를 만나러 온 천사는 나를 전혀 만난 적이 없는 분이었다. 우연히 둘러본 우리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아들의 아픔을 알고 중보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성령님께서 찾아가 위로하라는 강한 마음을 주셨고 그 이끌림에 순종함으로 찾아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나를 어느 한순간도 그냥 내버려 둔 적이 없으셨던 하나님의 메시지였다. 그 일 이후 아들의 치료과정 중 위기의 순간을 만날 때마다 천사를 보내어 나를 위로하셨던 하나님의 일을 묵상했다. 넉넉히 견디고 이길 힘이 생겼다. 치료가 끝난 지금도 쓸데없는 걱정과 염려,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흔들고 지날 때면 하나님이 내 삶 가운데 행하셨던 일들을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감사와 기쁨 속에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울 유발 도식을 행복 유발 도식으로 바꾸기

책 본문에 나오는 우울 유발 도식은 정신 의학자 아론 벡의 이론에서 나온 도식이다. 이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은 자신과 세상과 미래에 대한 ‘인지’가 잘못되어 자신과 세상, 미래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오류를 수정해 주면 우울증이 치료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경적인 해결책은 우울 유발 도식을 행복 유발 도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인지를 해석하는 파트너 자리를 내가 아닌 예수님으로 바꾸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대화하며 해석하면 항상 기쁨을 유발하는 해석을 하게 되고, 예수님과의 대화가 기도이기 때문에 쉬지 않고 기도하게 되어,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행복을 유발하는 해석 패턴의 필수사항 두 가지를 습관처럼 덧붙이면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해 시험에 들지 않고 늘 행복을 유발하는 해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두 가지는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과 ‘하나님은 나를 위하신다’이다.

 

 

행복자로 살아남기

모든 사람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매일 근심과 걱정, 불안과 두려움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모들은 사모로 살아야 하기에 감당해야 할 남다른 스트레스가 있다. 나 역시 성령 충만을 무기로 이겨낼 때도 있지만 그저 맥없이 주저앉아 자신을 탓하며 우울에 빠져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내게 일어나는 일을 우울 유발 도식으로 해석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젠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어떤 일과 사람에 대해 행복 유발 도식으로 해석하기 위해 정말 애쓰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우울 상태를 확실히 진단받았다. 대처할 수 있는 지혜도 얻었다. 이 책을 받아 들었을 때부터 이미 치료는 시작되었다. 이제 우울모드에서 행복모드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우울과 친한 사모님들에게는 치료제가 되고 우울 주변에 서성이는 사모님들에게는 예방주사가 될 책이다. 이 책을 읽게 될 사모님들도 완벽한 하나님의 우울 처방전이 처방해준 약을 빠트리지 말고 열심히 먹어서 우울이 자리 붙일 수 없는 행복자로 살아갈 야무진 꿈을 이루길 기대한다.

 

 

 

글/김동숙 사모

남편 정영석 목사와 경기도 파주의 주마음교회를 개척하여 섬기고 있으며 2남의 자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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