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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17/2013011702629.html[2013, 종교의 오늘을 묻다] [개신교] '미래목회포럼' 오정호 대표

'빨리빨리'가 자초한 불신 - 교세 확장도 부흥도 성과만… '바름' 회복해야 신뢰 되찾아
위기의 목회자 - 잘못도 성경 끌어들여 합리화
가부장적 권위주의도 여전… 내가 먼저 섬기는 자세 절실

"한국 교회는 지금 '늑대다 신드롬'에 걸려 있습니다. 자초한 불신이 쌓이다 보니 '진짜'가 와도 사람들이 믿지 않습니다. 구제 활동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돈·명예와는 거리가 먼 순수한 목회자들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 사기꾼 취급을 당합니다."

개신교계의 대표적인 개혁적 목회자 연합 단체 미래목회포럼 대표 오정호(57) 목사는 '교회의 위기'를 말할 때 신랄하고 단호했다. 중견 목회자 300여명과 각계 정책자문위원 33인으로 구성된 미래목회포럼은 10년째 한국 교회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 오 목사가 담임하는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16일 그를 만나 올 한국 교회의 과제를 물었다. 그는 "'빠름' 대신 '바름'을 추구해야 한다"고 간명하게 정리했다. "요즘 '빠름 빠름 빠름'이라는 광고가 유행하죠? 한국 교회도 그간 교회 부흥도 빨리, 단체 대표도 무조건 빨리하려고 달려왔습니다. 교회가 교회답게 바로 서고, 세상이 주지 못하는 것을 주려면 '바름 바름 바름'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오정호 목사의 호는 은천(恩泉). 그가‘영혼의 멘토’로 여기는 고(故) 은보(恩步) 옥한흠 목사가 지어준 것이다. /대전=이태훈 기자


오정호 목사의 호는 은천(恩泉). 그가‘영혼의 멘토’로 여기는 고(故) 은보(恩步) 옥한흠 목사가 지어준 것이다. /대전=이태훈 기자
―올 10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앞두고 지난 13일 교계 범진보와 범보수에서 손꼽히는 목회자들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오랜만에 박수받을 일이다.

"형제 교회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국제 행사를 열면 박수 치며 꽃을 갖다 주지 못할망정 재를 뿌려서야 되겠나? 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 교단은 장로교를 견인하는 양대 산맥이다. 서로 비난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이고,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교회를 세습한 분들이 있었던 건 유감이다."

―그 교회 세습에 대해선 사회적 여론이 좋지 않다. 스스로 못 막나?

"기독교 신앙의 기본은 '내 뜻대로가 아니라 주의 뜻대로'라고 기도하는 데 있다. '내 뜻대로'를 앞세우는 건 목회자로서뿐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기본이 안 된 것이다. 국민도, 동료 목사도 싫어하는데 왜 휘발유통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나. '빽' 없는 신학생들은 '목사 아들은 성골, 장로 아들은 진골'이라고 자조한다. 작년 감리교의 세습 금지 입법도 상식이 안 통하니 마지노선을 그은 것이다. 다른 교단도 동참해야 한다."

―지위 높은 목회자들이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교회에 대한 신뢰가 급전직하했다. 교회의 위기는 지도자의 위기에서 출발한 것 아닌가?

"바로 봤다. 신앙인은 하나님의 동행과 임재(臨在)를 느끼며 위로받는 존재다. 그 '임재'가 사라지면 감투나 돈으로 채우려는 욕망을 갖게 된다. 세속화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엉뚱한 이론에 성경을 끌어들여 합리화해선 안 된다. 교회 지도자들이 자꾸 그런 모습을 보이니 불신이 쌓이는 거다."

―목회자가 잘못을 해도 '은혜롭지 않은 일은 들추지 말자'며 감싸려는 분위기도 있다.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아직도 통하는 거다. 기독교가 로마에서 공인된 뒤 4세기 니케아 공의회가 처음 열릴 때 참여한 각지의 교회 지도자 300여명은 모두 눈이 없거나 다리를 절뚝였다. 교회가 핍박당할 때 앞장서서 그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했기 때문이다. 개신교는 만인이 제사장이며, 교회의 직제는 위계가 아니라 봉사의 역할을 분리할 뿐이고, 목사는 말씀을 전하는 역할일 뿐이다. 내가 먼저 섬긴다는 자세, '서번트(servant) 리더십'이 필요하다."

―비인가 신학교들이 목회자를 대량 생산해 자꾸 사건·사고에 목사가 거론된다.

"결국 모든 문제는 사람을 통해 일어나고 해결된다. 적당히, 단시간 내 목사 안수 받으니 이상한 단체, 이상한 교회들이 생긴다. 상업 논리 때문이다. 목회자의 최소 표준에 대한 검인증제도라도 만들어야 한다."

오 목사는 "목회자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신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첫 수업 시간엔 늘 '사역은 대박이 아니다, 목회는 대박이 아니다'고 외치게 합니다. 소명 받을 때의 자리, 하나님 앞에 순수했던 눈물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사막 한가운데라도 그곳에 소명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목회자가 갈 곳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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