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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임 절제력, 강력한 실력이다! ①

권장희 소장(놀이미디어교육센터)



1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 스탠포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5%는 잠자리에서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으며, 44%는 스마트폰에 완전히 중독되었거나 어느 정도 중독되었다고 응답했다. 절제력이 있는 미국의 일류대학교 학생들이 이 정도인데, 절제력이 약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이 주어질 때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자명하다.
2011년 1월 현재, 청소년 명의로 가입된 스마트폰 이용자가 이미 70만 명을 넘었고 수년 내에 아이들은 집에 있는 컴퓨터보다 더 빠른 속도의 스마트폰을 지금의 핸드폰처럼 손쉽게 휴대하게 될 것이다. 집에서라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이에게 소리라도 지르고 강압적으로나마 제어해 볼 수 있겠지만, 이제 손에 쥐고 돌아다니고 잠자리에서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게임의 절제력 키우기는 이제 부모의 통제방식에서 아이들 스스로 통제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병아리와 계란 프라이의 차이점은 ‘스스로 깨고 나왔는가? 아니면 남이 깨서 나왔는가?’라고 한다. 미디어절제력도 부모의 통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아이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 그것이 지혜로운 부모의 할 일이다.

임파워먼트를 단순하게 정의하면, 부모에게 있는 통제력을 아이들에게로 넘겨주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 앞에 스물네 끼의 맛있는 음식이 차려져 있다 해도, 보통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세 끼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우리 뇌에 포만감을 느끼는 센서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들 앞에 24시간 할 수 있는 24개의 재미있는 게임이 있다면 아이들은 24시간 잠도 자지 않고 할 것이다. 엄마만 등 뒤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미디어는 아이들에게 허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절제력’ 이라는 별도의 장치를 달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절제력의 조절장치가 아이들에게서가 아닌 부모의 입술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만 해라. 오늘은 안 된다. 빨리 꺼라…” 등등. 어떤 어머니는 외출할 때마다 마우스를 뽑아서 가방에 넣어 다닌다고 한다. 전형적인 ‘대신조절’의 방법이다. 그런데 욕망은 밖에서 제어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못하면 위험한 것이다.
우리가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가방에서 마우스를 꺼내 보여 주었다. 자기 엄마는 외출할 때마다 마우스를 빼서 가져가기 때문에 자기도 마우스를 하나 장만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아이들은 ‘몰컴’이라고 부른다. ‘부모 몰래 컴퓨터 하기’라는 뜻이다.
부모가 대신 조절하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부모 몰래 컴퓨터를 하기 시작한다.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외출하고 돌아와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이제 그만 끄라고 말했을 때, “이제 방금 켰는데…….”, “이제 시작했는데…….” 이렇게 대답하는 아이에게 부모의 조절장치는 더 이상 효과적인 제어수단이 되지 못한다.

임파워먼트, 곧 아이들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키우려면 무엇보다도 자녀들에게 중독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의사소통과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들 등 뒤에서 소리를 질러 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 절제력을 키우는 임파워먼트를 기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쓴 <우리아이 게임절제력>과 같은 책을 아이들이 직접 읽거나 부모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충분히 공감이 가도록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