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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주머니>

 

지능이 높고 교감이 잘 되는 회색앵무새는 가까운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을 듣고, 그 말을 마치 작은 보물처럼 말 주머니에 차곡차곡 담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그 주머니 속 말을 꺼내어 반복하고 소통하며 살아갑니다.

얼마 전, 찬양을 부르고 주기도문을 외우며 기도를 읊조리는 회색앵무새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참 따스하고 선한 것들이 많았지요.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크게 제 마음에 남은 것은 앵무새의 주인이었습니다. 아마도 주인은 평소에 기도하는 모습과 따뜻한 말, 선한 행동으로 이 작은 생명에게 자신의 삶을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문득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 말 주머니에는 어떤 말들이 담겨 있을까?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말 주머니에는 내가 전해주는 어떤 말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까?

말은 한 번 흘러나오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더욱 조심스럽고도 귀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깨끗하게 몸을 씻고 집을 청소하듯, 내 말 주머니도 날마다 정결하게 가꾸어야겠다는 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결혼 전 긴 교제의 시간부터 지금까지, 남편이 하루도 빠짐없이 해주는 아침 첫 인사가 있습니다.

“사랑하고 축복해요.” 서로에게 건네던 이 축복의 말이 이제는 우리 아이들까지도 함께하는 가족의 인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말 주머니에 사랑과 축복의 말이 담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또 하루를 여는 이 짧은 인사가 제게는 은쟁반에 금사과 같은 귀한 말입니다.

내 말 주머니와 내 입술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하나님 보시기에 선하고 합당하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분별의 지혜로, 때로는 따뜻한 침묵을, 때로는 포옹 같은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