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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영상물 폭력 등급, 너무 관대하다

  •  이종훈 세종시 성모안과 원장      이종훈 세종시 성모안과 원장

                 
영화 '군함도'가 국내 극장에서 사실상 막을 내렸다. 어쩌면 역사적인 대작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래저래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여서 중2 아들과 함께 갔었는데 영화 중간중간에 몇 번이나 아이의 눈을 가려야 했다. 너무 잔인한 장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선정성, 모방성, 폭력성을 따져서 입장 가능 연령 등급을 매긴다고 알고 있다. 2013년 개봉돼 900만 이상이 본 '설국열차'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15세 관람가였는데,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이 많아 북미에서는 19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15세 이상 관람가면 부모를 동반할 경우 15세 미만이어도 입장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단 '군함도'뿐 아니라 작년에 개봉한 15세 이상 관람가인 '곡성'도 마찬가지다. 영화 등급 판정에서 우리나라는 폭력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뿐이 아니다. 요즘 대부분의 가정에서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는데, 스포츠 채널에서 가장 흔히 방영하는 종목의 하나가 UFC 등의 격투기 경기다. 종일 격투기만 내보내는 전문 채널들도 있다. 격투기는 맞아서 유혈이 낭자한 상태로 쓰러진 상대방의 얼굴을 주먹과 팔꿈치, 무릎으로 가격하고 목을 조르고, 팔다리를 비트는 경기다. 이런 장면을 우리의 아이들은 낮이고 밤이고 볼 수 있다.

이런 섬뜩한 장면이 잔뜩 들어간 영화나 방송물은 구미에서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허가받은 정식 스포츠 종목이라 할지라도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방영 시간이라도 조절해야 한다. 자꾸 보면 무뎌지면서 모방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성장기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요즘 청소년의 잔인한 폭력과 살인 사건이 끊이질 않는데, 잔인한 영상에 너무나 쉽게 노출되는 우리의 현실에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자녀를 올바르게 키워내는 데는 부모의 책임이 가장 크다. 정부의 정책이나 학교도 아이들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부모만큼은 아니다. 케이블 방송과 영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등급 허가제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면 부모가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건 때 등장한 "내 아이는 내가 지켜야 된다"라는 구호를 집 안에서 TV 리모컨을 잡고 외쳐야 하는 험악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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