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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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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숨 가쁜 간 1학기를 마치고 5주간의 방학에 들어갔다. 방학기간 동안 영적긴장이 풀어지지 않게, 매주 D형큐티 및 2권의 독서과제, 성경읽기가 주어졌다. 그러나 나에게 육체의 휴식이 필요함을 느낀다. 나에게 있어 제자훈련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십자가를 붙잡는 것이었다. 그 십자가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특기를 살려 십자가 형은 법률적 관점에서도 명백한 불법행위였음을 밝혀보고자 한다.


2. 유대법을 위반한 사형정죄
예수님은 로마제국의 속주인 유대인이었으므로 로마법과 유대인의 법을 동시에 적용받았다. 유대법에 의하면 유월절 날이나 밤중에는 체포 등의 형사절차의 진행이 금지되어 있었다. 당시 대제사장 가야바는 이를 어겨 밤중에 무방비 상태에 있던 예수님을 체포했다. 가야바와 제사장들은 이미 예수를 죽이기로 결안을 하였으므로 어떻게든 예수님을 죽일 죄목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가야바는 예수님 자신의 진술을 강요하여 그를 유죄로 정죄하고 예수님의 교훈에 대하여 교묘하게 신문하였다(요 18:19).

예수님은 가야바의 질문에 “어찌하여 내개 묻느냐 내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 들은 자들에게 물어보라. 내가 말을 잘못하였으면 그 잘못한 것을 증언하라. 바른 말을 하였으면 제가 어찌하여 나를 치느냐?”고 하시면서 유죄의 증거들을 요구하셨다(요 18:21, 23). 이를 위해 여러 증인들이 나와 예수를 쳐서 거짓 증언했으나 그 증언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였다(마 14:55).

그러자 가야바는 최후의 수단으로 “네가 찬송 받으실 이의 아들 그리스도냐?”라고 물었고, 예수님은 “내가 그니라. 인자가 권능자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고 말씀하였다(마 14:61, 62). 이에 가야바는 자신의 옷을 찢으며 “우리가 어찌 더 증인을 요구하리요. 그 신성모독 하는 말을 너희가 들었도다.”라고 말하였다. 가야바는 예수님은 여러 증인 앞에 선 현행범이므로 증거는 필요 없다고 판단하고 바로 사형으로 정죄하였다(마 14:64).

그러나 유대법에 의하면 피고인 자신의 진술만으로 유죄선고를 할 수 없고 두세 사람의 일치된 증언이 필요하고, 이들의 증언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 증언들에 의해 유죄가 증명되어야 한다. 유대법에 의하더라도 예수님에 대한 재판은 절차에도 위반이고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없었으므로 당장 석방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맡기신 십자가의 잔을 묵묵히 받아들여야 했기에 회피하지 않고 하나님의 아들임을 당당하게 인정하신 것이다.

3. 빌라도는 왜 로마법을 어기면서까지 십자가 형을 언도했는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인간적인 면목으로 바라본다면 ‘법률을 위반하여 선고된 억울한 죽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대인의 법에 의하면 하나님을 모독하는 신성모독죄는 사형에 해당하는 죄이지만 로마법에 의하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가 아니어서 사형집행이 금지되었다(요 18:31). 가야바는 로마법을 이용해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 빌라도에 가서 ‘우리 백성을 미혹하고, 가이사에게 세금 바치는 것을 금하며, 자칭 왕 그리스도라 하더이다’라고 허위로 고발한다(눅 23:2).

그러나 로마법에 의하면 황제에 대한 반역이 입증이 되어야 십자가 형을 언도할 수 있다. 빌라도는 이를 위해 예수님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라고 물었다. 예수님이 “그렇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고 하자 빌라도는 곧바로 무죄를 선고를 해 버린다(눅 23:3, 4, 요 19:36). 예수님 스스로 유대인의 왕이지만 예수님이 지칭하는 ‘유대’는 이 세상에 속한 나라가 아니라고 해 버렸기 때문에 황제에 대한 반역이 아님이 명백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수님에 대하여 십자가 형을 선고한 이유는 무엇일가? 빌라도가 거듭 예수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자 대제사장이 무리를 충동하여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다. 빌라도는 이후로 예수님을 놓아줄 방법을 많이 찾았으나 민란이 일어날 것이 두려워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도록 넘겨주고야 말았다. AD 1,200년경 로마 남쪽에서 발견된 그리스도에 관한 판결과 사망증서에 관한 공적기록에 의하면 예수님의 죄목은 ‘반역죄’라고 기재되어 있었다고 한다. 빌라도는 예수님이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에게 만족을 주고자 십자가형을 언도했고, 공문서에는 반역죄라고 허위기재하여 황제를 속인 것이다.

4. 나가며
누명을 쓴 죽음이 가장 억울하고 비통한 죽임이 아닐까 한다. 예수님은 죄가 없으셨지만 유대법과 로마법을 어긴 가야바와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 형 언도받고 처형되셨다. 이는 현행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이었다. 예수님은 이러한 불법을 알고도 스스로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시고 묵묵히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셨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로마의 백부장은 ‘그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라고 고백하였다.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의 길에 예수님이 당하신 억울한 일이 많을 것이다. 그 억울함을 회피하지 않고, 예수님의 길을 따라간다면 언젠가 누군가는 ‘그는 진실한 그리스도인이었다.’고 고백해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날을 위해 제자훈련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을 다짐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글. 김광철 기자
kcdozo@hanmail.net
(남39다락방 소속, 변호사, 24기 제자훈련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