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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일 2022-06-07 
원본링크 https://m.kmib.co.kr/view.asp?arcid=0924...&cp=nv 
언론사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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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호(왼쪽 네 번째) 새로남교회 목사가 김용태(맨 오른쪽) 장로를 비롯한 1, 2기 새로남교회 장로들과 함께했다. 새로남교회 제공

 

한 사람의 삶은 관계(Relationship) 곧 대인(對人) 대아(對我) 대물(對物) 대직(對職),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창조주 하나님 아버지와의 관계인 대신관계(對神關係) 속에 있다고 믿는다. 은혜로우신 주님께서는 나에게 관계의 축복을 선물로 주셨다. 먼저 믿는 부모 즉 개척교회 목회자의 자녀로 태어나 성장하는 남다른 은혜를 입었다. 나의 인생관은 가정교육을 통해 형성됐다. 정확히 말하면 오늘의 나의 삶의 기초는 가정예배와 교회학교 교육의 열매이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성경적 가치를 심어주셨다. “정호야, 너는 내 아들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자녀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모님의 사상은 거룩한 청지기 의식으로 꽃피어 열매 맺게 되었다. 요새 유행하는 결혼식에는 신랑 신부가 함께 입장하거나 심지어 주례자 없이 결혼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신랑 입장할 때 내 손을 붙잡고 입장하셨다. 세상에 없던 광경을 바라보는 하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형님인 오정현 목사도 결혼할 때 아버지께서 직접 형님 손을 붙잡고 등장하셨다. 아버지의 자녀관은 확실했다. 주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아들을 다시금 주님과 교회와 나라를 위해 내어 드립니다는 삶의 고백이었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신앙의 가정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는 복이 얼마나 놀라운지 감사하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해 총신대를 다닐 때 하나님께서는 좋은 목회자이면서 스승을 만나는 복을 주셨다. 내수동교회를 출석하면서 뵙게 된 박희천 목사님의 별명은 ‘성경 사랑 목회자’이시다. 평양에서 청년의 때에 뜨겁게 주님을 만난 목사님은 한평생 순교자적 자세와 성경 사랑을 몸소 보여주셨다. 성도로서 이런 훌륭한 목회자를 만나는 복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 은보(恩步) 옥한흠 목사님은 하나님께서 섭리적으로 허락하신 목회의 스승이시다. 여러 해 전 대전광역시 기독교연합회 회장으로 섬기게 됐을 때 목사님께서는 간절하게 기도해주셨다. 특히 목사로서 ‘은혜의 샘’이 메마르지 않기를 당부하셨다. 그때부터 내 목양 호는 ‘은혜의 샘’ 즉 ‘은천(恩泉)’이 되었다. 새로남교회에서 부교역자로 동역하다가 지금은 담임목사가 된 제자들에게 은혜의 바다(恩海), 은혜의 산(恩山), 은혜의 골짜기(恩谷) 등을 지어주었다.

 

오 목사 임직식에서 고 옥한흠(왼쪽) 목사와 함께한 모습. 새로남교회 제공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하나님의 은혜 없는 사역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나는 지금도 은보 목사님께서 물려주신 성도 한 사람을 하나님의 일꾼으로 세우는 제자훈련 목회 철학의 계승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평생 교단의 갱신 열망을 담은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 선교 실천을 위한 ‘한국OM’, 교회 연합과 부흥을 위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를 위해 미력한 힘을 보태고 있다.

목회자는 신학자라 생각한다. 뿌리 없는 신학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나는 총신대와 신학대학원에서 역사적 개혁주의 신학의 소중함과 깊이를 체험했다. 신학적 균형 감각을 가지게 된 것을 주님께 감사드린다. 내 혈관 속에는 박형룡 박사님, 박윤선 박사님, 그리고 칼뱅을 비롯한 수많은 개혁자들의 사상이 녹아 있다. 교회와 신앙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장로교회 목회자는 장로님들을 잘 만나는 복을 받아야 한다. 당회가 분열돼 갈등이 고조될 때에 부임해 당회를 통한 연단을 경험했다. 이런 혹독한 경험은 직분자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목회는 동역자의 은혜가 뒤따라야 한다. 장로님 24명 중 유일한 원로 장로이신 김용태 장로님과 부인 박우경 권사님은 한결같이 힘이 돼 주신다.

김 장로님은 교회가 시험에 빠질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 주님 편에 서기로 결단했다. 교우들의 삶의 모범으로 사시면서 담임목사에게 늘 힘이 돼주시는 장로님들을 생각할 때 이런 소중한 만남을 선물해주신 주님께 무한히 감사한다.

묵묵히 담임목사의 지도력을 존중해 주시는 새로남교회 교우들과 서대전노회 목사님, 장로님들의 따뜻한 동역에 고마운 마음 가득하다. 목회의 연륜이 쌓여 가면서 체감하는 목회 원리를 붙잡았다. ‘능력보다 화목’ ‘혼자보다 함께’ ‘문화보다 복음’ ‘현재보다 미래’ ‘나보다 주님’의 원리이다. 지식과 학위와 건강과 성취가 부부 화목, 교회 화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가정과 교회는 필연적으로 흔들린다. 화목 곧 ‘서로 사랑’은 주님께 올려드릴 삶의 예배이다. 지금까지 주님께 올려드리는 기도 제목은 화목한 교회다.

나의 목회에 ‘진국목회’라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 말의 의미는 진국목회의 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치 솔로몬의 지혜가 소문난 이상의 명실상부한 실제가 있었기에 감동을 주는 것처럼 나의 목회도 소문을 뛰어넘는 내실이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나의 목회 발자취가 연재된 이후 격려해 주신 독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정중하게 전한다.

어떤 모임에 가면 이곳저곳의 다양한 분들께서 사랑의교회와 새로남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씀을 전해줄 때마다 한편으로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 황송하다. 목회자는 이래저래 사랑의 빚을 지며 살아가는 인생임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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