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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일 2023-03-25 
원본링크 http://www.kidok.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252 
언론사 기독신문 
기자 정재영 

과거를 바라보라, 교회의 오늘과 내일이 보인다

총체적 기독교역사 보여주는 전시관 운영하며 개혁신앙 후예로서 정체성 확립
겨레를 위해 고난 받으며 헌신한 믿음 선배들의 애국신앙 계승에도 최선 다해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연결하는 일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역사와 관련된 사역에도 남다른 애정과 집중력을 보인다.

2013년 새로남기독학교를 개교할 때 건물 1층을 과감하게 학생들은 물론이고 만인을 위한 기독교역사전시관으로 꾸민 것은 역사를 대하는 새로남교회의 태도가 얼마나 진지한가를 입증한다.

카타콤을 연상케 하는 전시관 입구에서부터 총 여섯 개의 섹션으로 꾸며진 내부 공간들을 둘러보는 동안, 관람자들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사도들에게로 연결되는 초대교회사를 시작으로 아우구스티누스 칼빈 주기철 등 여러 인물들과 십자군전쟁 종교개혁 등 수많은 사건들을 만난다. 땅끝으로 향한 선교의 여정들과, 교회사에 끊이지 않았던 이단과의 투쟁사도 배운다.

새로남기독학교 1층에서 운영 중인 기독교역사전시관의 내부 풍경.

 


한마디로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성경의 역사, 교회의 역사, 종교개혁의 역사, 한국기독교의 역사가 관련 유물들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무엇보다 개혁교회, 그중에서도 장로교회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개관 이후 전시관에는 수많은 이들이 견학하며 자신의 신앙뿌리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확인하고 돌아갔다. 2016년 총회역사관 건립을 준비하면서 당시 역사위원들이 가장 먼저 들러 견학하며 참고로 삼았던 장소 중 하나도 바로 이 기독교역사전시관이었다. 그만큼 알찬 구성과 내용을 갖춘 전시관이라는 뜻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성도들이 개혁자들의 시대를 체험하고 재현하는 모습.

 


올 가을 새로남교회에서 열릴 예정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를 앞두고 이 전시관은 개편작업에 한창이다. 제108회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은 이곳에서 한층 산뜻한 분위기 가운데 기독교 역사 속으로 잠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칼빈 탄생 500주년이나,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에는 개혁자들의 신앙과 생애를 조명하는 특별전시회를 마련하거나,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같은 기념품 등을 제작해 나누면서 온 성도들이 개혁신앙의 후예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힘쓴 바 있다.

3·1절 100주년 행사를 치르며 신앙선조들의 애국신앙을 되새기는 새로남교회 성도들.

 


뿐만 아니라 워십센터 2층에는 새로남교회 스스로의 발자취를 소개하는 역사존이 마련되어 있고, 그 중에서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부분들은 비전센터 웰컴홀 복도에 따로 모아두었다. 세 개의 전시공간은 따로 분리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하나의 연장선상에 두는 새로남교회의 자세는 국경일이나 역사적 기념일을 맞이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3·1절과 광복절에는 기념예배와 역사세미나 등을 통해 선조신앙인들이 지녔던 애국신앙을 계승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6월 25일에 즈음해서는 나라사랑기도회를 개최한다.

이런 행사들이 열릴 때마다 새로남교회 성도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동해물과 백두산이 말으고 달토록 하나님이 보호하사 우리 대한 만세”라는 애국가의 옛 가사를 부른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건국하는 토대 위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했음을 고백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을 바친 믿음의 선각자들 뒤를 따르자는 다짐이 담긴 행동이다.

오정호 목사는 풍부한 역사적 자양분 속에서 자라온 경험이 목회사역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설립된 지 37년밖에 안 된 ‘젊은’ 교회가 이렇게 깊은 헤아림을 발휘할 수 있는 데는 담임목사의 신앙이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오정호 목사가 나고 자란 경북 의성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일찌감치 기독교 신앙의 뿌리가 내려진 고장이다.

일제강점기 의성농우회 사건으로 대표되는 지역 기독인들의 자주독립 의지가 여러 차례 발현되었고, 그 유적인 주기철 목사의 수난지 의성경찰서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권중하 전도사와 엄주선 강도사 등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을 배출한 곳이 바로 의성이다. 영남 일대에서는 가장 많은 교회와 시설들이 최근까지 총회로부터 사적지 지정을 받은 지역이기도 하다.

유년시절부터 이런 영적 환경을 자양분 삼아 성장했기에 오정호 목사는 기독교 역사에 대한 높은 식견과 자긍심을 품고 목회자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고, 새로남교회 사역을 하는 중에도 그 자양분들이 다채로운 꽃과 열매들로 자태를 드러내곤 했다.

새로남교회 워십센터에는 지나온 발자취를 교회의 오늘과 내일로 연결하는 역사존이 마련되어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는 역사의 선순환이 꼭 필요합니다. 과거를 통해 얻은 교훈으로 현 시대를 바르게 살아내고, 다시 새로운 미래를 창출해나가는 것이 ‘역사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와 단절된 상태로는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통해 일으키신 아름다운 가치와 사역을 제대로 계승할 수 없습니다.”

그런 역사의식이 있기에 전쟁의 공포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와 지진으로 고통 받는 튀르키예 같은 나라들에 거액의 기부금을 보내고, 국가적 대재앙이었던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새로남교회는 당대를 책임지는 교회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오정호 목사는 당장의 역사에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멀리 과거와 미래까지 내다볼 줄 아는 시야를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이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다음세대들이 어려서부터 몸에 밴 역사의식을 가지고 자랄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도울 책임이 있다고 역설한다.

일단 ‘새로남교회는 대형교회니까, 부자교회니까 그런 일도 할 수 있겠지’라는 편견이나 열등감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역사를 가르치는 일은 돈이나 조직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회 그리고 조국교회에 대한 연대의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결국 항해의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역사를 가르칩시다

맥이 끊어져서는 안 됩니다

 

아브라함과 모세와 다윗과 사도 바울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가진 성도들이 그 보다 우리 세대에 훨씬 가까운 종교개혁기의 인물들이나 자신의 지역에 처음 복음을 전해준 선교사, 심지어 본인 교회의 설립자들에 대해서는 이름도 구체적 사적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성경도 복음도 어느 날 ‘뚝딱’하고 우리 앞에 펼쳐진 게 아닙니다. 누군가의 수고와 헌신이 있었기에 수천 년이 지난 오늘까지 변질되지 않은 채 세대를 이어 전달되며, 수많은 교회와 성도들을 이 땅에 세워온 것입니다.

그 길고도 소중한 세월들을 싹둑 잘라내 기억 저편에 버려두는 것은 은혜를 입은 자의 도리가 아닙니다. 책임유기이며 배은망덕입니다. 나아가 역사를 기억하고 보존하는 일은 단지 보은의 차원에서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내가 누구인지, 우리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를 바로 아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 ‘개신교인’ ‘장로교인’으로서 우리들의 정체성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기나긴 시간 수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묵상하고 연구하고 토론하며 찾아낸 해답들이 모여 오늘날 우리의 신학과 신앙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러한 역사들을 바로 알아야, 현재 우리가 서있어야 할 믿음의 좌표가 바르게 맞추어져있는지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겠지요. 빗나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하고, 무언가 부족하거나 넘친다면 채우거나 덜어내야 합니다. 우리의 교회가 어느 순간 정로에서 이탈하고 있음에도, 눈치 채지 못한 채 무조건 직진만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에는 막다른 길 앞에 맞닥뜨리고, 우리 당대에서 신앙의 맥이 끊어지는 일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역사는 그런 비극을 막아주는 나침반입니다. 역사를 배우는 일,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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