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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역시 여름은 푸르릅니다. 비가오고, 햇살이 내리 쬐고, 땅은 뜨겁지만, 약동하는 공기를 즐기는 계절입니다. 유독 비가 많은 올 여름이 평년보다 더 더운 건 기분 탓만은 아닌듯 합니다. 홀로 있던 집에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가던 아이들이 늘 집에 있게 되면서 생기게 된 탓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는 가족의 의미를 재정의하게 하는 시간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가족이라고 저절로 가까워 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소홀하거나, 함부로 대하기 쉽기에 함께 있어 당연했던 가족의 존재에 소홀했던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천교회 정계규 목사님의 글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절절한 감정이 녹아있는 글입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보냈던 아버지의 아픔이 글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말씀을 전하지만,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아버지는 말씀대로 선교지에서 사람을 구하다, 순교한 아들을 그리워합니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타인을 구하지 않고 자기 목숨을 구하는 걸 기뻐할지, 타인을 구하다가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을 기뻐할지 무엇하나 선택할 수 없는 우리입니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감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감사하며 다시금 아들의 삶을 본받아 사명자의 삶을 걸어가는 목사님의 모습에 깊은 울림과 묵상이 되었습니다.

 

싱그러운 여름은 상실을 기억하기 어려운 시절이지만, 라일락을 통해 더 사랑하는 아이를 더 소중히 사랑할 수 있고, 기억조차 하기 싫은 상실의 자리에서 고통과 절망을 감사와 기쁨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심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