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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공부머리

2021.07.15 13:35

행복지기 조회 수:25

 

"애들한테 공부머리 없다는 말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한 선생님의 한숨이다. 아이들을 가르쳐 보면 그 과목에 공부머리가 있는지 없는지 눈에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티내거나 말하지는 않는단다. 아이들은 좌절을 견디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지레 공부를 포기해 버릴 위험이 크니까. 그런데 보통은 아이들이 이미 주변에서 그런 말을 너무 많이 들은 상태로 온단다.

  "공부머리가 좀 없으면 어때요. 걸어야 할 나이에 못 걷는다고 그냥 내버려두진 않잖아요.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을 찾아 시간을 충분히 들여 노력하면 돼요. 부족하면 그걸 보완해 주고, 스스로 보완해보도록 돕는 게 어른 역할인데. 교실에서 제가 그렇게 도와주려 해도 애가 벌써 기가 팍 죽어 있어요. 그간 공부머리가 없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대요. 그러니 자기는 해도 안 되는 애라는 거예요. 우리가 천재만 키울 건가요? 그렇게 초장부터 기를 죽이면 애가 제대로 클 수 없어요. 마음부터 이미 좌절한 애들은 수업시간만 버티기도 버거우니까요."

  난 평생 내가 운동을 못한다고 생각했다. 무도인 출신 아버지에 비해 내 몸은 너무 아둔했고, 학생 시절 공부만 하다 보니 운동과는 갈수록 담을 쌓았던 것이다. 그러다 나이가 들고 다리를 다쳐 생존운동이나마 하게 돼서야 깨달았다. 운동은 못한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못할수록 더 열심히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야 했다는 것을. '못하니 안 한다'가 아니라,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라도 찾아 맞춤형 운동을 해야' 했던 것이다.

  모두가 공부 천재, 운동 천재가 될 수도, 돼야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부와 운동은 어릴 때부터 습관을 들이고, 나이와 몸 상태에 맞게 계속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한 해를 돌아보는 이 시기, 타고나지 못한 운동신경과 공부머리를 핑계 대기보다 지금의 내게 맞는 공부와 운동법을 한두 가지 찾아보면 어떨까.

 

- 배승민 의사·교수 -

(2020년 12월 11일 국민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