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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식 과일·곡물 건조장 보급 "땔감 많은 현지에 안성맞춤"

"열대 캄보디아에서 뜨끈한 온돌이 인기란 게 믿어지나요"

섭씨 35도를 웃도는 열대 캄보디아에서 한국의 난방 방식인 온돌을 보급하는 한국인이 있다. 김만갑(56) 캄보디아과학기술국립대 건축학과 교수다.

지난 16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남서부 지역 껀똑 뜨봉 마을. 한창 건축 중인 온돌 건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을 때는 화덕에서 나온 연기가 구들장 구멍을 돌아 굴뚝으로 빠지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국식 온돌이었다.

▲  지난 23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 남서부 지역 껀똑 뜨봉 마을에서 김만갑 캄보디아과학기술국립대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온돌 건조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만갑 교수 제공


김 교수가 만드는 이 건물은 캄보디아에서 생산되는 과일과 곡물을 말리기 위한 건조장이다. 김 교수는 "잘 말리기만 하면 작물에 따라 2배에서 4배 이상 수익이 남는다"며 "건조된 과일이나 작물은 보관하고 운반하기 좋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건조장을 통해 건조하면 농민들은 1t당 39만4265리엘(11만원)이던 카사바를 78만8530리엘(22만원)을 받고 팔 수 있다. 1㎏당 716리엘(200원) 하는 망고도 건조장에서 말리면 3082리엘(860원)에 팔 수 있다.

캄보디아는 우기가 1년의 절반이고 건기에도 습도가 높다. 과일을 말리려면 건조기는 필수다. 하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일반적인 건조기를 쓸 형편이 안된다. 경유 값이 1L당4301리엘(1200원)이고, 전기료도 1㎾당 1075리엘(300원)에서 4301리엘(1200원)로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농업용 전기세는 1㎾당 30원 정도다.

온돌 건조장은 이런 캄보디아에서 안성맞춤이다. 야자 껍질, 나뭇잎을 가져다 땔 수 있어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데다 쓰레기 소각까지 할 수 있다. 현지에 꼭 맞는 이른바 '적정 기술'이다.

김 교수는 "난로는 주변 공기를 뜨겁게 하는 역할을 해 건조장에 맞지 않는다"며 "온돌은 밑에서부터 열기가 올라가는 원리이기 때문에 열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에서 김 교수는 온돌의 원리를 모르는 캄보디아 현지 인부들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지난 1월 김 교수가 4일 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 인부들이 온돌의 연기통로를 시멘트로 다 막아버렸다. 김 교수는 "캄보디아 인부들이 온돌 구멍으로 연기가 지나가야 하는 걸 알지 못한 탓"이라 했다. 이 일 때문에 김 교수는 1000달러를 다시 들여 구들장을 갈아엎어야 했다.

김 교수는 조만간 수도(首都) 프놈펜, 콩 산지인 몬돌끼리, 쌀과 옥수수 산지인 바탐방 등 4곳에도 중소기업청과 아셈중소기업 녹색혁신센터(ASEIC)의 지원을 받아 온돌건조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원본 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3/26/2012032600057.html?outlink=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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