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교회의 존재를 묻다

2021.02.21 16:07

'코로나19'시대, 교회의 존재를 묻다

새로남교회 오정호 담임목사

 

 

현재 한국교회는 ‘코로나 19’ 시대 한복판에서, 비대면의 일상화라 는 새 상황에 도전받고 있다. “과연 교회 본질과 정체성은 무엇일 까?”를 묻고 답을 구하려는 목마름 역시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대 전 새로남교회 담임목사이자 미래목회포럼 대표, 교회갱신협의회 공동대표로도 섬기고 계신 오정호 목사님(동역회 이사)과의 인터 뷰를 통해서 얻은 말씀과 지혜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신앙과삶.jpg

 

 

 

 

 

일시 2021년 1월 25일, 오후 2시,
장소 대전 새로남교회 3층 접견실
인터뷰어 박문식 (한남대 교수, 기독교학문연구회 학회장)
정리 & 사진 석종준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박문식 목사님 안녕하세요. 우선 한결같은 새로남교회의 기 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동역과 목사님의 귀한 섬김에 감사를 드립니다. 목사님께서는 지역교회 담임 목회자로서 ‘코로나 19’로 상징되는 현재의 재난 국면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시는 지요?

 

오정호 어려운 상황이고 해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 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동시에 섭리적 관점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상황은 버릴 것이 없 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합니다. 먼저는, 개인적으로 목자이신 하나님 앞에서 일개 양 으로서 “나는 누구인가?”라고 질문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깊이 점검하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교회적 으로는 우리 교회가 비본질적인 거품을 빼고, 본질적 인 것에 초점을 삼으려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 교회는 어느 부분에 실(實)하고 어느 부분에 허(虛)했나? 예 배적인 면이나 직분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저 는 제자훈련을 하는 목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과연 우리에게 무슨 훈련의 의미가 있는가? 이렇게 교회 존재의 본질을 점검하는 시간으로 이해합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이 재난의 시기에 소외되고 어 려운 사람들에 대하여 돕는 복지 체계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 사각지대는 없느냐, 이런 부분에 대 해서 고민하게 되고요. 국가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 가라는 질문도 계속하게 됩니다.
 


박문식 감사합니다. 우리 존재를 다시 한번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중요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번 사태의 경과 를 지켜보실 때,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어떤 의미 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오정호 IMF 때가 떠오릅니다. 사상 초유의 경제적 한 파가 몰아쳤고, 많은 가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어느 가정은 그러한 위기 앞에서 부부가 더 결 속됩니다. “여보 이 난관을 헤쳐나갑시다.”라고 오히 려 더 단단해진 가정이 있고요. 반면에 어떤 가정들 은 깨어졌단 말이죠. 그러면 같은 결혼 제도로 세워 진 가정들에서, 왜 다른 결과가 나왔나 하는 것입니 다. 저는 그것을 가치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한국 교회가 직면한 오늘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큰 재 난을 만났습니다. 여기서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접근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코로 나 19’ 방역 지침을 내리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방역 지침은 국민 생명을 존중해서 하는 거니 까 당연히 따라야죠. 그런데 저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 서 우리 교계 차원에서 갖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즉, 1년 전 신천지를 통한 전국 확산 사태가 처음 발생했 을 때, 왜 우리 교계가 생명 존중에 대한 선제적 대응 을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나 하는 것입니 다. 그것은 ‘한교총’, ‘한기총’, ‘한교연’이니 하는 우리 기독교 연합 단체들이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까 정부가 한국 교회 예배를 통제하는 쪽 으로 나가게 된 빌미를 주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현재 많은 국민이 기독교를 오해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나 사실 교회만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현실은 마치 기독교가 생명을 가볍 게 여긴다는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정 부 발표와 방송 보도를 보니까, ‘예배를 강행’, ‘교회발 감염’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리고 “몇 명 이상 예배 를 드릴 수 있다, 없다”라고 하면서 정부가 예배를 통 제합니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와중에 “왜 우리 예배를 방해하냐, 우리는 예배를 드리겠다.”라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것도 저는 나름의 귀한 가치 표현 이라고 보는데요. 현실은 본의 아니게 기독교 내에서 목사들끼리, 교회 안에서 성도들끼리 갈등이 많은 구 조로 고착화 되어간다는 아픈 사실입니다. 이러한 구 조가 만들어지기 전에 대표성을 갖는 우리 기독교 연 합 단체들이 선제적 대응을 지혜롭게 더 적극적으로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박문식 목사님, 그렇다면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지 않습 니까? 우리가 신앙적 차원에서 이 위기에서 기회의 요소를 찾 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오정호 다시 말씀드리지만, 목회자들은 목양의 본질 이 무엇인지 각자 성찰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 각하고요. 또 성도들은 각자 삶의 현장에서 주님을 닮 아가는, 즉 ‘제자도’ 실현의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 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학교에 못 가게 되니까 가 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가정에서 ‘대화’는 중요한데, 지금까지 잘해온 가정들은 그대로 하면 되고요. 대화가 어색한 어느 가정에서는 아이들 은 게임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어머니는 어머니 대로 따로 논단 말이죠. 이때 가족 구성원의 대인관계 실력이 다 드러나게 되는 거죠. 이런 이유로 저는 오 히려 요즘이 가족 사이에서 성경적 본질을 회복할 기 회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은 축소된 교회이고, 교회는 확대된 가정입니다. 이것을 신앙적으로 보면 ‘하나님 께서 친히 세우신 기관’(Divine Institute)이 아닙니까? 이 위기의 때에 우리가 주님 앞에서 각자 가족 구성원 으로서, 교회에서는 직분자로서 잘 성찰하면 좋겠습 니다. 저는 오늘 저녁에도 제자훈련을 온라인으로 하 는데요.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시간을 통해 서, 친밀감이라든지 동지 의식을 바탕으로 한 결속이 얼마나 강력해졌는가 하는 것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좋은 기회가 됩니다.
 


박문식 새로남교회는 특별히 ‘새로남 카페’를 통해 발생한 수 익금 전액을 매년 1억 이상 기부했다고 들었는데요. 그 구체적 섬김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오정호 새로남교회는 지난 2007년부터 ‘새로남 카페’ 운영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고, 2020년 총액이 20억 원이 넘었습니다. 우리는 ‘커피 한 잔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처음부터 카페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전액 오직 우리 사회의 가난한 자, 약한 자, 병든 자들과 나누겠다는 따뜻한 원칙을 세웠고, 그대로 실천한 결과입니다. 세세한 기 부 항목들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 쉽지 않습 니다. 첫해 2007년에는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봉사 경 비, 복지관 지원, 북한 결핵 환자 돕기 등에 썼고요. 지 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국내외 의 사고·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여러 이웃들을 섬겼 습니다. 2008년 중국 지진·미얀마 태풍, 2010년 아 이티·과테말라 지진 구호금, 2012년 삼척 가스 폭 발 사고 구호금, 2013년 시리아 난민 구호금, 2015년 네팔 지진 구호금 등도 기억이 납니다. 특별히 유진 벨 재단을 통해서 계속 후원하고 있는 ‘북한 결핵 환 자 치료비’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총액 4억 원). 대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총액 3억 원) 외에도 6·25 참 전용사 초청 감사와 격려 행사비, 대전시를 통한 사 랑의 열매 불우이웃 성금 등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 다. 그러나 새로남교회 사회 후원이 ‘새로남 카페’ 수 익금으로만 이어온 것은 아닙니다. 2020년에만 보더 라도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여러 곳을 교회가 직접 섬겼는데요. 대구, 경북지역 100개의 어려운 교 회들을 위해 1억, 5월엔 대전 시민을 위해 부활절 헌 금으로 2억, 8월엔 집중호우 피해로 고통당하는 이웃 들에게 1억, 농어촌미래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를 위 한 장학금 5000만 원 등을 기부했습니다. 민족복음화 에 계속 헌신해온 선교단체도 섬길 수 있는 기회가 있 었습니다. 교회는 언어로 외치는 복음만 전하는 곳이 아니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구 체적으로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 사역도 감당해야 하 는 곳입니다.
 


박문식 새로남교회는 교육에도 남다른 열정과 비전이 있고 요. 특별히 ‘새로남 기독학교’라는 초, 중등학교를 세워서 공 교육사업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 비전과 목적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오정호 새로남교회가 학교를 하게 된 것은 바로 절박 함 때문입니다. 내부적으로는 교회 예배당을 짓고 나 서 은혜를 주셨어요. 헌당식을 하고 나서, 다음 무엇 을 하면 좋을지를 성도들에게 물었을 때, 95% 이상 압 도적으로 다음 세대를 위해 투자하자는 의견이 모아 졌어요. 아이 하나가 올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온 마 을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지요. 그런데 일주일 168 시간 가운데, 주일에 30분 말씀을 듣고 배우는 것으로 무엇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런데 교회가 학교를 세우 고 섬기면 제대로 다음 세대를 예비할 수 있겠다 싶었 습니다. 그것도 모든 인격이 다 자라기 전 시기의 영 혼을 섬기는 초등학교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저도 회 심을 아주 어릴 때 했거든요. “하나님이 계신다. 나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 이 진리의 장착이 나이 들 어서만 된 것이 아니에요. 그래서 성경적 가치관 위에 가정, 교회, 학교가 하나 된 통합교육을 실천하여 세 상을 변화시키는 탁월한 섬김의 리더를 세운다는 비 전 선언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구체적으 로 이루어갈 다음 다섯 가지 핵심 가치를 제가 직접 생각해 정리하였습니다. 첫째, ‘견고한 영성’(Sound Spirituality), 둘째, ‘기독 의 인성’(Christlike Character), 셋째, ‘뛰어난 지 성’(Distinguished Intelligence), 넷째, ‘국제적 역량’ (Global Competence), 다섯째, ‘섬김의 지도력’(Servant Leadership). 이 기초 위에서 어느덧 중학교 과정까지 2회 졸업생들을 배출했어요. 현재 초등학교 404명, 중 고등학교 199명, 모두 603명의 학생들과 풀타임 교직 원 84명이 재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를 통해서 평 생 주님이 베푸신 구원의 은혜를 깊이 알고,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영혼으로 세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새로남 기독학교’를 만난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고, 나를 ‘새로남 기독학교’에 보내 준 것을 감사한다.”라고 고백하는 세상을 섬기는 리더 들, 다음 세대가 세워지기를 기도합니다.
 


박문식 새로남교회는 대전시 전체에서 청년 대학생이 가장 많이 모이는 교회로도 유명합니다. 목사님께서 청년 사역에 가장 중점을 두고 계시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정호 저는 서울 내수동교회에서 청년 부흥을 온몸 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청년들에 대한 애잔함과 갈망 이 있습니다. 또 옥한흠 목사님께서 저를 통하여 사 랑의교회 대학부 기초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1994년 11월 6일, 새로남교회 부임부터, “주여 천천 만만의 새벽이슬 같은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교회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새로남교회 대학 청년부는 기도 제목 세 가지를 붙들었습니다. 첫째, 청년들이 우리 교회 대학부나 청년부에서 평생 멘토 를 만나면 좋겠다. 둘째, 평생 동역자(친구, 결혼)를 사귀면 좋겠다. 셋째, 평생 경건습관의 체질화입니다. 장로님, 성도님들께는 우리가 청년들 앞에서 결코 갈 등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 강조했습니다. 교회에 서 기성세대가 싸우면 고등학생 때까지는 친권에 순 종했기 때문에 계속 나오지만, 일단 대학 들어가면 대 개는 교회를 떠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장로님들과 좋은 관계를 우선시합니다. 왜냐하면 청년들을 살리 려고요. 또 우리 청년들에게 예배를 강조하고, 저녁 예배까지 강조합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 처럼, 청년의 때 몸에 밴 것이 그 영혼의 평생을 좌우 한다고 봅니다. 어떤 분은 “목사님 청년들 사랑하는 것은 좋은데, 결국 대부분 떠날 거 아닙니까?”라고 말 합니다. 맞습니다. 떠납니다. 지방은 더 그렇습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우리 청년들이 서울이든 부 산이든, 런던이든, 뉴욕이든 어디 가서 살든지, 그 지 역 교회의 일꾼이 되고, 장로가 되고, 핵심 멤버가 될 것이다. 그러면 감사하고 족하다는 꿈을 꾸고 삽니다.
 


박문식 마지막으로 ‘코로나 19’ 사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청 년들에게 어려움을 가증시키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 청년들 에게 당부와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정호 그리스도인 청년들은 교회와 세상의 경계선상 에 서지 말고 주님 앞에 제대로 나오라는 말씀을 감 히 드립니다. 제자도의 핵심은 그리스도를 따르되, 그 냥 취미로 따르는 게 아닙니다. 예수는 죽기 살기로 믿어야 합니다. 이것을 꼭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습 니다. 요즘 세대가 유행시킨 ‘팬덤’이라는 말이 있지 요. 전에 보니까 일본 자매들, 아주머니들이 우리나라 에 비행기 타고 온 이유가 욘사마 때문이라고 하더군 요. 그렇다면 우리는 진리의 문제, 생명의 문제, 존재 의 문제를 가지고는 충분히 더 그렇게 헌신하고 투자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청년의 때는 파 스칼이 <팡세>에서,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에서 보여 주고 있는 것처럼, 정말 치열하게 한 번 씨름해 보아야 합니다. “청년들이여 더 치열하게 주님을 따르 자!” 이것을 꼭 제안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나누자 면, 새로남교회에는 3월 첫 주에 캠퍼스 파송 예배를 드립니다. 언젠가 파송 예배를 드리면서 우리 장로님 을 다 강단으로 나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때 장로님들 이 젊은이들을 향하여 저와 함께 고마움을 담은 인사 를 했습니다. “우리 기성세대 때문에, 담임목사나 장 로님들의 잘못 때문에, 여러분에게 상처 주기를 원치 않습니다. 여러분이 우리 교회 젊은이로 와 준 것만으 로도 감사합니다. 기성세대는 정말 여러분에게 영적 인 디딤돌이 되고, 역할 모범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 리고 “차렷!” 하고 전부 인사를 한 번 더했습니다. 이 와 같은 마음을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 는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 지로 전하고자 합니다.

 

원문 | 신앙과삶(WORLDVIEW)