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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혼자가 아니야

제자는 행동한다(카일 아이들먼/규장)를 읽고

 

한근영 사모(담트고길닦는교회)


대학 시절, 학과 선배인 구광본 시인의 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잠시 충격에 휩싸였었다.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오랜 날이 지나서야 알았네/갈대가 눕고 다시 일어나는 세월,/가을빛에 떠밀려 헤매기만 했네//한철 깃든 새들이 떠나고 나면/지는 해에도 쓸쓸해지고/얕은 물에도 휩싸이고 말아/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이 시를 읽고 충격에 빠진 건 인생이란 결코 혼자서 건널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새삼 놀라서가 아니었다. 그간 내가 붙잡았던 것이 떠나고 나면 그뿐인 한철 깃드는 새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깨달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을 뿐.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그렇다면 철새가 떠난 그 자리에서 이제 누구와 함께, 무엇을 타고 그 강을 건너야 할지에 대한 답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으므로 내 청춘은 이전처럼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 동안이나 혼자서 방황했을까. 졸업을 한 해 앞두었을 때, 캠퍼스를 누비며 전도하러 다니던 한 무리의 대열에 낚여 찾아든 대학교회에서 나는 뜻밖에도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받았다. 그때부터였다. 사람이 비단 사람이 아니라 초월자이신 하나님이란 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경험한 것이. 그때부터 나는 누구에게나 신앙에 대해 말할 때면 이렇게 소개하곤 했다. 불신앙이란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고, 신앙이란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카일 아이들먼의 신간 제자는 행동한다를 읽으며, 나는 이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원제목인 아하(AHA-Awakening Honesty Action)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정직한 순간을 낳는 별안간의 깨달음에 대한 책이다. 다시 말해, 제자다운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영적 깨달음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깨달음에 관한 책들은 그간 기독교 서적뿐 아니라 일반물에서도 쏠쏠치 않게 인기를 끌어왔다. 특히나 불교용어인 돈오점수’(頓悟漸修-갑작스럽게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점차적으로 수행해가다)를 말하며 세상의 이치와 인생의 도를 쏟아놓는 출판물들에 대해 대중들은 마음을 열고 정독하는 경향까지 보여 왔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깨달음이라고 해서 다 같은 깨달음인가?”라는 물음을 정직하게 던져봐야 한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물을 볼 때 과연 어디서부터 터져 나오는 물인가를 추적해야 그 물이 몸에 좋은 천연광천수인지 아니면 몸에 해로운 오염수인지를 알 수 있듯, 깨달음에 대해 말하려 한다면 그것이 과연 삶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전능자로부터 온 것인지 아니면 한계와 모순이 분명한 우리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인지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카일 아이들먼이 시종 강조하는 내용도 이와 관계가 깊다. 그는 인생의 변화란 오직 하나님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갈 때 가능하다고 말하며 누가복음 15장의 탕자의 비유를 이 책을 이끄는 주된 비유로 소개한다. , 아버지를 떠나 허랑방탕하게 살던 탕자가 돼지우리의 쥐엄열매를 먹다가 자신의 죄와 떠나온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각성(Awakening)이 일고, 이에 스스로 돌이켜서 죄를 회개한 후(Honesty), 일어나 아버지께로 돌아갔을 때(Action) 삶의 행복과 의미를 되찾게 되었던 것처럼, 우리 역시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영적 깨달음을 얻고 그분께 돌아가 그분과 함께 살 때라야 진정한 삶의 변화를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 자신만 돌아봐도, 인간은 본성상 혼자 살아가는 것에 익숙할 뿐 아니라 혼자 살아가기를 즐기는 경향이 짙다. 혼자 몰래 죄를 짓고, 혼자 생각하며, 혼자 외로워하고, 혼자 방황하다가 결국은 하나님과 단절된 지옥까지 혼자 가고 만다. 왜 우리는 이토록 지독하게 혼자를 고집하는 것일까?

나는 이에 대한 답을 다음과 같은 저자의 표현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며 먼 나라를 향해 가고 있지만, 실은 그들이 성경의 하나님이 아닌 존재하지도 않는 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몇 가지 면에서 하나님에 대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들이 그들을 창조하신 참 하나님이 아닌 그들이 만들어낸 신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뜻인가? 우리가 하나님께로부터 떠나 혼자 살아가려는 이유는 하나님을 부당한 아버지, 도저히 만족시킬 수 없는 엄한 아버지, 사랑이 없는 무정한 아버지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하나님에 대한 왜곡이 불신앙을 낳고, 그 불신앙이 우리를 혼자 살아가도록 이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저자가 이 책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아하’(AHA)의 여정이 가능하려면, 먼저 하나님을 알되 성경적으로 바로 알아야 하고, 전능자이신 하나님 앞에서 내가 어떤 존재인가를 정직하게 깨달아야 하며, 그분께로 돌아가 그분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혼자서는 결코 건널 수 없는 인생이라는 강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다리 위를 하나님과 함께 건너가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제자된 삶이라 할 수 있다. 책 속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저자의 표현이 이를 반영해 준다.

달리 의지할 데도, 갈 데도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아하의 여정이 시작된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돕기 위해 단단히 결심하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겸손한 자세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데서부터 아하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혹자는 여기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집 나간 탕자처럼 지금 당장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할 마약중독자나 알코올중독자도 아니고, 가정파탄자나 범죄자도 아니다. 나는 누구보다 신앙생활을 착실하게 할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주께로 이끄는 지도자의 자리까지 감당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의 생각을 뒤엎는 이 책의 반전이 있다.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할 사람은 집 나간 탕자 즉, 불신자들뿐 아니라, 교회 안에 살되 하나님과 진정 하나됨의 화평을 누리지 못하는 바리새인 같은 지도자, 즉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맏아들도 포함된다는 게 그것이다.

결국 교회 안에 있든 교회 밖에 있든,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 아버지를 오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하나님과 함께 화평을 누리는 삶을 살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이것은 다시 말해, 우리가 교회 밖에 있었을 때도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하지만, 교회 안에 오랫동안 있었던 지금도 하나님께로 돌아가 그분과 함께 생각하고 사랑하며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은아들과 맏아들, 두 아들 모두에게 다가가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탕자의 비유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핵심사항이기 때문이다.

 

내 나이 마흔다섯. 스물셋에 예수님을 소개받은 후부터 하나님과 함께 산 지 23년째다. 그런데 나는 과연 혼자 살던 이전의 습관을 완전히 버리고 하나님과 함께 화평을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일까. 그분 앞에서 깨닫고, 매 순간 그분께 돌아가며, 그분으로부터 오는 능력과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 책 제자는 행동한다를 읽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위와 같은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만큼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하나님을 묵상하게 하며, 하나님을 더 알아가고 싶은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표지날개 부분에 소개된 내용 그대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쉽고 재미있으되 정곡을 찌르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그 순간부터, 아니, 책의 시작 부분을 읽은 직후부터 나는 이미 아하’(AHA)의 여정 속에 합류했던 것 같다. 하루 24시간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의식하며 살기, 매 순간 그분께 의논하는 습관들이기, 그분을 더 알기 위해 틈날 때마다 성경을 펼쳐보기, 수고하고 무거운 나의 짐들을 그분 앞에 내려놓기의 연습을 이전보다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읽은 후 한 가지 더 달라진 점이 있다. 내일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준비하는 오늘의 시간들에 대한 두려움이랄까, 저 강을 어떻게 건너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들이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아마도 그건 사단이 공중권세 잡은 이 세속도시의 세상에서 이전처럼 홀로 살아가지 않고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카일 아이들먼의 표현대로, 하나님은 내가 무슨 짓을 했든 모든 문제를 함께 해결해 주시는 나의 가장 좋은 아버지이심을 이 책은 내게 다각도로 알려주고 있었다. AHA!

 

 

/한근영 사모

부천 담트고길닦는교회 조혁진 목사의 아내이며 2남의 자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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