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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는 나의 목회는 없었다오 - 최홍준 목사

2012.05.02 17:21

조회 수:1770 추천:3



당신이 없는 나의 목회는 없었다오

-최홍준 목사(부산 호산나교회 원로)



꿈은 사라지고 구레네 시몬이 된 당신
우리가 결혼한 지 42년이 다가오고 있구려. 그러니까 나와 만나기는 결혼 4년여 전이니까 45년이 넘었네! 대학 2학년 때 처음 만나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하면서 나의 비전을 나열했었지. 나의 원대한 꿈에 빠진 당신을 드디어 아내로 맞고 꿈을 향해가던 내가 30대 중반에 갑자기 신학을 하게 되었으니 당신은 구레네 시몬이 된 셈이 아니오?  

당신이 반대를 했다고 하는데 난 두 어머니의 반대만 기억하고 당신의 반대는 기억이 없다오. 당신은 꿈이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 때문에 반대했는지 몰라도 만일 내가 사회생활로 계속 나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봤소이까? 나의 열정으로 보건대 성공의 가도를 걷게 되기도 했을 것이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정하신 길이 아니기에 다시 돌아왔을 것이라 보오!

목회자의 길을 가기엔 너무나 부족한 점이 많았던 내게 하나님께서는 끊임없이 말씀으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셨고, 전도의 열정으로 새로운 힘을 얻게 해주셨지만, 우리의 생활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소. 그러나 바가지 긁는 소리 한 번 낼 줄 몰랐던 당신이었소.

당신의 기도의 무릎은 나에게 힘이 되었다오
여섯 식구의 가장인 난 오직 하나님만 바라고 신학교에 가야 하는 것만 생각하며 나이 35세에 입시준비를 하는 수험생이 되어 있었지. 게다가 당신의 기질과 전혀 맞지 않는 시어머니를 모셨음에도 당신은 잘도 견디며 살았지. 힘들 때면 담요 한 장 가지고 교회 가서 밤을 새우고 왔지만, 그런 날이 거듭되면서 우린 하나님의 손길을 하나하나 경험하게 되었지 않소?
신학교에서 공부한 3년은 말로 다할 수 없는 하나님 은혜의 연속의 나날들이었다오.
당신의 무릎은 진짜 낙타 무릎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요. 오늘까지 지속되는 당신의 기도야말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과장일까요?

사랑의교회 부목시절, 고 옥한흠 목사님께서 혹 집에 들르게 되시면 없는 살림이지만 꽃을 가꾸며 집안을 포근하게 만든 당신의 손길을 보시며 “최목사 좋겠다, 좋겠어”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오. 내가 강남 은평교회(사랑의교회 전신) 갈 때도, 부산 새중앙교회(호산나교회 전신)에 갈 때도 언제나 동의해준 당신. 나의 생각과 나의 뜻은 곧 당신의 생각이었고 뜻이었다오.

87년 부산에 왔을 때 다시금 광야생활이 시작되었지만 한 번도 당신이 바가지로 날 힘들게 한 기억이 없다오. 큰아이가 재수하고 둘째까지 재수하는 ‘재수 파티’를 할 때도 집안에서 짜증을 내거나 나를 불쾌하게 하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오. 참으로 당신은 착한 여인이었소.
교회가 성장하면서 우리 가정의 대화는 빈약해져 갔고 내가 피곤이 쌓이거나 힘들어할 때에도 불평 한 번 하지 않았던 당신이 언제인가 “우리가 부부 맞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지.
그 말은 그때부터 종종 듣게 된 소리였지만 그동안 표현을 못 했어도 당신에겐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었다오.
또한 내가 간경화 진단을 받고 많이 힘들어할 때 당신의 지극정성인 간병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오. 다시금 목회에 박차를 가하면서 우리의 대화가 줄어들고 점점 당신이 혼자 지내게 되는 문제가 생겼지만, 당신은 곧 자구책을 마련하게 되었던 것 같소.

나 홀로 집에서의 자구책
그 첫 번째 자구책으로 당신은 독서에 마음을 쏟기 시작했고 ‘나 홀로 집에서의 삶’을 즐겼지만,
이 덕분에 결국 오늘날 호산나교회 독서모임인 ‘에젤 모임’이 태동하게 되었고, 이것이 ‘독서 치유학교’로 발전했지 않소이까? 당신의 자구책이었던 독서가 내 목회에도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었는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에 언더라인을 그어 내게 보여주며 도움을 주는 일과 미국에 있는 두 딸에게 책을 부쳐주고 전화로 열심히 내용을 알려주며 읽도록 독려하는 것이 당신의 일과라고나 할까? 그 후 교회 안팎의 일이 많아지면서 당신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조차 줄어들었을 때에는 독서 이외에 각종 자구책들이 덧붙여진 듯이 보였다오.

학창시절 꿈꾸었던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는 한 해, 두 해 정도 하다가 그만두겠지 했는데 4년이 넘도록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끈기 있게 하는 통에 여러 작품이 다락에 쌓여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당신 칠순에 개인전을 열어주겠다”고 약속을 했지 않았소?
그뿐인가, 한동안 퀼트에 매료되어 많은 작품을 만들어 선물하던 때도 있었지. 그리고 근래에는 성경필사를 필사적으로 하고 있는 당신, 하루에 써야 할 분량을 채운다고 밤이 맟도록 성경을 쓰는 것을 보면서 당신의 지구력 하나는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다고 생각했소이다.

여보! 당신은 이제 육십을 넘어 삼 년이나 더 지났소이다. 몸도 생각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소?
은퇴하고 나면 여행도 같이 다니자고 했건만 더 바쁘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소이다.
이것도 한때라고 하는데 난 한때가 아닐 것 같소이다. 목양 장로 사역이 계속되는 한, 한가로운 날은 일부러 만들지 않으면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 보오! 그래도 당신 할 일이 많으니 안심은 되지만, 우리가 늙어 힘이 없을 때 여행을 감당할지 모르겠소이다. 어떻든 건강을 잘 유지해서 우리가 가보고 싶은 북유럽을 한번 가야 하지 않겠소이까?
오늘도 필사적으로 필사하고 있는 당신을 보노라면 어떻게 저런 지구력으로 성경을 쓸 수 있을까? 하루에 정한 장수를 읽기도 쉽지 않은데 쓴다는 것, 하나님께서 은혜 주시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고 보오. 하나님께 감사하고 감사하오.
사랑하오, 여보.


글/최홍준 목사
부산 호산나교회의 원로이며 현재 부산성시화운동본부 본부장, (사)하이패밀리와 장애우복지 굳윌, (사)팻머스 문화선교회와 (사)고구마 글로벌 미션, 호산나복지재단의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잠자는 교회를 깨운다」(규장), 「복음전도」(두란노), 「장로,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국제제자훈련원) 외에 다수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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