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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동행하여 준 당신에게 - 신현진

2012.04.03 17:21

조회 수:1575



삶을 동행하여 준 당신에게



‘인생칠십고래희’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 예로부터 칠십을 살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과 나를 오늘까지 건강하게 살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당신의 칠십 생일을 맞이하고 보니, 옛날이 새롭게 생각이 나서 몇 말을 하고 싶어집니다.
당신은 어리고 어린 22세의, 미처 철도 들지 아니한 나이에 시집을 와서 나와 함께 48년의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위로 시부모를 모시고, 아래로 자식과 비슷한 나이의 시누이와 시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하며 살아온 그간의 삶을 돌아보면 너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시집올 때, 소녀의 보송보송한 솜털마저 채 가시지 아니한 당신의 앳된 얼굴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풍상이 남기고 간 자리에는 이제 주름만 가득합니다.
더할 수 없는 가난으로 하루 밥 세끼를 제대로 먹지 못했고, 혹여 어른들과 시동생이 먹다가 남은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당신의 끼니를 삼곤 하였습니다. 목회를 시작하고 처음 부임한 ‘백자교회’에서는 그나마 쌀도 구할 수 없어 감자와 옥수수로 젊은 날의 주린 배를 채웠습니다.

갑자기 영장을 받았던 63년 12월 6일, 남편이 군으로 떠난 차가운 겨울에 백일 된 아이와 남겨진 당신의 막막한 그 심정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과부 된 사람처럼 단봇짐 하나 싸서 다시 금당실(경북 예천 마을) 시집에 돌아와 신랑 없는 시집살이를 삼 년이나 하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약했던 큰놈 인철이는 피부병으로 고생하며 애를 먹여 “저런 인간이 커서 사람 노릇이나 제대로 하겠느냐?” 하시며 장모님의 근심이 되었던 것도 생각이 납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동리 들판을 돌아다니며 개구리란 개구리는 모두 잡아 먹일 만큼 아이에게 지극했고,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어린 나이에 관절마저 좋지 않았던 병약한 아이를 안고 업고 하며 수 없는 마음고생으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남편이 제대한 후 무일푼으로 새살림을 시작하고 보니, 속옷은 고사하고 겉에 입을 치마마저 변변치 않아 다 떨어져 너풀거리는 월남치마 한 벌이 고작이었습니다. 여자의 자존심으로는 밖에도 나다니지 못할 형편이었으나, 그래도 불평 한번 하지 아니하고 잘도 살아 주었습니다.
불같이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귀한 보배인 둘째가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장군처럼 태어나서 사람들이 말하기를, “금복주”라느니 “우량아 선발대회에 가면 일등을 하겠다.”느니 했던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가 돌도 되지 않아 BCG 예방접종의 부작용으로 반년씩이나 결핵약을 먹어야 했을 때, 그때의 아픔은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몸이 약한 듯이 보이면 당시 결핵약의 부작용인가 생각되어 늘 마음이 아픕니다.

이 아이가 여섯 살 때 눈을 다쳐 수술하게 되었을 때는 또 얼마나 기가 막혔습니까? 수술이 성공해도 시력은 회복할 수 없고 다만, 눈 속의 수정체가 없어지면 얼굴 형태가 변하기 때문에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 의사의 말이었습니다.
그때도 당신은 말없이 울기만 하다가 하나님께 나아가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실 것이라 확신하면서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아이가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을 받는 동안 당신은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주여, 제 아이의 눈을 회복시켜 주시면 그 두 눈으로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살도록 하나님께 바치겠습니다.” 놀랍게도 당신의 기도는 응답되었습니다. 당신의 눈물의 기도가 하나님을 움직였다고 믿어집니다.
수술 후 양쪽 눈을 붕대로 감은 어린 자식을 위해 밤낮없이 등에 업고 눈물로 기도한 지 일주일, 눈의 붕대를 풀자 아이의 시력이 회복되고 엄마를 부르며 보인다고 말했던 그 순간, 당신은 감격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눈물의 기도를 절대로 외면하시지 아니한다는 것을 또 한 번 믿게 하여 주었습니다.  
아들 두 놈이 의사 고시에 합격했을 때, 나는 기쁨을 나누기 전 먼저 당신의 눈을 보았습니다. 아들이 의사가 되면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신학생도 돕고, 선교사도 돕고 싶다던 그 소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때 당신의 눈물은 기도에 응답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군 선교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것도 모두가 당신의 기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변변한 학원 한 번 보내주지 못했는데도 이처럼 자식들이 훌륭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당신의 눈물의 기도와 수고 때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흔 살 고희의 나이에도 금요 철야기도를 하겠다고 당신은 하루도 빠짐없이 하나님 앞에 갔었습니다. 추운 겨울철이나 몸이 불편할 때면, 오늘만은 좀 쉬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도 남편의 권유를 듣지 아니하였습니다. 당신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이 이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오늘까지 우리에게 주신 복이 너무 많기에 아직까지 조금이라도 건강이 남아 있을 때 기도해야 한다고, 그리고 지금도 기도해야 할 제목들이 너무 많아서 자리에 누워 잠잘 수 없다고 말입니다.  

‘남부교회’를 위임받았을 때, 기쁨보다 걱정이 먼저 앞선다고 하던 당신의 말이 기억납니다. 10년 세월이 세 번이나 바뀌는 동안, 교회 안의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언제나 당신의 기도가 해결의 열쇠가 되었습니다.
특별히 당신은 교회 안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가난한 사람들만 생각한다는 성도들의 애교 섞인 항변이 지금까지의 당신의 삶을 대변하는 것만 같습니다. 은퇴를 하고 이제 조용한 마음으로 옛날을 돌아보니, 당신의 눈물의 기도가 나의 목회보다 더 큰 것같이 느껴집니다.
자식들의 신앙생활에 대한 관심은 당신이 자식들에게 주었던 다음의 십계명에서 잘 나타납니다. 당신은 그것을 돌판에 새겨 주었습니다.

    첫째, 모든 일에 먼저 기도하라.
    둘째, 모든 일에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
    셋째, 하나님 앞에 산다는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을 믿어라.
    넷째, 목사님을 잘 섬기고 순종하라.
    다섯째, 형제 우애하고 이웃을 사랑하라.
    여섯째,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라.
    일곱째, 십일조 생활을 철저히 하여 하나님의 것을 구별하라.
    여덟째, 성실하고 정직하며 책임을 잘 감당하라.
    아홉째,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라.
    열째, 좋은 마음을 가지고 선한 일에 힘쓰라.

이상 열 가지입니다. 그러나 아들들이 이렇게 살기 위해서
지금도 계속해서 당신의 눈물의 기도는 필요합니다.

오늘까지 아무것도 잘 해주지 못한 이 못난 남편은 어려운 목회 여정에서 훌륭하게 협력자가 되어 준 당신의 칠십 생일에 무엇으로도 고마운 마음을 갚을 길이 없습니다. 다만,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끝으로, 오늘까지 살아온 삶이 고생밖에 없었으나 앞으로는 훌륭하게 자란 자식들에게 더 많이 사랑받고, 더욱 건강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못난 남편이
                                        평생을 함께 동행하여 준 아내에게

글/ 신현진 목사
대구 남부교회 원로목사이며, 대신대학 운영이사장과 대구 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G.M.S 부이사장, 총회 군선교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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