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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도 인터넷 게임 중독일까?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권장희 소장(놀이미디어교육센터)



우리는 대체로 많이 사용하는 것을 ‘중독’ 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는 “우리 아이는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아요.”라고 안심하듯 말한다. ‘많이 하면 중독이다.’는 못된 명제나 신념으로 인해 중독에 빠져드는 자녀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느 날 소주를 열 병 마셨으면 그는 알코올 중독자인가? 보통 과음을 한 것으로 생각하지 중독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알코올 중독은 술을 열 병 마시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daily night one shot’ 곧 ‘매일 밤 한잔’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담배의 경우도 매일 세 갑을 태우든, 두 갑을 태우든, 한 갑을 태우든 모두 니코틴 중독이다. 중독은 사용 분량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독인가?

중독을 진단하는 첫 번째 척도는, 얼마나 많이 이용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없이 하루를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이다. 곧 ‘금단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면 중독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 게임 중독을 진단할 때,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매일 세 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중독이라고 말한다. 매일 세 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것이 중독이라면, 매일 2시간 59분을 하는 상태는 중독이 아닌가? 그리고 2시간 58분은 무엇인가? 중독을 진단하는 척도로 사용량을 측정한다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우리 아이가 중독인지 궁금하다고 묻는 부모에게 필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오늘 전화국에 인터넷 서비스를 한 달만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라! 그리고 한 달 동안 자녀를 관찰해보라! 자녀가 집에서 불편함 없이 즐겁게 자신의 인생을 잘살고 있다면 정상이니 걱정하지 말고 다시 인터넷을 연결하라.
그런데 열흘이 되기도 전에 아이가 집에만 들어오면 엄마를 쫓아다니며 “엄마, 인터넷 고쳐 놓으셨나요?” “엄마, 전화국에 빨리 전화 좀 해 보세요.” 하면서 자기가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쩔쩔매면서 엄마를 보채고 있다면, 이러한 상태를 ‘중독’ 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 어머니는 최근에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5학년 아들이 있는데 너무 착하고 아주 괜찮은 아들이었다고 한다. 아들이 인터넷 게임을 매일 한 시간씩 하고 있었는데 필자의 강의를 듣고 살짝 걱정이 되어, 토요일만 한 시간씩 컴퓨터 게임을 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 딱 3일이 지나자 그 착한 아들이 문을 발로 걷어차기 시작하고, 4일이 되자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고 덤벼들더란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들이 중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자기 아들을 예로 들면서 인터넷을 끊고 자신의 자녀를 점검해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 중독을 진단하는 척도는 얼마나 많은 양을 사용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라도 건너뛰지 못하고 매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상태의 문제인 것이다.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거나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일상생활이 안 되는 사람을 우리는 알코올 중독자, 담배 중독자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컴퓨터 게임에 단 하루라도 접속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기는 상태를 중독이라고 하는 것이다.

중독을 진단하는 두 번째 척도는, 일상생활에 집중이 되지 않고 그것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강의를 들으러 와서 강사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머릿속에 술 생각만 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알코올 중독자라고 부른다. 또 강의실에 앉아 머릿속으로 로또번호 조합만 하고 있다면 그는 로또 도박 중독자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녀가 교실에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게임 생각에 빠져 있다면 그것이 중독이다.
우리 아이가 식당에 앉아서 밥 먹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닌텐도를 붙잡고 게임을 하고 있다면, 우리 아이는 게임 중독이다. 여행을 가서 유적지를 관찰하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게임기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그는 중독이다. 찜질방에서 찜질하지 않고 PC방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이미 중독인 것이다.

세 번째 인터넷 게임 중독을 진단하는 척도는, ‘내성’ 이다. 내성은 동일한 자극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자극, 더 강한 자극을 찾고 있는 상태이다. 이는 뇌의 도파민 분비와 관련이 되어 있는데 사람의 뇌는 동일한 자극이 반복되면 점점 무뎌지고, 시시해지고, 지루해져서 더 많은 시간과 더 강력한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연령에 맞는 게임이 아니라, 부모의 주민번호 등을 도용해서 나이보다 높은 등급의 폭력적인 게임을 접속하고 있는 것은 이미 내성이 진행된 중독 상태일 수 있다.

게임을 할 때 뇌의 몰입과 내성이 생겨 중독에 빠지는 상태를 입증한 일본 니혼대학의 모리아키오 박사의 주장을 들어보자.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잠깐 동안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게임을 하게 되면 도파민 분비도 원활치 않고 즐겁다는 기분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시냅스의 반복 자극으로 인해 습관적으로 게임을 할 수밖에 없도록 뇌신경회로가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0세 이전에 게임에 깊숙이 빠져든 아이들은 눈앞에 게임기가 놓여 있으면, 시냅스가 이미 습관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즐거움을 느끼는 단계를 넘어서 관성적으로 게임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유아기에 게임을 시작해서 게임중독이 된 사람과 어른이 된 후에 재미삼아 게임을 하는 사람은 뇌신경회로부터 다르다. 성인이 된 뒤에 게임을 시작한 사람은 게임을 끊으려고만 하면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어려서부터 게임을 시작한 사람은 끊고 싶어도 끊을 수가 없다. 이미 중독 증세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게임뇌의 공포』p156~158, 모리 아키오 저, 사람과책

네 번째, 중독을 진단하는 척도는 자제력의 상실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밤을 새우기도 하고, 엄마 몰래 컴퓨터를 하기도 하고, 그만 끄라는 부모와 더 하려는 자녀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곤 한다. 왜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빠져드는 것일까?
부모들은 ‘절제력만 있다면 게임하는 것이 뭐 문제가 되겠는가?’ 생각한다. 그러나 인터넷 게임은 ‘절제력만 있다면’ 이란 전제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나는 매일 한 시간 하는데 친구는 매일 두 시간 한다면 친구의 레벨은 계속 올라갈 것이고 친구와 레벨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친구의 수준으로 좇아가기 위해 부모의 눈을 피해서라도 두 시간씩 해야 하고, 친구보다 앞서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면 하루 세 시간씩을 해야 하는 곳이 인터넷 게임 세계이다.

자녀의 컴퓨터 사용 약속을 정했다고 해서 어떻게 정했느냐고 물어보면 “우리 아이는 매일 30분씩만 한다.”거나, “매일 한 시간씩만 한다.”고 대답한다. 많은 가정에서 이렇게 약속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중독에 빠져든다. 새빨간 거짓말은 위험하지 않다. 아무도 속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위험한 거짓말은 95%의 진실에 단 5%의 거짓이 섞여 있는 거짓말이다. 모두가 속기 때문이다.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중독될 위험이 높은 거짓된 지침이 바로“매일 30분만 하세요.”,“매일 한 시간만 하세요.”라는 지침이다. 매일 30분, 매일 한 시간 정도만 하는데 무슨 문제란 말인가? 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5%의 거짓을 대부분의 부모가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이다.
보통 마약 중독이나 도박 중독, 알코올 중독자의 뇌를 분석해 보면 정상인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특이 물질이 뇌의 특정 부분에 나타난다. 최근 분당 서울대병원의 김상은 교수는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뇌 영상을 분석해본 결과 놀랍게도 약물 중독자와 마찬가지로 전두엽, 미상핵, 섬이랑 등의 특정 부위에 약물 중독자와 동일한 특이한 물질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 특이물질은 일종의 ‘기다림 현상’ 이다. 매일 동일한 자극을 접하게 되면 뇌에 그 자극에 대한 각인이 생겨, 그 자극이 일정 기간 들어오지 않으면 특이 물질이 분비되어 충동조절 장애나 금단현상 같은 것을 일으키는 임상적인 현상이 곧 중독인 것이다.

이와 같이 ‘매일 30분, 매일 한 시간’ 등의 처방은 매일 한 잔씩 술을 꼭 마시라거나, 담배를 매일 한 갑씩 꼭 피우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했을 때 알코올 중독, 니코틴 중독이 되리라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면, ‘매일 컴퓨터 게임을 한 시간씩 하라.’는 처방전 또한 게임 중독으로 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매일 30분, 매일 한 시간’이 절제력을 키우는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중독의 요인이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매일 30분, 매일 한 시간 인터넷 게임하기를 약속한 아이가 실제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30분, 한 시간일지 몰라도 그 아이의 생각 속에서는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언젠가는 30분, 한 시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아이는 하루 종일 ‘언제 할까? 누구와 할까? 무슨 게임을 할까?’생각하면서 살게 된다. 수업시간에 교실에 앉아 있지만, 어떤 친구와 파티사냥을 할지 구상하느라 수업에 집중을 못한다. 학원에 앉아서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게임할 시간만 기다린다. 실제로 아이들이 학원이나 공부방에서 일과를 마치자마자 PC방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면, 그들이 하루 종일 무엇을 사모하며 살았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것만 생각하는 것이 중독이다. 매일 게임 약속을 정한 아이는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게임하는 시간이 얼마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의 생각 속에는 하루 종일 게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나 공부에 집중을 못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5%의 거짓이 되는 것이다.

둘째, 매일 컴퓨터 게임을 하기로 약속한 아이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실제로 늘 ‘몰컴’ 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게임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혼자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로 함께 어울려‘파티’를 한다. 친구와 파티 중인데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고 먼저 끄고 나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 세계보다 더 현실 같은 사이버 세계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아이에게 현실에서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게임 속으로 들어가면 현실에서 부모와 약속한 30분, 한 시간의 의미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궁금하다면 일주일만 자녀가 컴퓨터 켤 때 시간을 재고, 끄고 나올 때 시간을 재어보라. 평균적으로 부모가 생각하고 있는 시간보다 3배는 더 접속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매일 30분, 매일 한 시간만 하고 있다고 5%의 거짓에 속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셋째, 매일 하는 아이들은 해가 갈수록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한다. 일곱 살이나 여덟살 때는 매일 30분, 한 시간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시간도 잘 지킬 것이다. 이때에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중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좀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가 지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도 계속 30분, 한 시간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성이라는 것은 자극의 강도에도 나타나지만 자극의 분량에도 나타난다. 자녀가 파티 구조를 알기 시작하고, 레벨이 낮아서 망신을 당하기 시작하면 지금 하고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해가 갈수록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늘어나는 이유이다.

PC방에서는, 매일 대여섯 시간씩 게임을 하면서도 자신은 중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게이머들, 그렇게 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게이머들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자녀가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생각한다면, 매일 30분, 한 시간으로 정했던 약속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 절제력은 매일 하면서 키우는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절제력이 있다면, 많이만 하지 않는다면, 이런 생각만으로는 자녀를 중독에서 자유롭게 키울 수 없다. 절제력은 컴퓨터 없이, 닌텐도나 텔레비전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가운데 훈련되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이나 도박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 접근성을 차단하는 것처럼 인터넷 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또 이미 중독 증세를 보이는 자녀를 치료하려면 매일 접속하는 습관을 버리고 욕망을 채우는 날보다 욕망을 거슬러 살아가는, 인터넷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 살아가는 날이 더 많도록 가정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