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새로남뉴스 - 새로남카페

img_1.jpg


ph1.jpg


어느 지역을 가나 소위 ‘복 좀 받은’ 교회들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서 규모가 큰 교회들을 그런 곳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작은 크기의 미자립 교회지만 오붓한 분위기에서 오순도순 돕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교회를 그리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좋은 교회’라는 건 궁극적으로는 하나님 판단이시겠지만, 사람 생각에 따르면 좋은 교회가 되는 기준이 개개인의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 소개하는 대전에 위치한 새로남교회(담임목사 오정호) 역시 종교분야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에서만 ‘복 받은 교회’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교회의 요소요소에는 성도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각광받는 명소들이 몇 군데 있다. 이중 세 곳을 우선 고르라면 국제 규격의 농구장과 서점 그리고 카페가 되겠고, 다시 이 가운데서 최종적으로 언급하라면 가장 이용 빈도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 이 교회 10층에 위치한 ‘새로남카페’를 들 수 있겠다.

글. 배영수 기자 / 사진. 나병필 기자

ph2.jpg



ph3.jpg

대부분의 큰 교회들 역시나 교인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쉼터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과거의 교회들이 큰 예배당에서 근엄하게 예배드리는 것을 최고의 거룩한 일로 삼았기 때문인데, 이러한 태도는 이제 비 크리스천들 뿐만 아니라 신앙인들에게도 일종의 ‘거부감’을 낳고 있다. 그래서 최근 신축된 교회들 중에는 예배 공간을 줄여서라도 번외 공간들을 넓히거나, 아니면 경제력을 끌어들여 양쪽 모두 크게 짓는 방법으로 지어진 곳들도 꽤나 있다. 새로남교회는 조금은 후자 쪽에 해당되는 곳인데, 이 교회는 그 번외 공간 중 하나인 ‘마켓’으로 발전시켰고, 여기서 생긴 순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아주 바람직한 방법으로 운영되어진다는 점에 서 특이점을 갖는다. 사실 이 장에서 중점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곳은 카페인데 일단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조망과 질 높은 수준의 음료, 그리고 소위 ‘착한 가격’은 실로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ph4.jpg



ph6.jpg새로남카페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열려있는 곳답게 작년만 해도 약 14만 명이 다녀갔다는 통계가 나오는데, 놀라운 것은 이곳이 교회 안에 위치하여 약간은 벽이 생길 수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를 찾는 대부분이 교인이 아닌 지역 주민이라는 점이다. 실제 이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봉사하고 있는 오대희 목사는 “담임목사님과 제가 통행해서 카페에 올라가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라고 했다. 사실, 처음에 이곳을 기획할 때는 교우들 사이에서 논란도 많았고 그 중에는 부정적인 의견도 꽤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을 먼저 섬기고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담임목사의 강한 비전으로 많은 주민들과 젊은이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세 가지의 시설(농구장, 서점, 카페)을 만들게 되었고, 이 공간들은 애초부터 예배당에 전혀 영향 받지 않고 건설되게끔 설계가 진행되었다. 지금은 주민들이 별로 ‘교회’라는 의식을 갖지 않고 편안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 카페가 교회 안에 있다고 해서 혹시 음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런 걱정은 접어 두어도 되시겠다. “절대 원칙은 품격에 있다”는 슬로건을 내건 업소(?)답게, 커피 원두는 기본적으로 이태리산 라바짜를 직수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그 외 다른 음료들도 원재료 가격을 아끼지 않고 최고급으로 준비해 만들고 있었다. ‘원가 절감의 법칙을 무시한’ 이런 운영에도 불구하고 처음 오픈이 될 당시의 메뉴 가격은 천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의 동종 업소에서 ‘상도에 맞지 않는다’며 강한 반발을 일으켰고,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와서 눈치 없이 떠드는 아주머니들이 너무 많아서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민원(가장 많았던 것이 ‘가격을 좀 올려도 좋으니 시끄러운 분위기를 좀 어떻게 해 봐라’ 였다고)도 있었단다. 카페가 이를 다 받아들여 지금의 가격은 일반 커피 전문점의 절반 정도에 해당되는데, 그래도 참 저렴하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카페는 여러 가지 장르의 음악을 준비해 두어, 테마 별로(이를 테면 비 오는 날, 맑은 날, 손님이 많은 날, 적은 날, 오후, 밤 등 시간에 따라 음악을 선곡한다) 틀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주문한 메뉴가 나올 때 찾아가는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진동호출기를 사용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음료를 받아 가도록 하는 배려까지 하고 있었다. 동네 주민들의 명소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ph7.jpg



이러한 운영 정책으로 카페는 1년에 약 2억 정도의 순수익을 내고 있고,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카페의 지원 영역만 해도 지역 중고등학교 결식아동 급식비와 장학금을 비롯하여 인근 복지관, 북한 동포, 장애인 시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영어캠프 등 무척 다양하다. 이렇게 카페는 모든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기 때문에 봉사자들도 보람된 마음으로 일하고 있으며, 따로 성금을 낼 환경이나 동기 부여가 별로 없었을 카페 이용객들도 나눔의 기쁨을 함께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교회들도 이러한 방법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긴 할 테지만, 이용하는 모든 손님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서비스하는 교회 카페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새로남카페는 미래형 교회문화공간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독자들 중에 대전에 갈 일이 있다면 한 번 스윽 둘러보면 어떨까. 신앙도 쌓고 고급 커피도 음미하면서, 나름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가 생길 것이다.


▲ 위 글은 "The Promise" 더 프라미스 200906 창간호에서 가져온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