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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태복음 7장 12절)


나에게는 별명이 하나 따라 다닌다. 바로 “사랑해 목사”다. 우리 교회 꼬마들이 부쳐준 별명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교회 비전센터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꼬마들 머리에 손을 얹으면서 “얘야, 사랑해”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내 별명은 “사랑해 목사”가 되었다. 아이들이 담임 목사의 권위에 눌려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린 꼬마들은 나를 마음씨 좋은 아저씨 정도로 인식할 것이다. 지금도 성도들을 배웅하기 위하여 예배 후 현관에 서면 “광팬” 아이들 여럿이 쪼르르 달려와 나를 포위한다. 그때도 나는 어김없이 “사랑해. 축복해” 하며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의미 있는 접촉을 한다. 어떤 때는 엄마들이 자기 아이를 내 주위로 파송해 놓고 담임 목사가 어떤 태도로 자기 아이들을 대하는지 기대감 가득 엿 볼 때도 있다. 그 낌새를 아는 나는 더욱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아이들에게 “사랑해” 하며 쓰다듬어 준다. 이 광경을 소리 없이 바라보는 부모들은 예외 없이 입이 귀에 걸린다.

나는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꼬마들뿐 아니라 중고등 학생들, 대학생들, 청년들과도 격의 없이 소통하기를 즐겨한다. 때로는 하이파이브로 때로는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격려한다.

우리 시대 교인들은 담임 목사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존경을 표하지 않는 것 같다. 젊은이 그룹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위계 질서로 꽉 짜인 체제에서는 힘 있는 사람, 인사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무조건적인 찬사와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탈권위주의 시대를 맞은 지금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교우들은 담임 목사가 자신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오는지를 마음으로 그리고 온 몸으로 느끼기를 원한다. 공식적인 관계에 우선하여 비공식적인 만남을 소중히 하는 분위기다.

교우들은 담임 목사가 영적인 지도자로서의 책무를 감당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는 일이나 값을 치러야 하는 고독함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 수도 없다. 목회자로서의 가슴앓이를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 매주 화강암 덩어리처럼 짓누르는, 설교자로서 운명처럼 짊어지는 짐들을 이해할 수가 있을까? 교인들에게는 목회자의 이런 내밀한 상황까지 알아 줄만한 여력도 없고 책임도 없다. 단지 바삐 돌아가는 일상 가운데 자신들을 향한 관심과 돌봄과 사랑과 배려의 깃발이 나부낄 때 그들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기쁨을 맛본다.

요즈음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웃의 눈초리가 예전 같지 않다. 아무리 교회 안에서 영성을 강조해도 남의 일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영성이 깊지 못한(?) 일반 국민들이 평가절하 한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일어나겠는가,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뒷맛이 찜찜함을 부정할 수 없다. 이웃은 우리가 얼마나 믿음이 충만한가, 우리의 영성이 얼마나 뜨거운가에 전혀 관심이 없다. 이웃은 그들에게 다가가는 우리들이 밖으로 풍기는 태도나 매너를 접촉할 뿐이다. 때로는 경박함으로, 때로는 중후함으로 느낄 뿐이다. 우리는 사회로부터 이해받기를 원하는 갈증이 있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과 헌신을 감당했는가를 섭섭하지 않게 알아주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사회는 교회를 이해해 주어야 될 책무가 없을 뿐 아니라 이해할 만한 채비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사회는 얼음장처럼 냉정하다. 자신들도 앞가림 할 겨를이 없는데 교회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의 이웃은 신앙이 충만한 교인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매너가 좋은 상식인을 계속하여 찾고 있다.


영적 지도자들이 교회에서 성도들을 아무리 영성 있게 가르쳤다는 자부심을 가진다 해도, 정작 성도들이 일터에서 가족들과 동료들과 접촉 불량, 소통 불량으로 일관한다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새해를 선물로 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신 이 황금률(마7:12)을 나부터 그리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고 싶다. “사랑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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