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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길 - 김남준 목사

2011.08.10 13:59

조회 수:1532 추천:1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길

- 김남준 목사 (열린교회)



벌써 교회를 개척한 지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복음에 대한 열정 하나로 교회를 개척했을 때, 사실 나는 목회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설교시간에는 하나님이 은혜를 주셔서 교인들이 펑펑 울었지만, 무엇인가 교회를 하나 되도록 묶어주는 힘이 내게는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그 일을 당신이 직접 행하지 않으시고 내가 깨닫고 그 일이 무엇인지 알고 행할 때까지 오래 참으며 기다리셨다.
참으로 교회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 때문에 미말의 찌끼 같은 사람이 이제껏 열린교회를 섬겨왔다.

목양, 영원한 가슴앓이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목회도 이만큼 세월이 지나면 익숙해질 만한데 내게는 그렇지 않다.
목양은 언제나 원하지 않는 영원한 가슴앓이이고 설교는 날마다 새로운 이국의 언어다. 이처럼 많은 세월이 흘러도 목회가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 일이 허공 중에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목회자는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그 사랑 안에서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만 목회를 결심하고 수많은 양떼들과 함께 교회를 세워가자면 그러한 개인적인 하나님의 사랑이 성도들과의 관계 속에서 실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사랑 그 자체는 이미 맺은 관계를 선하게 유지하고 없는 관계를 창조하여 선을 향하여 살게 하는 영혼의 힘이며, 마음의 성향이다. 그래서 목회를 하면서 내게는 많았던 것 같은 하나님의 사랑이 사실은 참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또한, 없는 줄 알았던 하나님의 사랑이 사실은 내 안에서 역사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목회를 하면서 사람들과 맺어야 하는 관계 중 가장 독특한 것이 아내와의 관계일 것이다. 왜냐하면 아내는 아내인 동시에 목회자의 양떼이며 또한 양떼이면서도 함께 하나님을 섬기도록 목회에 부름 받은 하나님의 일꾼이기 때문이다.
  
상황과 성경
오늘날에는 목회자 아내의 역할에 대한 교회적 중요성이 거론되고, 어찌하든지 그들이 행복하게 목회를 도울 수 있도록 하려는 교회적인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가끔은 동의할 수 없는 방식의 글과 강연들을 본다. 목회자의 아내가 늘 피해자이고 교인들에게 상처를 입는 자이니 남편은 그를 한껏 존중해 주고 그에게 많은 부분을 져주며 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목회자의 아내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방향이 아니다. 문제는 상황에서 발생하지만, 답은 상황에 있지 않고 성경에 있다.
내가 목회를 시작하면서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목회자와 목회자 아내의 역할에 대해 한 번도 체계적으로 가르침을 받은 적도 없고, 본받을 만한 모본을 보며 교회를 섬긴 적도 없었다. 어느 교회에서는 목회자 아내를 철저히 배제하여 교인들 중 거의 모든 사람이 그가 누구인지 모르게 하거나, 반대로 목회자의 아내가 당회의 결정도 뒤집어 버리는 교회를 보기도 하였다. 부교역자로 있을 때에는 이러한 문제들이 현실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담임목회를 하면서 이런 문제는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고 또 이런 문제를 일관성 있고 올바르게, 또 은혜롭게 해결하지 않으면 교인들이 혼란스러워하고 교회의 질서가 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생각, 한 사랑
아내와 함께 목회를 시작했을 때, 내 아내는 나와 함께 자신을 다 바쳐 목회를 도왔다. 때로는 힘에 진하도록 전도하고 성도를 섬기고 봉사하느라 건강을 해칠 때도 있었다. 가슴을 찢는 것 같은 간절한 기도와 눈물로써 함께 교회를 섬겼고, 한 영혼이 회심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밤새도록 주님께 감사하며 대화하였다. 은혜로운 설교로 회심의 은혜가 부어진 주일에는 주신 은혜에 대한 감격 때문에 밤늦도록 함께 이야기하며 주님의 은혜에 감격하였고, 그렇지 않은 날은 근심과 염려로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지만 교회를 운영해 가는 일에 있어서는 서로 의견이 다를 때도 있었다. 누구에게 쉽게 지지 않으려는 서로의 기질 때문에 가끔은 다투기도 하였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나는 남편의 권위나 억압으로써 문제를 풀기보다는 최대한 성경 말씀에 근거하여 우리들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 두 사람 모두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권위와 주장에 대해서는 승복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는 복종하고자 하는 신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교회를 운영함에 있어, 그리고 목양사역을 실행함에 있어 아내의 역할과 관련하여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애썼다. 그리고 마음을 다하여 아내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그 이치를 납득시키고자 노력했다.
때로는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어가기도 하였고, 때로는 하나님께서 설교를 통해 대화에서 풀리지 않던 문제들을 풀어 가게도 하셨다. 그리고 순간순간 목회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하나님의 깨달음과 은혜의 감화가 우리를 성령 안에서 하나 되도록 인도하셨다.

목회자의 아내가 살아야
교회를 개척한지 약 3, 4년 동안에 우리는 이후에 목회하면서 만나게 될 모든 상황들을 거의 대부분 경험하였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들 속에서 우리는 목회자와 목회자의 아내가 어떻게 부부와 동역의 관계를 유지하며 성도들을 섬기고 사랑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한 가지 편견을 버리고 하나님의 뜻으로 하나 되기 위하여 때로는 가혹할 정도로 아픈 자기 깨어짐과 인내의 고통이 서로에게 있었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를 하나 되게 하였고, 서로를 주님의 사랑으로 인정해주는 믿음이 일치를 이루게 하였다.
부산에 있는 어느 대학에 개강집회를 갔을 때였다. 둘째 날 설교하기 위해 숙소를 나오다가 신발장 앞에서 어떤 생각이 섬광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신발장 앞에 서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작은 메모지 한 장에 그 골격을 적어 두었다. 그것은 지난 세월동안 아내와 함께 개척교회를 목회해 오면서 경험했던 모든 일들에 대한 신학적인 정리였다. 목회의 소명, 목회자 부부의 사랑, 목회자의 아내의 섬김과 교회적 위치, 목회자 아내의 인격과 성품, 그리고 물질, 자녀사랑, 말, 기도생활뿐만 아니라 결단과 용기, 부부애와 성생활, 그리고 충성스러운 헌신과 부활의 소망 같은 것들이었다.
그 후로부터 한 해가 지나서, 그 내용들이 「목회자의 아내가 살아야 교회가 산다」라는 이름의 책으로 나왔을 때 아내는 그 책을 읽고 추호의 이견도 없이 내 견해에 동의해 주었다. 5만 여명 이상의 독자들이 읽은 그 책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목회자인 나 혼자 쓴 것이 아니라 함께 교회를 위해 가슴앓이 해온 아내와 함께 쓴 것이다. 이후로 우리 부부에게는 이것이 목회를 위한 서로의 지침이 되었다. 이제 우리 부부가 외롭게 분투해 오던 교회에는 우리가 걸었던 목회의 길을 따라 가려는 많은 목회자 부부들이 함께 섬기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걸어온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돌아보면 부끄러운 것밖에 없고 비천한 인간들을 도우신 하나님의 은혜밖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목회의 길을 둘이 함께 걸어간다. 지금도 우리를 빚어 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우리를 맡기면서…….

글/ 김남준 목사
총신대학교 목회학 석사, 신학 석사, 신학 박사 과정 수학, 안양대학교와 백석대학교에서 전임강사와 조교수 역임, 93년 열린교회를 개척하여 담임하고 있으며, 시류와의 영합을 거절하는 청교도적 설교로 널리 알려진 필자는 조국 교회에 바르고 깊이 있는 신학적 목회가 뿌리내기기를 갈망하며 연구와 설교, 집필에 힘쓰고 있다. 이명희 사모와 함께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게으름』(생명의 말씀사), 『존 오웬의 신학』(부흥과 개혁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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