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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건강한 대화가 목회에 힘이 된다

-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담임)



부부의 대화는 마음의 소통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소통이다. 말은 많고 잘하지만 바른말이 적고, 대화는 있지만 소통이 없다는 말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말이 거칠고 욕설과 비속어가 남발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더구나 젊은이들의 소통은 ‘얼굴과 얼굴’의 소통이 아니라 ‘기계와 기계’의 소통이 되어 소셜 네트워크가 사회를 흔들고 있다. 스마트 시대는 대화도 스마트하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스마트폰에는 욕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누리고 있고 아이들의 말은 점점 맛과 멋이 없어지고 있다.
최근 ‘악플’이라 불리는 인터넷 악성 댓글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댓글을 올리는 쪽에서는 장난으로, 때로는 사회에 대한 혐오감의 표현으로 올리기도 하지만 받는 쪽에서는 치명적인 일종의 범죄일 때도 있다. 악성 댓글을 견디지 못하여 자살한 연예인들이나 대인기피증을 갖게 된 이들도 상당히 있다. 인터넷상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지하철 막말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으로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막말을 명예훼손과는 다른 모욕죄로 판단하여 어느 병원 간호사와 안양의 한 목사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이런 사회의 막말과 악플은 당연히 시대적 목회의 관심일 수밖에 없다. 성경은 자기 혀를 재갈 물리지 아니하는 경건은 헛것이라고 하며(약 1:26) 우리의 말에 맛을 내라(골 4:6)고 한다. 부부의 대화는 사회적 대화의 맛을 내는 양념과 같다. 특히 목회자 부부의 대화는 삶의 맛이며 목회의 힘이다. 말을 하되 맛있는 말을 해야 하며, 대화를 하되 마음을 여는 소통이어야 한다.

사소한 일상을 대화로 나누라
우리는 결혼생활 38년 차의 중고가정이다. 중고가정이지만 익숙한 기계가 사용하기 쉽고, 숙달된 기술이 사용하기 편하고, 친구는 옛 친구라고 하는데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모른다. 38년 동안 우리 두 사람의 삶은 절묘하게 조절되어 눈만 봐도 마음이 보이고 소리만 들어도 생각이 보인다. 그래서 특별한 대화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일상의 대화는 항상 필요하며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대화는 습관이다. 나는 지금까지 570쌍의 결혼주례를 하였다. 결혼을 하기 전 나와 만나는 시간에 단 한 가지를 권한다. 그것이 대화이다. 대화를 하지 않아도 부부는 알 수 있지만 대화가 끊어지면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길 경우 매듭을 찾지 못한다.  대화는 습관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대화의 관계를 유지하면 풍성한 대화거리가 있지만 대화하지 않으면 대화거리가 사라진다.

나와 아내의 대화는 정말 시시한 것이다. 하지 않아도 될 대화를 신나게 하는 것이 우리 부부이다. 아내가 집에 있고 나는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자연히 많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 아내를 만나게 되면 나는 시시한 얘기를 시작한다. 오늘은 누굴 만났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고, 어디에서 점심을 먹었고, 그 식당의 된장이 너무 짰고, 밥은 흰밥이어서 조금만 먹었다는 식의 대화이다. 아내는 자연스레 집안의 일을 얘기한다. 빨래를 하는데 너무 밀려서 시간이 많이 걸렸고, 오후에 정수기 필터를 갈러 왔는데 필터가 생각보다 비쌌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건이 왔는데 마음에 안 들어 반송해야 되겠으며, 며느리에게 전화 받았는데 손자들이 감기에 걸렸다는 시시콜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시시한 대화를 매일 한다. 왜냐하면 부부는 일체인데 남편이 밖에서 지낸 시시콜콜한 일들은 아내가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아내가 안에서 겪은 자그마한 일들은 남편이 알아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시한 이야기에 서로가 맞장구를 잊지 않는다. “다시는 그 식당에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아내의 말도 새기며 “정수기보다 생수 사 마시는 게 낫겠다”는 나의 조언도 아내는 귀에 담는다.    

부부간에 존댓말을 하라
결혼을 앞둔 커플에게 또 한 가지 빼놓지 않고 확인하는 것은 서로 존댓말하기이다. 예비부부를 만나는 시간이면 나는 반드시 이렇게 묻는다. “두 사람이 서로 존댓말합니까?” 요즘에는 편안하게 친구로 사귀는 것이 대세이므로 거의 “아니요”라고 답한다. 이런 예비부부에게 나는 꼭 존댓말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존댓말 부분은 결혼예식 중에도 다시 확인한다. 왜냐하면 말이란 인격이기 때문에 막말을 하게 되면 나의 인격이 격하될 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격을 떨어트리게 되기 때문이다. 말을 함부로 하게 되면 행동도 이에 따라 함부로 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고 사랑받아야 할 대상은 나의 아내, 나의 남편인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존댓말을 쓰고 마음으로 존경하고 있다. 내 마음의 말을 통하여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 되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사모이기 이전에 아내이고 성도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생명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77.2년, 여자가 84.1년이다. 여자의 수명이 남자에 비해 7년가량 길다. 인류학자들은 여성의 수명이 남자의 수명보다 10% 길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목회자 가정의 경우 사모의 수명이 목사의 수명보다 짧다. 다시 말하면 사모의 평균수명은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목사는 누구나 업무과중증에 걸려 있고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신건강에 아주 유익하며 매주일 설교를 하는 것은 벅찬 업무이지만 설교는 목사의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래서 성직자는 한국인의 직업별 수명에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사모는 많은 목회의 중압감을 늘 품고 살게 된다. 교회의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모르는 체 지나칠 수 없는데다 여성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고스란히 사모의 몫이 되고, 목사와 관련된 문제가 생기게 되면 사모는 이유 없이 걸려들게 된다. 영광 없는 고난만 있게 되고 해소할 길 없는 긴장만 연속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사는 사모이기 이전에 한 아내로서 대접하고 대화해야 하며 아무리 못해도 성도의 한 사람으로서의 목회적 배려와 관심을 쏟아야 한다.
한 사람으로서, 한 남자로서의 목사는 인간적 고통과 유혹에 빠질 때가 있을 수 있다. 나도 이런 인간적 고뇌에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이런 나의 인간적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아내밖에 없다. 성경은 “너의 죄를 서로 고하며”라고 하는데 나는 아내와 이런 유의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내 마음에 죄가 침입하려고 할 때는 아내에게 그 모든 것을 대화로 나눈다. 어느 여성이 이성으로 느껴질 때는 먼저 아내에게 진솔한 고백을 한다. 이런 아내와의 대화는 내 마음을 정리하는데 절대적 도움을 준다. 부부의 대화는 죄를 멀리하고 정결한 삶을 사는데도 필수적이다.

존경과 축복이 녹아있는 대화의 시간
지금은 아니지만 여러 해 전까지만 해도 나는 아내에게 설교를 사전 검열받았다. 토요일 오후에 설교원고를 아내에게 건네면 아내는 설교원고를 다 읽고 틀린 부분을 바로잡아주고 적절하지 못한 부분을 수정하라고 일러준다. 아내가 고쳐준 부분을 두고 때로는 오랜 격론을 벌일 때도 있었다. 내가 먼저 잠자리에 든 토요일에는 설교원고에 빨간 펜으로 수정하여 내 책상 위에 올려놓곤 했다. 어떤 주일에는 새벽에 일어나 보면 설교원고가 아예 빨갛게 물들여 있을 때도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아내가 고쳐주는 대로 설교하였다. 어떤 날은 빨간 설교원고를 보면 약간 화가 치밀 때도 있지만 지나고 보면 아내가 고쳐준 대로 한 것이 천만번 잘한 일이었다.    
종일 밖에 있다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온전한 쉼의 시간이다. 때로는 피곤하여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차에 앉아 있다가 집 가까이 와서는 옷매무새를 다시 가다듬고 집에 들어간다. 남편의 지친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내 마음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아내가 그것도 자신에게는 불만이라고 하였다. 남편의 피곤한 모습을 함께 나누고 싶은데 아내인 자신에게 감추는 것이 섭섭하단다. 그러나 목회의 짐을 아내에게까지 함께 지우고 싶지 않은 것이 변함없는 내 마음이다.
집에 들어서면 아내가 문 앞에서 나를 맞는다. 아침에 헤어졌던 아내를 저녁에 다시 맞이하는 기쁨은 하루의 피곤을 말끔히 씻는 청량제이다. 집에 들어서는 나는 손에 들었던 가방을 문 앞에 놓고 아내를 안고 기도해 준다. 다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하고, 목사의 아내가 된 것을 감사하고, 슬기로운 아내가 되어 나의 목회 동역자가 된 것을 감사하고, 더욱 건강하고 현숙한 여인이 되라고 축복한다. 이 시간은 가장 거룩한 대화의 시간이다. 그리고 이 거룩한 대화가 끝나면 하루 동안 내 주변에 있었던 시시한 대화가 또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

                              
글/이성희 목사
미국 풀러신학교, 샌프란시스코신학교 졸업. 현재 연동교회 담임목사이며 장로회신학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영으로 걸으라』,『새벽편지』,『디지털 목회와 팀』,『교회행정학』(이상 한국장로교출판사), 『말씀에게 길을 묻다』(한장사), 『세상을 바꾸는 미래교회』(좋은씨앗) 외에 수권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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