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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풍성함을 경험하는 기도의 자리

- 김신성 사모(평화교회)


                    
눈물 기도

비켜 갈 수 없는 길
아니 갈 수 없는 좁은 길에서
가슴 조이며 서성이던 고단한 날들

하늘을 보아도
땅을 보아도
막막한 멍에의 빈들뿐

다시 또 사람을 붙들고
신음소리 낼 수 없어
향하는 곳이라곤 내 하나님의 집이던가

시리도록 외로운 땅에
한 알의 썩어진 밀알 되겠다며
믿음으로 일구는 목양지에서

고작
내가 주님께 보인 것은
하염없는 눈물뿐이었다

기도의 시작
참으로 많이 울었다. 너무 가난한 게 슬퍼서 울고, 사람이 그리워서 울고……. 울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았다. 결혼과 함께 핑크빛 꿈을 안고 개척했지만 그 순수한 소명을 비웃듯 기다림의 결과는 상실감뿐이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과 막막함의 무게를 눈물로 털어내었다. 목사의 딸로 기도의 후원 속에 자라왔지만 이제는 나의 기도를 드려야 할 시간이었다. 개척교회 시절의 현실적, 정서적 빈곤은 나의 기도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이자 눈물의 기도로 자유와 평안, 영적인 부요를 경험해 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기도 없이는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성장해가는 교회 속에서 많은 사건들을 경험해야 했다.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로 교회가 부흥되면서 해마다 땅 매입과 증축, 다시 새 성전 건축을 해야 했는데 이것은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믿음이 고백되어야 하는 일인 동시에 우리를 다듬어 가시는 하나님의 훈련이고 메시지였다.

11년 전, 지금의 성전을 건축할 때였다. 매 주마다 억대의 공사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인부들의 인건비와 자재비 3억 원이 필요했다. 인부들의 인건비는 명절을 앞두고 꼭 지급해야 할 약속이자 신용이었기에,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남편의 가슴은 더더욱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명절 연휴 하루 전날, 남편은 돈을 구하지 못한 채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모임인 ‘비전 126기도회’에 설교를 하러 갔다. 우리는 방법이 없었다. 오직 기도할 뿐이었다. 그런데 설교를 마치고 나올 때 서울 장충교회 장로님께서 건축 상황을 물어오셨다. 잘 되어간다고 말씀드렸는데 장로님께서는 “힘들면 찾아오십시오.”라고 하셨다.
그날 오후까지 돈을 구하던 우리는 결국, 용기를 내어 장로님께 긴급한 사정을 말씀드렸다. 장로님은 갈등의 여지없이 서두르셨고 우리는 은행 마감시간 직전, 절박한 상황에서 필요한 돈을 마련하여 인부들과 자재상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날마다 기적 같은 역사를 경험하며 이루어 가는 성전 건축 과정이지만, 기도 없이는 한순간도 평안함이 있을 수 없었다. 끊임없이 칭얼대는 기도 속에서 하나님의 집은 아름답게 지어져 갔다. 교회를 교회되게, 사모를 사모답게 만들어가고자 하시는 하나님께서는 궁핍함 속에서도 자족하는 훈련뿐 아니라,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 풍부와 궁핍에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워나가게 하셨다.
이 모든 훈련이 기도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게 하시고, 주님 앞에 무릎을 꿇을 때 응답하시는 절대적 원리 앞에 순종케 하셨다. 달콤한 새벽잠도 기꺼이 헌납하는 기도의 순종은 응답의 기쁨이고 풍성함이었다.

멈출 수 없는 기도
사역의 무대는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의 연속이다.
교회가 아름답게 지어지자 부흥에 가속도가 붙은 듯 많은 새신자들이 들어왔다. 교회엔 어느새 많은 일꾼들이 세워져 더 이상 내가 아니어도 사역들이 아름답게 이루어졌다. 남편과 안식월을 보내며 나의 사역을 점검하던 중, 하나님 앞에 가장 죄스럽게 여겨왔던 전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아군사역(교회 내 사역)은 두루두루 섬겨왔으니 이제부터 적군사역(전도사역)으로 섬겨보겠노라고 새롭게 섬김의 방향을 잡았다. 그야말로 내 사역의 전환점(turning point)이었다.
안식월을 마치고 돌아와 교회 전도팀에 합류했다. 사모가 아닌 전도팀원으로 훈련받고 전도에 참여하였는데 집사님, 권사님들이 얼마나 전도를 잘하시는지 사모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드디어 전도대상자가 생기기 시작하자 그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다. 기도의 방향도 바뀌었다. 한 영혼이 그렇게 귀할 수가 없었다. 전도한 사람이 교회에 등록하게 될 때 느끼는 목까지 차오르는 기쁨은 기도와 전도에 순종한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충만한 선물이었다.

전도를 하면서도 더 많은 영혼을 섬기기 위해 내면을 단장해야 하는 겸허함과 자기 계발, 성숙의 훈련이 계속되었다. 반복되는 사역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비전을 꿈꾸며 기쁘게 나아가는 열정의 훈련!
어디 그뿐인가? 전공했던 법학의 길을 멈추고 목회자가 되어 주님 주신 사명을 감당하느라 여윈 남편이 어깨를 보면, 짠하고 뭉클한 마음에 편하게 안주하고픈 욕망과 세속적 잔재를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멈출 수 없는 기도로 간구하노라면 하나님은 넘치는 응답이 풍성함을 가슴 벅차도록 안겨주신다.

침묵의 기도
3년 전, 우연히 발견된 침샘 암(악성 악하선암)을 선고받고 수술을 받았다.
그 여정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세밀히 간석하시고 기적의 역사를 이뤄주셨다. 침샘과 구강 안의 세포들을 제거하였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문병 오는 분들과 문자로 인사를 나누며 5개월이 넘도록 침묵의 훈련을 이어갔다.
침묵으로 소통이 가능한 것은 오직 하나님과의 대화뿐이었다. 남아있는 암세포와 전이를 염려하는 중에도 내 삶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온전히 나를 의탁할 수 있었다. 죽고 사는 문제를 초월하여 전능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은 침묵의 기도 속에서 풍성한 은혜를 경험하며, 고요속의 깊은 평강으로 나를 정화시켜 가는 행복한 병상의 시간이었다.

사모라는 이름으로 엄마와 아내의 역할을 잠 감당하지 못했음에도, 병상을 떠나지 않고 눈물로 간호해 준 아들과 남편에게 충분한 사랑을 공급받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프지만 더욱 간절한 사랑으로 지켜보며 서로의 소중함을 알아가던 시간, 그리고 함께하는 축복을 가슴으로 느끼며 절절하게 서로를 바라보던 가족애는 내 생애 두고두고 꺼내어 볼 행복한 추억이다.
돌아보면 잠잠히 주만 바라보던 그 으농의 시간이 소나기 같은 축복의 시간이었다.

오늘도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병상을 털고 일어서서 다시 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찬란하다.
나를 버리면 더 많은 것들이 편해지는 것을……. 순종치 못하는 이기적인 내 모습에 부끄러움을 삼키며 ‘오늘은 더 잘 살아보겠노라.’ 다짐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오직 순전한 목양자의 마음으로 많은 사역들을 든든히 이루어내는 남편, 목사의 자녀로 부모와 함께 많은 아픔을 겪었음에도 의연하게 잘 자라준 아들, 그리고 내 사랑하는 교회. 보고 있어도 보고픈 이들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감사와 찬양뿐이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언제든 성부의 집으로 가야 할 연약한 인생이지만 아직 우리의 무대는 공연 중이다. 그래서 또 어떤 작품을 이루어 가실지 기대가 된다.
내게 기도는 설렘이며 풍부의 바다이다.
    
글/김신성 사모
경기도 광주시에 소재한 평화교회는 활발한 평신도 사역과 함께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김신성 사모는 이동현 담임목사의 아내로 슬하에 1남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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