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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 아메리카노 16년 팔아… 수익금 20억 전액 사회 기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웃의 행복을 위하여!”

 

카페 13년간 20억원 수익 모두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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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새로남교회는 2007년 이후 카페 수익금 20억원을 전액 사회에 기부했다. 지난 13일 열린 감사예배 후 자원봉사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새로남교회

 

아메리카노 2500원, 카페라테 3500원, 유자차 3000원. 이 한 잔 한 잔이 모여 20억원이 됐다. 그리고 수익금 전액은 사회로 흘러갔다. 대전 서구 만년동 새로남교회(오정호 담임목사) 내 카페 ‘새로남카페’ 이야기다.

새로남교회는 지난 2004년 5월 이 교회 비전센터 10층 489㎡(약 147평) 면적에 170석 규모로 문을 열었다. 당시 주변엔 이렇다 할 카페가 없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항상 볕이 드는 비전센터 내 최고의 명당을 교인이 아닌 주민들도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카페로 내놓은 것.

이 카페는 처음부터 약속한 것이 있다. 카페 운영으로 생기는 수익금은 전액 교회가 아닌 사회를 위해 쓰기로 한 것. 오정호 담임목사도 돈 내고 카페라테를 마신다. 운영은 교회 성도들이 자원봉사로 하고, 커피는 라바차(Lavazza) 원두를 쓴다. 아늑한 공간에서 고급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니 수익은 계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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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남교회는 지난 2004년 비전센터 10층 전망 좋은 자리에 카페를 열고 주민들에게도 개방했다. 기부 20억 돌파를 기념해 오정호 목사가 카페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새로남교회

2007년 1억2100만원 기부를 시작으로 3년 만인 2010년 기부액은 5억원을 돌파했다. 이어 2013년엔 10억원, 2017년엔 15억원 그리고 올해는 드디어 20억원을 돌파했다. 교회는 카페 수익금을 어떻게 기부했는지도 소상히 성도들에게 공개한다. 2007년엔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봉사 경비, 복지관 지원, 북한 결핵 환자 돕기 등에 썼다. 이후로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국내외의 사고·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커피 한 잔의 기적’은 어김없이 찾아갔다. 중국 지진·미얀마 태풍(2008), 아이티·과테말라 지진(2010), 삼척 가스 폭발(2012), 시리아 난민(2013), 네팔 지진(2015). 특히 유진벨 재단을 통한 북한 결핵 환자 지원과 6·25 참전용사 격려 행사는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새로남카페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사회 기부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웃의 행복을 위하여!’라는 오정호 목사의 목회 철학이 있다.

새로남교회는 지난 5월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대전 시민을 위해 부활절 헌금 2억원을 기부했으며, 지난 8월엔 수해로 피해를 입은 이웃들에게 1억원을 기부하고, 코로나 사태와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미래자립교회(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를 위한 장학금 5000만원을 기부했다.

새로남교회가 카페 20억원 기부를 기념해 발간한 책자 ‘커피 한잔의 기적’엔 나눔과 섬김에 대한 성도들의 진한 자부심이 가득하다. 오정호 목사는 “이런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찾아주신 고객과 자원봉사로 한결같이 수고하신 분들 덕분”이라며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고 대면이 어려운 시대에 20억원 돌파를 이룬 것에 대해 마음에 감사가 넘친다”고 말했다.

성도들도 “카페를 찾는 손님들은 오늘도 가까이 안아야 할 기쁨”(강정인 권사) “봉사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새로남카페”(남현우 성도) “하나님의 빅픽처 속에 한 조각 작은 퍼즐이 되는 기쁨”(노은우 집사)이라고 말했다. 새로남교회는 지난 13일 ‘새로남카페 사회 기부 20억 돌파 감사예배’를 올렸다.

 

 

나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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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남교회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들의 실제 증언을 담은 '용사는 말한다'를 발간했다.

 

새로남교회는 지난 6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증언집 ‘용사는 말한다’를 펴냈다. 이 책은 대전·충남 지역 참전용사 76인을 일일이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최대한 담아낸 것.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자료를 토대로 6·25전쟁의 개관과 유엔 참전 기념물을 소개하고 참전용사들의 증언을 채록해 다음 세대가 직접 겪어보지 못한 6·25의 참상과 지금의 자유가 어떤 희생 위에서 가능한지 보여줬다. 오정호 목사는 발간사에서 “지금 자유 대한민국은 우연의 열매가 아니라, 참전용사 어르신들의 피맺힌 조국 사랑과 자유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어떠한 상상력을 동원하더라도 전쟁의 아픔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온몸으로 전쟁을 치러낸 어르신들에게 물을 때 비로소 동족상잔의 비극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야산의 꽃 한 송이,

이름 모를 새 어느 것 하나 우연한 존재는 없네

 

오정호 목사의 詩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

 

이 땅에 존재하는

어느 것 하나
우연히 던져진

존재는 없네
 

물 한 방울
공기 한 점
흙 한 주먹
풀 한 포기
유성 하나

 

어느 것 하나

우연의 열매가 아니네
공중에 나는

이름 모를 새 한 마리의
노래 소리에 깃든

창조주의 목적
 

야산에 피어있는

눈길 끌지 못하는

한 송이 꽃의 향기와

고독 속에서 발견하는

조물주의 마음
 

왜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을까?
향방 없이 방황하는

연약한 인간을
붙들어 주시기 위함이라네
감긴 눈 열게 하시려고,
병든 영혼 깨어나게 하시려고,
주님 친히 따뜻한 마음

고이 간직하시고

이 땅에 오셨네

묶인 자 자유 얻고,

절망을 안고 있던 인생
소망의 빛 가운데 살게 되었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우리 위해 오신 예수님을

그렇게도 꺼려할까?
 

예수님 내 삶 속에 모시는 순간,
하나님의 미소가

온 우주에 퍼져가네

- 시집 ‘하늘사람이고 싶어라’ 中

 


나는 이래서 새로남교회가 좋다

이석 집사:제자·사역훈련이 있어 좋다

우리 새로남교회는 제자·사역훈련을 통해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훈련은 평신도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영성, 인성, 지성, 섬김의 지도력 등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도를 통해 신앙생활을 생활신앙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줍니다. 특히, 다양한 봉사의 섬김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줌으로써 부족한 죄인인 우리를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으로 성화시켜주어 더 없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합니다.

 

 

최필영 집사:그리스도 사랑을 실천해서 좋다

이웃의 행복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 교회가 좋습니다. 올해 코로나 초기에는 대구의 어려운 이웃과 교회들을 도왔고,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 장학금을 후원하였으며 특히 지난여름 대전지역의 수해 복구를 돕는 일에도 앞장섰습니다. 유진벨 재단을 통해 북한 결핵환자를 돕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특별히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 용사들을 직접 찾아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분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는 역사의 현장에 동참하여 좋았습니다.

 

 

김태현(청년부):담장 없는 우리 교회가 좋다

 

우리 교회는 담장이 없는 대신 큰 광장이 있습니다. 광장에는 철마다 바뀌는 꽃, 분수 그리고 요즘은 아름드리 성탄목이 있어 가족들이 사진을 찍으러 오기도 합니다. 전망 좋은 카페도 이웃들이 많이 찾습니다. 담장이 없기에 우리 교회 성도들도 이웃들을 향해 나아가는 일에 열심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웃의 행복을 위하여!”라는 말은 우리 교회 성도라면 친숙합니다. 담장보다 광장을 만든 교회, 예수님께서 손수 보이신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에 힘쓰는 우리 교회가 좋습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