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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

 

리영숙 목사(광주서문교회 원로)

 

 

죄인 중에 괴수요 교만하기 그지없었던 족속인 내가 주 예수를 구주로 믿고 하나님을 영적 아버지로 섬기게 되고, 전도자요 사명자로 소명을 받아 목회자와 전도자로서 육십여 평생을 섬기며 살게 하심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간증코자 “나의 나 된 것은!”이라는 간증 제목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죄인을 찾아와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부르심

“미쁘다 모든 사람이 받을 만한 이 말이여 그리스도 예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임하셨다 하였도다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딤전 1:15).

전주 이씨 효령대군 21대손으로 왕손이랍시고 교만하기 그지없었던 죄인이 1936년 12월 20일에 전남 강진군 도암면 논정리 196번지에서 태어났습니다. 일제 말에 도암중앙국민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약 6km나 먼 길을 걸어서 다니다가 2학년 초에 해방을 맞이했고, 그해에 다리에 큰 종기가 나서 치료하느라 학교를 못 다녔습니다. 대신 본 동리나 이웃 마을 서당을 다니면서 3여 년 동안에 맹자(孟子) 두 권까지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년, 동생이 초등학교 5학년일 때 나는 4학년에 편입하여 동생보다 1년 후배로 졸업하게 되었으나, 나는 이어서 도암중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동생은 졸업하고 부모님 농사를 돕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졸업반 때 목포사범학교를 가려고 입학 원서도 사고, 담임선생님께서 성적증명을 위해 밤잠도 못 자고 수고하시며 여러 노력을 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제가 못 가겠다고 하자 담임선생님께서는 손에 쥔 성적증명서를 갈기갈기 찢으시며 화를 내셨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못 하게 된 나는 날마다 갈등과 고민에 쌓여 지내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 동리에 교회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마을에서 2km나 떨어진 작은 산 너머 마을 운동(雲洞)에 일제 때부터 세워졌던 운동교회에서 남녀 집사님들 네 가정이 나와서 우리 마을, 그것도 우리 집 다음다음 집인 숙모님 댁의 상하방을 얻어서 그곳을 개척교회, 곧 기도처로 삼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은 개척 시작이니 밤마다 모여 예배드리고 찬송하기를 힘썼습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노래하기를 좋아하여 많은 세상 노래를 부르고 다녔는데, 밤마다 개척교회 기도처에서 찬송을 부르니 그 소리에 끌려 나도 모르게 기도처 사립문 앞에 나가 서 있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예배드리는 분 중에 먼저 보신 집사님께서 내가 도망갈세라 맨발로 달려와서 납치하다시피 끌고 들어가면서 “이(李) 선생, 이 선생 왔느냐” 하며 맨 앞자리에 앉히곤 했습니다. 맨 앞자리인지라 뛰쳐나올 수도 없어서 예배가 끝날 때까지 그분들이 가져다준 성경찬송을 같이 보면서 나오곤 했습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나를 찾아오시고 불러주셔서 예수를 영접하고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고민과 갈등에 젖어있을 때, 그 기회를 주셔서 나 같은 죄인을 찾아와 주심이 하나님의 은혜요, 부르심이었습니다. 어찌 큰 은혜가 아닙니까!

 

십자가의 길이 곧 영광의 길이요 승리의 길

하나님께서는 상급학교 진학 못 하여 번민과 좌절에 처해 있는 나에게 하나님 말씀 배우는 목포고등성경학교에 가서 성경을 배우게 하셨고, 신학교 갈 수 있는 길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로마서 8장 28절의 말씀과 같이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 모든 것이 합력해서 선을 이루게 하셨습니다. 사울이 변하여 바울이 되게 하실 뿐 아니라, 바울이 변하여 사도 바울이 되게 하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은 나 같은 죄인 괴수를 부르시고, 성경학교 신학교로 훈련과정을 통과케 하셔서 사명자로 세우셨습니다.

성경학교 시절, 방학 때 고향에 와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파회하고 교회에서 나오는데 동리 청년들이 몰려와서 교회 문전에서 지키고 있다가 전도사님이 예배 인도하고 막 나오시는데 시골 농기구인 낫을 들고 있다가 전도사님의 목에 걸고 끌고 나가면서 아우성을 치고 있노라니, 전도사님은 목이 상할까 끌려가면서도 웃으시면서 좋은 말씀으로 하시라고 이야기하면서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출입 문턱에 서서 바라보면서 “내가 가야 할 저 길”이란 말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솟아 나왔습니다. 나는 신학교를 다 마치고 목회생활 50년을 청산하면서 은퇴 기념 책자를 저술했는데 바로 그 책 이름을 《내가 가야 할 저 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은퇴식(원로목사 추대식) 마지막 답사에서 “나의 목회생활 모두가 하나님 은혜였다”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온 성도 내빈 모두에게 감사하고, 앞으로 남은 원로목사의 생도 그 길만을 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나는 교회 출석 초기부터 사명자의 길은 십자가 지고 갈보리 골고다 언덕 넘어가는 길임을 내 뇌리에 새기면서 그 십자가 길이 영광의 길이요, 승리의 길임을 묵상하고 찬미하며 사명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전도하고, 가르치고, 봉사하는 것이 목회자의 사명

목회자로서 사명자의 길은 3가지 면에서 말할 수 있는데, 첫째는 전도하는 사명이요, 둘째는 가르치는 사명이요, 셋째는 봉사의 사명입니다.

먼저 온 천하에 다니면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말씀은 주님의 지상명령이요 분부입니다(마 28:19~20). 그러므로 전도하지 않는 성도, 교역자는 꿀 먹은 벙어리요 짖지 못하는 개와 같습니다. 전도해야 교회가 살고 성장하며, 교회가 성장하고 부흥되어야 주님 명령을 수행하고 큰일을 해낼 수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사명입니다. 이것은 주님의 지상 생활의 하나요, 마지막 본분이기도 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20). 우리는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을 힘써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선지자들은 힘써 하나님을 알자고 외쳤습니다(호 6:3~6). 하나님을 바로 가르치기 위하여 바로 배우고 알아야 합니다(딤전 4:11~16). 그러기 위해 주일학교에서 하나님을 바로 가르치고 하나님 말씀을 바로 묵상하고 가르쳐야 합니다. 실제로 교회마다 주일학교를 두어서 바로 가르치고 하나님을 올바로 알게 합니다. 유치원, 평생대학원, 제자양성, 크로스웨이 성경공부 등등 많은 교육기관을 두고 가르치는 일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세 번째 사명은 봉사하는 일입니다. 우리 기독교는 섬기는 도요, 종의 도이며, 발을 씻기는 세족지도(洗足之道)입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몸소 본을 보이시고 교훈하셨습니다(막 10:45; 요 13:1~15).

 

목회자(교역자)의 사명 감당의 자세

첫째, 일사각오 순교의 자세로 일해야 하고, 죽으면 죽으리이다 하는 신념으로 충성해야 합니다(계 2:10). 서머나교회에 편지하신 주님의 분부대로 장차 받을 환난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은 “죽기까지 충성하라. 그리하면 생명의 면류관을 주겠다”고 약속하시면서 분부하셨습니다.

둘째, 힘써 기도하여 성령의 권능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일사각오 순교의 정신 자세가 아니면 목회자의 사명을 감당할 수 없고, 힘쓰고 애써 기도하지 않고서는 교역자의 사역을 이행할 수가 없습니다.

교회라고 하면 가견적 교회와 보이지 아니하는 불가견적교회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영적인 교회와 보이는 성도, 또는 건물과 보이는 성도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보이는 육체적 사람과 건물 중심인 물질적 교회를 다스리고 섬기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영적 성도들을 치리하고 싸매고 사랑함이 훨씬 어렵고 힘들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기도하되 힘쓰고 애써 기도해서 성령충만, 성령권능을 받아야만 감당할 수 있는 사명이란 것입니다.

중생과 성령충만의 차이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중생의 역사는 성령 받음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성령충만의 권능으로라야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고 능력 있게 사명 감당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성화를 위하여 성령충만 받도록 힘써 기도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

끝으로 저의 목회 사역 중 성전건축과 기도에 대하여 기록함으로 결론을 맺겠습니다. 1969년 부임 당시 현재 서문교회 대지 133평에 18평의 예배당이 지어져 있었고, 교인 30~40명이 모여 예배드리고 있었습니다. 부임해서 1년이 지나고 교인들이 70~80명쯤 모이게 되니 장소가 비좁아 예배당을 짓기로 하였습니다. 대지정리를 하려고 살펴보니 교회 대지(당시 10년 전에 매입한 땅인데) 이전을 안 받아 놓아서 땅이 몇 사람 앞으로 넘어가 있고 교회 대지는 없어진 데다, 남의 명의 땅 위에 18평 예배당만 서 있었습니다(초대교회들도 믿음과 은혜만 알고 법은 몰라서 그러한 낭패들이 허다했습니다).

큰 기대를 하고 갔던 교회에서 대지 문제로 노인 장로님과 젊은 집사님들 사이에 언쟁만 벌어지니 심히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던 나는 ‘기도하는 것밖에 없구나’ 하고 주일예배를 마친 뒤 월요일 이른 아침에 아내와 함께 무등산 제일기도원으로 떠났습니다. 응답이 있을 때까지 금식기도를 하기로 작정했었습니다. 기도원에 가서 첫날밤 산속 바위 더미 위에 모포를 깔고 무릎 꿇고 잠을 쫓으며 철야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웬일입니까? 웬 은혜입니까? 성경 읽고 찬송하고 또 기도하기를 반복하는데 비몽사몽간 내 앞에 성경이 펼쳐지더니 요한계시록 1장 8절 말씀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읽으라고 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깜짝 놀라 성경을 펴고 플래시를 켜서 읽어 보니 “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 이제도 있고 전에도 있었고 장차 올 자요 전능한 자라 하시더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렇지. 하나님은 알파이시지. 오메가이시지. 어제도 그 하나님 계시고, 전에 계셨던 그 하나님 지금도 살아 계시지. 그 하나님, 전능자이신데 너 왜 낙심하느냐!’고 나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읽고 또 읽고, 읽을수록 내게 힘을 주셔서 ‘옳지, 아멘! 이 말씀이 응답이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공원장님께 “나 응답으로 이제 내려갈래요” 했더니 “기왕에 기도하러 왔으니 한 주간 기도하고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해서 “그게 정답입니다” 하고 기쁨으로 금식하며 기도했습니다. 교회에 돌아가 기쁨과 확신 속에서 장로님과 집사님들께 “이제부터는 우리 교인들이 교회임을 알고, 알파와 오메가이신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고 일합시다”라고 말하며 힘 있게 일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땅을 다시 찾아 처음 47평 짓고, 이후 2번 증축해서 95평 남짓 지을 때쯤 40일 금식 작정하고 기도원에 갔는데 26일째 되는 날 교회가 화재로 전소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40일 기도하러 갈 때는 5년 후에나 땅도 넓히고 큰 성전을 짓자는 마음으로 간 것인데, 이렇게 90여 평 되는 성전이 완전히 불타버린 것은 우리 생각보다 하나님께서 시간을 더 다급히 당기시는 줄을 알고서 온 교우들이 힘을 모아 기도했습니다.

그 후 605평의 성전을 짓고 입당하여 총동원 전도 주일로 지켰으며, 그 주일 5천여 명의 성도들이 모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은퇴 직전에 다시 1,300여 평의 큰 성전을 신축 겸 증축하여 널따란 성전에서 2007년 12월 15일에 38년 3개월의 시무 은퇴식 겸 원로목사 추대식, 후임 담임목사(조동원) 임직식을 영광스럽게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지금도 선교사 후원하는 일과 월드비전 후원 사역 등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 후에 야고보에게 보이셨으며 그 후에 모든 사도에게와 맨 나중에 만삭되지 못하여 난 자 같은 내게도 보이셨느니라 나는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라 나는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하였으므로 사도라 칭함 받기를 감당하지 못할 자니라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7~11).

 

 

                         글/리영숙 목사

                         광주서문교회 원로목사이며, 현재 선교사 후원과 월드비전 후원 사역 등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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