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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순위가 뒤죽박죽?

찰스 험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잠시 멈춰 설 때, 시간의 부족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바로 우리가 처해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즉 그것은 기본적으로
우선 순위를 정하는 문제입니다.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몸이 상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중대한 일에 완전히 몰두한 채 장시간 전력을 다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일을 마쳤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기쁨은 그 일을 하는
동안 쌓인 피로를 몰아내기에 충분합니다.

반면에 지난 한 달이나 일 년을 돌아보며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이
산적하여 마음이 무거워질 때는, 힘든 일 자체가 아니라 회의와 불안
때문에 염려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들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부탁과
스스로의 강박관념 때문에 좌절 속으로 좌초하기도 합니다.
죄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꼭 해야 할 일은 다 못하고,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은 다 했습니다"라는 고백을 하게 됩니다.

몇 년 전 어느 경험 많은 공장장이 저에게 "당신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긴급한 일들 때문에 중요한 일들을 제쳐놓는 것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금언이 제게 얼마나 큰 자극이 되었는지 그는 미처 몰랐을 것입니다.
그의 말은 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종종 우선 순위라는 중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저를 꾸짖곤 합니다.

우리는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 사이의 지속적인 긴장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요한 일은 꼭 오늘이나 금주 안에 끝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데 있습니다. 기도나 성경 연구에 좀더 많은 시간을 내는 일,
연로한 분을 찾아뵙는 일, 어떤 중요한 책을 면밀히 연구하는 일 등과
같은 계획은 미룰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긴급한 일들은 비록 덜
중요하다 할지라도 즉각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요청들은
끝도 없이 매일, 매시간 압박을 가해 옵니다.

가정도 더 이상 그런 압박을 방어해 주는 성곽 노릇은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전화를 통해 이런저런 요구가 계속해서 그 성벽을 뚫고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상대편의 호소를 듣는 순간, 거부할 수 없을 것 같고 정말 중요한 듯하여,
그런 일들에 정력을 소모해 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영원의 안목에 비춰보면
그런 일들이 가지는 순간적인 특출성은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손해를
보았다는 느낌과 동시에 중요한 일들이 그동안 밀려나 있었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곧 우리는 그 긴급한 일들의 횡포에 노예가 되어 있음을 발견합니다.

* <성숙의 길 - 오늘 더 깊어지다>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