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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 속에도 남녀의 차이가 있다

 

 

이의수 목사(사랑의교회 가정사역 담당)

 

 

퍼듀대학 식물학 교수 워트 박사에 의하면 집에서 화초를 기를 때 화초와 대화를 나누면 그 화초가 싱싱하게 잘 자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화초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화초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게 되어 물 줄 때를 잘 맞추게 되고 화초를 괴롭히는 작은 벌레들도 빨리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의 중요성은 가정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들이나 부부 사이에 말이 끊어지면 교육도 행복도 끊어진다. “사람은 입에서 나오는 열매로 말미암아 배부르게 되나니 곧 그의 입술에서 나는 것으로 말미암아 만족하게 되느니라(잠 18:20)”는 말씀처럼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만족도도 달라진다.

 

 

대화는 한 인간의 인격유형이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백지장 같은 말 한마디라도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느끼게 해주는 속담들이다. 이처럼 말이 인간의 현실을 빚어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심지어 ‘사람은 말(言)이다’라고 극단적인 표현을 쓴 언어학자도 있다. “네 말소리가 너를 표명한다 하거늘(마 26:73)”,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즉(잠 23:7)”,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마 15:18)” 등의 말씀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말은 입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의 현주소요 유형이 된다. 마음에 내재된 부정적인 말은 인격 형성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또 그 말이 그 사람의 인격유형을 형성한다. 그 장애물을 물리치고 훌륭한 사람이 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고 파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 말로써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말은 인격의 유형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배우지 못한 문화 - 대화

 목회자로서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하거나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대화이다. 왜일까? 우리는 모든 것들을 대화로 해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왜 대화가 안 되는 것일까? 그것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딸에게 남자를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서로의 감정을 함께 나누거나 남자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움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못했다. 그리고 귀찮게 하거나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쏟아 붓지 않으면서 남자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자신의 꿈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남자의 꿈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을 희생해야만 남자를 기쁘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어머니들은 딸에게 여자다운 동시에 강인한 인간이 되는 방법, 그리고 남자를 위해 헌신하는 동시에 제대로 대우받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못했다.

그것은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들에게 포기하듯 져주거나 화를 내며 큰소리로 싸우는 것 외에 여자와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못했다. 요즘 남자들에게는 여자의 생각을 존중하고 포용하면서 가정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대상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해야 강하면서도 여자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요즘처럼 여자들이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아주 사소한 것들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들은 한 사람의 배우자에게 충실히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단 한 사람의 여자에 대해 그녀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은 남자가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남녀관계를 제대로 유지할 수가 없다. 우리의 부모들은 현대 사회에서 이성과의 관계를 좀 더 활력 있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못했다. 그런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자신이나 상대가 저지르는 실수를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자가 원하는 대화 & 남자가 원하는 대화

부부 사이에 왜 불행이 시작되는가? 남자는 여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고 여자는 남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모르는 데서 시작된다. 아내는 불만이 쌓이면 남편을 떠난다. 그리고 남편은 더 이상 아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고 생각될 때 그녀를 떠난다. 남자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면 그 관계를 포기하는 것이다. 특히 목회자 가정의 대화단절은 많은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다.

목회자인 남편들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도 성취감보다는 좌절감에 빠진다. 자신이 무능한 탓에 아내가 불만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사 이래로 남자는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도 사랑과 존경으로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를 떠올리며 어려움을 견뎌냈다. 하지만 요즘은 사모님들도 동역을 하거나 힘든 직장생활을 하면서 발생하는 과로로 인해 종종 욕구불만이 터져 나온다. 남자든 여자든 하루 일과가 끝날 무렵에는 똑같이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바란다. 직장을 가진 사모는 흔히 이런 생각을 한다. “남편이나 나나 똑같이 힘들게 일하는데 왜 나만 그에게 고마워하고 그를 돌봐주어야 하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서 지쳐 돌아온 아내가 남편이 기대하는 만큼의 사랑을 베풀어 주고 또 그가 한 일을 인정하고 격려해주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게 된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전통적으로 남자가 해왔던 일을 하는 여자에게 전통적인 여성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꽉 짜인 일과 속에서 감정보다는 논리가 우선되는 의사결정을 하고, 경쟁자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전략적인 행동을 계획하고, 우정보다는 이익을 위해 동지를 만들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모든 시간과 정열을 투자해야 하는 일련의 일들은 모두 여성성과는 상반되는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동역하는 시간이 많은 목회자 부부는 마치 맞벌이 부부들이 갖는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맞벌이하는 사모는 직장에서 ‘생존’을 위해 일하고 집에 오면 ‘본능’에 구속당한다. 과거에는 가정은 남자에게는 휴식의 공간이었고, 여자에게는 모든 행동의 중심이었다. 남자는 퇴근하면 모든 일이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여자는 퇴근 후에도 집으로 돌아와 휴식 대신 또 다른 헌신을 해야 한다. 남자는 일에 지쳤을 때 모든 문제를 잊고 편히 쉬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보답을 받지 못하면 더 이상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남자는 직장에서 온 힘을 쏟아 일한 후에는 집으로 돌아와 편히 쉬면서 아내의 보살핌을 받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여자는 그와 반대로 보답을 받지 못하면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더 많은 헌신을 하려고 애쓰고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고민하고 걱정한다.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할수록 여자는 편히 쉬기가 어려워지고 할 수 없는 일을 포기하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나면 관계개선을 위해 새로운 해결책이 저절로 나타난다. 여자가 성취감을 얻는 것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느냐보다는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여자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할 때에 남자는 열심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남자는 여자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여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남자에게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꼬치꼬치 따지거나 강요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그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

하루 평균 말하는 낱말 수가 남자는 2만 5천, 여자는 3만이라고 한다. 이것은 말을 많이 하는 미국인의 통계이므로 한국 사람은 훨씬 적을 것이다. 문제는 하루 종일 사역으로 인해 많은 말을 할 수밖에 없는 목회자들은 집 밖에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다 사용하고 들어오고, 집에서 기다리는 사모와 자녀들은 반절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모들이 나도 심방 좀 받고 싶다고 말한다. 심방을 간 목사님은 집사님과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진지하게 응답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아내인 사모의 이야기는 채 5분도 들어주거나 집중하지 않는다.

 

 

대화 속 남녀 차이

대화 속에 나타난 남녀의 차이를 간략하게 정리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남자는 공석에서 말이 많고 여자는 사석에서 말이 많다. 남자는 사실과 정보를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주로 대화를 나누는 반면, 여자는 개인적 관계를 유지하고 감정적 지지와 공감을 얻기 위해 대화를 나눈다. 남자는 여자보다 개인적인 질문을 적게 하는 반면, 여자는 남자보다 개인적인 질문을 더 많이 한다. 남자는 질문을 침해적인 간섭이나 프라이버시 침해로 느끼지만 여자는 질문을 친밀감과 돌봄의 표현으로 생각한다. 남자는 대화 도중 ‘끼어드는 발언’을 많이 하지만 여자는 ‘끼어드는 발언’을 ‘남편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거나 ‘나를 지배하려 한다’ 또는 ‘논쟁적’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남자는 주장하고 상대를 제압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관중의 시선을 집중시키고자 노력한다. 또한 사실적으로 말하기보다 과장이 심하고 허풍을 떠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여자는 대화를 통해서 친구를 사귀기 위해 사랑과 미움, 불안, 슬픔 등 감정과 비밀을 쉽게 나누는 편이다. 여자는 남성보다 더 개방적이고 투명하다. 남자는 말을 무기나 지배수단으로 사용하지만, 여자는 대화를 ‘관계를 위한 다리’로 사용한다. 남자들은 경쟁심과 지배심이 대화의 중심이 되지만, 여자는 친밀감과 동등감이 대화의 중심이다.

남자는 문제발생 시 실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여자는 문제발생 시 이해와 동정을 얻고 공감 받기를 원한다. 남자는 아내가 개인적인 주제로 화제를 돌리면 그녀가 시시하고 사소한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여 아내의 말을 중단시킨다. 그러나 여자는 감정의 긴장을 풀기 위해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 남자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러나 여자는 자신이 느끼는 문제들을 이야기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종합적으로 남자는 머리의 언어를 사용하고 여자는 가슴의 언어, 마음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요즘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남자와 여자를 비슷한 범주에 두지 않고 전혀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로 구별한다. 그만큼 서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뇌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여자들이 남자들을 어떻게 코치하느냐에 따라 남자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고독한 남성을 위해 여성을 돕는 배필로 창조하셔서 온전케 하셨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지혜롭게 서로를 온전케 하는 부부대화야말로 가정을 화목하게 만들고, 목회가 행복해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글 / 이의수 목사

사랑의교회 가정사역 담당목사이며, 남성사역연구소소장과 숭실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한국경제신문), 큐티하는 남자(국제제자훈련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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