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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드리는 나의 고백

이문숙 집사



아이들 때문에 학교 학부모회 임원을 두어 차례 한 적이 있는데
월례회로 모일 때마다 이야기의 주제는 아이들 교육문제였다.
과외, 학원, 특목고입시, 대학입시… 끝도 없고 밑도 없이 쏟아지는 엄마들의 대화로
나는 항상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그 엄마들처럼
아이의 교육문제에 온 힘을 다 쏟을 만큼 열정도 부족했다.

또, 가끔 저녁 시간에 모이게 되면 대다수의 엄마들이 술 한두 잔쯤 먹는 것을
아주 당연시하고, 어떤 때는 밤늦게까지 이 술자리가 계속될 때가 있었다.
유일하게 술을 마시지 않는 나를 보면서 어떤 엄마는 빈정거리기도 하고
유난을 떤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믿지 않는 엄마들과 교제할 기회가 많지 않아 많은 경험은 하지 못했지만,
이런 자리에 나갈 때마다 거의 도살장에 끌려나온 소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이들도 간혹 이런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
작은 아이가 6학년일 때 한번은 친구 생일파티 때 노래방에 가게 됐으니 보내달라는 것이다. 노래방 얘기만 나와도 고개를 흔드는 남편이 떠올라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더니
결국, 우리 딸만 노래방에 가지 못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게 됐다.
‘자기 반에서 노래방과 찜질방 안 가본 사람이 자기 하나뿐’이라며 투덜거리던
아이 모습이 생각난다.
우리 남편은 회식 후 2차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음료수 한 잔 시켜놓고 그 긴 시간을
잘도 버텨내고 있다. 이제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서 박사는 술 안 마시는 사람’으로
각인돼 있어서 술 한 모금 하지 않고도 대화에 함께 끼어서 잘 견뎌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세상 문화를 따르지 않기로 결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내면의 문제보다 훨씬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나의 생각과 판단이 하나님 앞에 부끄럼 없이 거룩한 것인가를 되물어 보면
그것은 훨씬 더 어렵고 고통스러운 문제이다.
세상 앞에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하나님 앞에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분명히 있는데,
아직 나는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서려면 갈 길이 멀고도 먼 것 같다.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일,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일, 판단하지 않고 격려하는 일,
그 사람의 내면의 깊은 소리에 관심을 가져 주는 일,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까지도 사랑하는 일…….
이 먼 길을 달려가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나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주님 안에서 열심히 달려가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