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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코로나 Story- 감사를 찾아서!

2022.04.05 22:13

김지엘 조회 수:380 추천:22

Story 1

둘째가 확진된 건 이틀 전이었다.

어제 아내와 함께 입원을 했다.

양성판정이 신기하다며 당시에는 병원놀이처럼 여기던 아이가 시간이 지나자 울먹이며 여러차례 구토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내 심장도 녹아내리는 듯 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큰 딸을

할머니가 부재한 상태인 할머니 집에 홀로 격리를 시키기로 했다. 혼자 자본 적이 없는 아이를 홀로 남겨두고 나오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망설였다. 어머니가 혼자 지내시는 집-

어머니를 뵈러 갈때엔 늘 포근하고 정겹기만 한 동네가

딸아이만 두고 떠나려니 완전 할렘가 처럼 느껴진다. 담배물고 있는 동네 청년들이 왠지 불량배로 보인다. 두어바퀴 돌며 위험한거 없는지 살피고 나서야 매우 찝찝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나는 최근에 목이 좀 좋지 않다.

이 일이 벌어지기 이전부터 이미 성대가 부어있었다.

2개월 정도 지방다니며 현장강의가 많았고, 코칭도 재택근무하며 많이 진행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목에서 전해지는 거북함과 통증이 있다.

오늘 아침은, 기분 탓인가. 더 아픈것 같다.

아내와 둘째가 염려된다.

기도 밖에 없다.

어머니집과 내 집을 소독하기로 한다.

약국에 가서 코로나 소독제를 구입한다 - 지금 소독이라 하기엔 너무 늦은거 아닌가. 허나 혹시 모르니...

언제나 불안함은 돈을 쓰게 하는 강력한 동기!

기왕이면 비싸고 좋아보이는 걸로 Pick!

사실 비싼거나 싼거나 성분은 같다.

집을 오가며 열심히 소독을 한다. 화장실, 문고리 등... 두세번 칙칙 뿌리며 바이러스가 살균되는 상상을 한다.

내 안의 이런저런 부정적 생각들도 함께 살균되길 바라는 마음이 스민다.

주님께서 내 게으름과 연약함 바이러스들도 함께 없애주시는 상상을 하며 열심히 소독한다.

장갑을 준비했을리 없다. 살균약이 손에 많이 닿았나보다. 손등이 거칠다.

급하고 서툴고 거친 마음의 나를 보게 된다.

 

큰 딸아이와 PCR 검사를 받으러 가는길!

좀 이른 시간인지 줄 선 사람도 별로 없다

방호복 입은 분들께서 현장감 있게 안내해주신다.

큰 아이와는 일이 터진 당일, 이미 일반병원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했었다.

오늘도 주민번호와 주소, 폰번호를 함께 쓰고 입력하고를 반복한다. 그제보다 신속하다. 호흡도 잘 맞는다.

큰 아이와 나는 함께 검사받으러 다니는 검사동지!

"또 찔러보자"

묘한 기대와 긴장감이 섞인 그 곳을 뒤로 하고 나오는데...

"뭐양. 날씨 넘 좋앙"

큰 아이의 콧소리가 평소보다 농도가 짙다.

코 속이 얼마나 헤짚혀졌길래..ㅋㅋ

"앙... 벚꽃 다 폈넹. 어쩔꺼양.."

내 콧소리도 만만치 않다.

내 코 속도 피맛이 날 정도라, 비음이 어마어마 한거다 ㅋㅋㅋ

속도없이-

4월이구나. 날씨가 기가막히고, 봄내음도 향긋하다.

 

 

Story 2

둘째와 아내가 입원해 있는 어린이 전문병원은 면회가 안된다. 간호사님들도 모두 방호복을 입고 있다.

난 방호복 입은 의료진을 볼때마다 감사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낀다. 그냥 의료진들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어린아이가 되곤한다.

면회 안되고 들어오지 말라는데

무의식적으로 빠꼼하고 고개를 들이밀었다가 호통소리를 듣고는 기겁을 해서 계단으로 점잖게 도망치기도 했다. 완전 새가슴 ㅋ

마흔 중반이 된 나이에도 혼나고 도망가는 일이 있다니...

몇호 누구네 보호자(아빠)라는 소리 안나오게 얼굴을 가렸다.

근데 다 알겠지 ㅋ

아내와 둘째를 그 곳에 두고 내가 마음이 편할리 없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둘은 내게 먹고싶은거,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 달라는데,

준비하는 과정이 꽤나 바쁘다.

둘을 위해 바쁜 것이... 편치 않은 내 마음에 적잖게 위안을 주더라.

먹고 싶은게 많다는 건 희소식이다. 과자고 과일이고 할 것 없이 다 사다 준다.

아내와 둘째가 입맛이 있으니 참 감사하다.

네 다섯군데를 들르더라도 꼭 먹고싶은걸 사다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빠 최고'라는 말까진 아니어도, 아픈데 서러운 마음까진 들게 하고 싶지 않아-

돌아오면 깨끗한 집에서 쉬게 하고 싶어서 왠만한 집안일도 모두 해놓는다

오늘 오전에 아내가 양성이 되었다.

아내가 링겔을 꼽고 환자복을 수령했다고 한다.

어린이 병원인데 엄마를 위한 환자복도 있나보구나...

이제 둘째는 링겔을 뺐다고...

선수교체된거네.

길어지겠구나...

 

 

Story 3

내가 섬기고 있는 교구의 순장님들에게 아내와 아이의 코로나 소식을 알린다.

인정사정 없는 관심과 위로를 받는다. 기도해주시고 힘주시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신다.

사실 말이 섬기는 거지.

우리 교구에는 시무장로님 두분에 안수집사님 한분이 포함되어 있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부부15교구-

우리 순장님들 보면 나는 섬기는 것도 아니구나.. 싶을 때가 허다하다. 누가 누굴 섬기랴..

뵐 때마다 늘 배우고 깨닫고, 그 깊이와 성품에 감동한다.

그냥 나는 늘 아기 순장이다.

 

아내의 확진 소식에 교구 목사님(양대웅 목사님)께서 문고리 심방을 다녀가셨다.

현관 쪽에 인기척이 있었다고 아이가 말하더라. 기도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아... 그냥 새로남쇼핑백만 걸어놓고 가신게 아니네!

대충이 없다. 우리교회-

담임목사님의 사랑과 교구목사님의 발걸음을 상상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언제나 성취를 앞당긴다.

(올림픽 메달 리스트들이 경기전에 늘 한다는 이미지 트레이닝!)

기도가 바이러스를 이길 것이리라.

오늘도 기도에 빚졌노라.

 

KakaoTalk_20220405_182345650_02.jpg

 

 

Story 4

"아빠 나 머리 아프고, 낮에 콧물도 좀 있었어."

할머니집까지 보내며 격리하기위해 노력을 했지만 학교 친구들과 접촉하며 감염되어 오는건 어쩔수가 없구나.

오늘 저녁 방금, 큰 아이도 양성-

며칠간 기를 쓰며 바쁘게 대응했던 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큰아이는 이번주 토요일 중졸 검정고시를 앞두고 있다.

적잖이 당황스럽고

하필 이 시기임에 다시금 놀랍다.

오 주여.

아이는 검정고시가 어렵지 않은 시험이지만

남은시간 준비는 잘 해야한다고 말한다.

코로나 걸렸다고 삼일동안 나태하게 있고 싶지 않다는 의지로 들린다.

기특하고 감사하다.

내 생각도 그렇다. 시험에 경중이 어디있는가.

그리스도인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 주어진 삶이고, 어떻게 부여받은 생명인지 알고 믿는 자가 그리스도인이다.

예수를 인격적으로 만난 자는 세상을 대충 살 수 없게 된다.

나는

이렇게 당황되고 역경스런 순간도 주님이 기억하시고 동행하신다고 믿는다.

주님 보시기에 나쁘지 않은 이번 토요일이 되었으면 한다.

주님 보시기에 나쁘지 않은 지금 이 시기의 아빠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고 싶다.

기도한다.

사실

시험 잘 보고 못 보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시험의 과정에 대한 아이의 인식과 감정은 평생을 좌우한다.

이런 내 생각과 마음을 안다. 큰 아이는..

당연히 아빠가 기도할거고

당연히 이 상황은 잘 돌파하게 될거라 믿고 있다.

아빠가 어떻게해서든 이 상황을 잘 이끌어 갈거라 믿고-

햄버거 빅사이즈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각종 비타민 털어넣고는,

밤잠같은 낮잠을 자겠다며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보며...

나는 예수님을 의지한다.

당연히 주의 뜻 안에서 이시기는 이루어지고 있음을..

결국 주님은 내 마음의 중심을 보고계심을..

안다.

나는 안다.

이걸 아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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