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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교회의 쪽방촌 사역 인터뷰

한인자 사모(송파은혜교회)



서울 송파구 마천동 한 도로변 상가 2층에 종탑을 세운 지 이제 갓 2년, 개척교회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의 쪽방촌을 위해 헌신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송파은혜교회를 찾았다. 자신들의 사역은 너무나 미미한 것이라며 몇 번이나 인터뷰를 고사하던 홍순일 목사와 한인자 사모에게서 예수님처럼 낮은 마음으로 임하는 겸손하고도 소박한 사역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Lilac. 송파은혜교회 개척하시기 전에 시골목회를 하셨다지요?
Han. 서울로 오기 전에 김천의 시골교회에서 2년 정도 단독목회를 했어요. 교인 평균연령이 65세인 그곳의 목회를 통해 어르신들이 어떤 것을 즐거워하시는지,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지요. 멀리서라도 동네 어르신들이 뵈면 달려가서 깍듯이 인사드리고, 한 분이라도 놓칠세라 포기하지 않고 쫓아다녔어요.
“한 영혼이 천하보다 더 소중하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전도했는데 불교 집안에서 중풍병으로 쓰러지셨던 분이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게 되셨지요. 후에 그분이 소천하실 때 장례를 교회장으로 치러 드린 일은 사역하는 저희들에게 행복하고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짧은 기간의 목회였지만 섬김의 작은 부분을 이해하게 된 소중한 기회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Lilac. 송파은혜교회의 개척과 목회 과정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Han. 개척은 시골목회를 하던 당시에도 남편이 늘 하던 말이었는데 사실 그때 저는 그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서울 성암교회에서 20주년 기념으로 지교회 개척을 계획하고 남편을 청빙하여 남편은 2년 동안 개척을 준비하며 성암교회 전도담당 부목사로 섬기게 되었지요. 그러다 남편이 다른 교회로 위임받게 되었는데 그때 하나님의 강권적인 인도하심으로 청계산에서 2개월을 기도한 후,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달동네인 마천동과 거여동 한 중심에 송파은혜교회를 개척하게 되었어요.
재정도 없이 성도도 거의 없이 시작한 목회였지만 제자훈련의 열정을 가진 남편은 자녀를 제자삼아 훈련을 시작했고, 새벽 두 시까지 전도지를 돌리고, 4년 넘게 거리에서 ‘사랑의 차 나누기’와 초등학교 앞 ‘팝콘 전도’를 했습니다. 오직 복음에 빚진 자의 심정으로 영혼 구원에 집중한 사역을 통해 이제 출석교인이 35명 정도가 되었습니다.

Lilac. 송파은혜교회의 지역적 특징은 어떠한가요?
Han. 전철 5호선 종착역에서 10분 거리 마천시장 맞은편에 쪽방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청계천 개발로 인해 그곳 판자촌에 살던 사람들이 오갈 때가 없어 모여 살게 된 곳이 바로 남한산성 아래 마천동, 거여동 골짜기지요. 기초수급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인데 요사이 이곳 쪽방촌이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부동산과 무속인들이 많아지더니 땅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아 쪽방촌 세입자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쪽방촌에는 편부모 가정, 조손가정, 장애인들, 병든 독거노인이 많아 이곳을 떠나기엔 무척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실제로 교회는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모입니다. 그중에는 아직까지 한글을 잘 읽지 못하는 분들도 계세요. 동네 사람들이 “그 교회에는 어찌 그리 아픈 사람들이 많이 갑니까?” 하고 묻기도 해요.

Lilac.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특별히 쪽방촌 사역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를 알고 싶어요.
Han. 저희가 ‘아둘람 굴의 비전 공동체’라는 꿈을 가지고 이곳 사역을 시작했거든요. 다윗과 함께 아둘람 굴에 숨어 있던 사람들은 사무엘상 22장에서 볼 수 있듯이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였지요. 이들이 모여 ‘주의 날개 안에 함께 새벽을 깨웠다’는 말씀처럼 연약한 무리가 하나님 안에서 용맹한 군사가 될 수 있거든요. 남편과 저 역시 이곳 송파은혜교회가 이 시대의 아둘람 굴이 될 것이라 굳게 믿으며 말씀 붙잡고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이곳 쪽방촌을 보여주신 것이지요.
3년 전쯤 마천사거리에서 전도를 하고 있었는데 송파구청 복지정책과 직원이 다가왔어요. 지역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에게 반찬을 나눠줄 수 없겠느냐고 묻더군요. 다른 교회들은 선뜻 허락하지 않더라고 하면서요. 저희 역시 형편이 어려웠지만 하나님이 주신 사명으로 받아들여 흔쾌히 허락하고 처음에 네다섯 분을 섬기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구청의 간호사들이 계속 소개를 해주어 현재는 45가정 정도를 섬기고 있습니다.
워낙 남편이나 저나 부모님들로부터 보릿고개 이야기를 들은 터라 물 말은 보리밥에 고추장 찍은 생마늘이나 풋고추 먹는 것도 다행이다 여기며 자랐으니 ‘가난’이나 ‘가난한 자의 친구’ 정도는 이미 익숙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내심 가난한 자들의 사역보다는 저 서초 강남 사역을 원했을 수도 있었겠죠? 주님의 생각은 우리와 전혀 다르지만요. (웃음)

Lilac. 쪽방촌 사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Han. 이곳 마천동 쪽방촌에는 하루 한 끼 먹기 힘든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마다 일주일 치 반찬을 만들어 반찬통에 가지런히 담아 한 통씩 이웃에게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저희가 섬기는 45가정의 대부분이 이 동네 판자촌과 지하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이시고 부모 없이 손자만 데리고 계신 할머니,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세요. 장애인도 있고요.
지금까지 2년 정도를 매주 오셔서 도와주시는 순복음교회 집사님이 계시는데, 파출부를 하시면서 반찬나누기에 헌금까지 하시고 몸으로도 섬겨주시니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 몰라요. 결손가정에서 생활비를 버느라 대학 2년째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대학청년부 자매도 아주 열심히 사랑의 반찬 나누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힘들어도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동역하는 분들을 붙여주세요. 언젠가 기도했더니 식당에서 일하셨던 분도 붙여주셔서 힘들지 않게 준비하도록 해주셨지요.
남편과 함께 쪽방촌을 방문하다가 알게 된 사정을 동네 주민센터에 건의해 실질적으로 도와줄 방법을 모색할 때도 있어요. 이렇게나마 주민과 동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Lilac. 개척교회로 쪽방촌 사역을 감당하시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Han. 자녀 셋을 키우다보니 교육비나 급식비가 만만치 않아 학교 행정실에서 연락이 올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았지요. 쪽방촌 사역도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닙니다. 늘 적자인 재정 속에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반찬을 만들지만, 직접 준비하기에도 턱없이 재정이 부족하여 힘들 때가 많아요. 기다리시는 분이 계시는데도 반찬 살 돈이 없어 준비가 어려울 때는 참으로 난감합니다. 하나님은 나보다 더 나은 형편에 있는 자를 통해 하실 수 있는 일을 왜 나한테 맡겼느냐며 불평도 하지만,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동역할 수 있는 분들을 붙여주셔서 쉬지 않고 이 사역을 진행해 갈 수 있게 하셨지요. 이런 과정들을 통해 이웃을 섬기는 것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하나님이 원하고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저 혼자 반찬통을 수거해서 모두 닦으며 홀로 섬겨야 할 때는 몸으로도 참 많이 힘들었어요. 한동안 허리 디스크 때문에 너무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할 때가 있었어요. 진통제를 먹어야만 겨우 가라앉는 통증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교회에 와서 떼쓰고 울기도 했지요. 그 속에서 하나님은 저를 더 낮추고 무릎을 꿇게 하셨고, 낮은 자를 더 품을 수 있는 마음을 부어주셨어요. 그런 은혜 가운데 나아가는 것 같아요. 육신의 연약함도 하나님께서 만져주시고 회복시켜 주셔서 지금은 강건하게 사역하고 있습니다.

Lilac. 사역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시거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지요?
Han. 가장 보람이 있는 것은 영혼 구원이에요. 사랑의 반찬 나누기를 통해 네 분의 영혼이 우리 교회로 나아오게 되셨거든요. 처음엔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저희들의 작은 사역을 통해 이처럼 마음을 열어 주실 때 보람을 느끼지요. 더욱이 고사리같이 작아지고 주름진 손으로 연신 꾸벅거리며 고맙다 눈물지으시는 분들을 뵐 때면 예수님께서 채워주시는 보람과 주님의 마음을 느끼게 돼요. 최근에 젊지만 뇌성마비인 한 분을 섬기게 되었어요. 결혼이 소원이라는 그 형제님은 일주일 동안 반찬을 전혀 만들지 못하니 하나를 더 달라고 요청하셔서 저희가 매주 두 통씩 드리고 있어요. 주일에 남는 반찬이 있으면 그것도 모두 싸서 갖다 드리는데 저희 기쁨이 더 큽니다. 지하방이나 쪽방에서 병들고 혼자인 사람들이 반찬을 기다린다는 생각을 하면 더더욱 섬김을 게을리할 수가 없어요.
받으시는 분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렇지만 성심을 다해 도와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사역을 지원해 준 교인들과 십시일반으로 반찬나누기 사역을 도와온 목회자분들이 계셔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크게 물질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지극히 작은 일인데, 하나님께서는 결코 작게 보시지 않고 기쁘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Lilac. 자녀들은 부모님의 쪽방촌 사역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Han. 고1, 중3, 중1이 되는 딸 셋이 있는데 아이들 모두 저희와 같은 생각으로 반찬 만들어 주는 일에 좋은 마음을 갖고 있어요. 어려운 형편 때문에 친구들의 따돌림이나 밀린 급식비로 창피를 당하는 일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상처를 통해서 하나님을 더욱 깊게 만난 것 같아요. 그때 상처받지 않았으면 지금 감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해주니 고맙기도 하고 한편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아이들은 지금도 기도하면서 저희 사역을 일선에서 돕고 있어요. 큰딸은 교회에서 속썩이지 않는 반주자로 사역합니다^^. 주일은 물론이고 새벽에라도 나오라면 나오고, 평일이어도 특새가 있는 날이면 반주로 기쁘게 섬기지요. 둘째는 금요철야에서 찬양인도를 하고 있어요. 모두 개척교회 목사님의 좋은 동역자입니다.

Lilac. 앞으로의 비전이나 사역의 방향을 말씀해 주세요.
Han. 늘 복음과 함께 이웃사랑을 실천할 것을 강조하는 남편과 함께 뜻을 합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 라는 말씀처럼 작은 섬김으로 사람들의 영육이 강건하여지고 그 일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섬김과 생명’을 목표 삼아 사역하고 있어요.
사실 가난한 자, 병든 자를 외면하지 않으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남편이 품고 가니 저는 그저 남편의 뜻과 비전에 조력자로 돕는 것뿐입니다. 물론 저 혼자만의 외로움이나 힘들고 무거운 십자가가 있지만, 주님이 원하신다면 주님의 뜻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저와 남편에게 맡기신 사명이고 사역이라 생각하며 함께 마음 맞춰서 가려고 합니다.

Lilac. 기도제목과 함께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말씀을 부탁합니다.
Han. 이번 해 6월 말에 교회가 이전하게 되었어요. 계획되었던 것은 아니고 주인의 요구로 5년 정도 쓰던 사택을 빼야 하는 형편인데, 사택을 보러 간 부동산에서 남편이 갑자기 교회건물을 먼저 보고 계약을 했어요. 2월 말에 빼야 하는 사택은 아직 보류상태로 남았습니다만, 이전하는 교회 근처에 방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고 잘 되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반찬 만드는 주방이 너무 작거든요. 조금 더 넓은 곳에서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겨서 좋아요. 앞으로 200가정에 사랑의 반찬을 전달하는 것이 저희의 또 다른 목표입니다.
성령의 인도하심과 동역자들의 섬김으로 우리 교회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 생각해요. 돈이 없으면 교회가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부족하고 어려운 형편이어도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교회의 참 성장이고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저희 부부를 통해 이웃사랑이 흘러가게 하고 올곧게 전도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글/한인자 사모
남편 홍순일 목사와 송파은혜교회를 개척하여 쪽방촌 사역을 감당하고 있으며, 슬하에 세 자매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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